연합뉴스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무마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박하영(48·사법연수원 31기)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돌연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촉발됐다. 박 차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더 근무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봤지만,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고 대응도 해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사의 표명에 다른 이유가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곧바로 박 차장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 직속 상관인 박은정(50·29기) 성남지청장과 이견을 보였다는 매체들의 보도가 나왔다.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의 고발로 시작된 사건이 무엇이길래 지청의 차장검사가 사표까지 던지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인·허가 편의 봐주고 후원금이 들어왔다…용처 묻자 성남시는 '모르쇠'
의혹의 시초는 2014년 성남시가 통일교 재단 소유의 프로 축구 구단 '성남 일화'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성남시가 인수하면서 '성남FC'로 구단명이 바뀐 축구팀은 지난해 9월 기준 성남시 산하 성남시장애인체육회 65.2%, 시민 소액주주 24.8%로 이뤄진 공기업형 주식회사다. 구단주는 성남시장이 맡는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지난 2014년 1월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시민프로축구단 성남FC 창단식에서 신문선 대표이사에게 구단 기를 건네주고 있다. 성남FC 제공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인수 이듬해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성남FC가 6개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 161억5천만원의 성격을 놓고 불거졌다. 네이버(40억원), 두산건설(42억), 농협(36억원), 차병원(33억), 현대백화점(5억원), 알파돔시티(5억5천만원) 등 6개사가 후원금을 납부한 전후로 성남시가 인·허가 및 토지 용도 변경 등 이들의 주요 민원을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차병원은 2009년 분당보건소와 옛 분당경찰서 부지를 매입해 국제줄기세포 메디클러스터를 설립하기로 협약을 맺은 상태였다. 하지만 2010년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면서 협약은 백지화됐다. 차병원이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성남FC에 33억원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현재 차병원은 분당차병원에 접한 분당경찰서 부지를 취득한 상태다.
두산건설이 42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성남FC에 낸 것 역시 서울 논현동에서 분당 정자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지의 용도를 병원에서 업무용지로 변경하는 등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판교역 개발업체인 알파돔시티는 성남시로부터 '판교지구 주차장 용지 효율적 관리를 위한 지구단위계획 지침 변경'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성남시는 알파돔시티를 위해 지하 1,2층에 우선 배치하도록 한 주차장을 지상 1층에 짓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알파돔시티 자산관리는 지침 변경 11일 뒤 성남FC 구단주였던 이 후보를 직접 만나 '유소년 축구 및 성남FC 발전 후원금' 5억원의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업들의 후원금 납부 방식은 크게 2가지다. 네이버와 농협은 비영리 단체를 지원해 해당 단체들이 성남FC와 광고 계약을 맺는 식으로 우회 지원했다. 네이버는 희망살림, 농협은 성남시체육회를 지원했다. 특히 희망살림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이 상임이사로 재직한 곳이다. 제 의원은 2017년 대선부터 이재명 후보의 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차병원 등 나머지 4개사는 직접 성남 FC와 광고 계약을 맺었다.
이재명 후보를 고발한 측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성남FC에 제공한 돈의 성격이 구단주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으로 향한 뇌물이라고 주장한다. 대가성 논란은 후원금 용처와 광고수입현황, 구단 운영비 등을 묻는 국회와 성남시의회의 요구를 성남시가 사실상 뭉개면서 더더욱 증폭됐다. 또 성남시가 2017년 성남FC 예산 30억원 증액을 의회에 요청하면서 선수들과 이석훈 당시 성남FC 대표에게 지급한 성과금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도 의혹을 더 키웠다. 160억원의 후원금 중 정확히 얼마가 이 후보의 측근들에게 돌아갔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19년 9월 21일 성남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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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위원 : FC에서는 70억은 전액 선수 인건비고 그리고 인건비에 대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어떠한 프라이버시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얘기했고,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주식회사기 때문에 굳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방어를 하셨기 때문에 지금 성과금 지급 내역조차도 저희는 확인을 할 수 없습니다. |
이에 대해 이재철 전 성남시 부시장은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재명 패밀리'의 특징은 MOU(업무협약)을 맺을 때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 보호 조항을 단다는 것"이라며 "시 예산을 받는 주식회사 형태의 공기업이 시의회에 예산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재수사 요구 번번이 제동 건 성남지청장…특검 도입 목소리도
성남FC 후원금을 둘러싼 검·경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경찰은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제3자 뇌물죄 등 혐의로 이재명 후보를 고발하자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일부가 시 유관 체육 단체로 흘러갔고 현금 인출된 정황을 파악했으면서도 무혐의 처리했다고 의심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던 성남지청 형사1부와 3부 모두 재수사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의견의 일치를 보고 박은정 지청장에게 의견을 전달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검찰청에 FIU(금융정보분석원) 자료 의뢰를 요청했지만 반려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지청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쏟아지고 있다. 관련 보고를 받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 지청장에게 전화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자 박 지청장이 FIU 자료 조회 의뢰를 차장검사 전결에서 지청장 전결로 바꾸고, 경찰의 압수수색 신청도 중요 사안의 경우 지청장이 결재하도록 규정을 바꿨기 떄문이다. 성남FC를 수사하던 형사3부를 성범죄·강력 전담 부서로 만들고 본래 특수·공안 수사 기능을 형사 1·2부에 분담시키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박 지청장이 결재라인을 바꿔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검찰청은 진상규명을 지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진상조사 주체가 친여 성향으로 알려진 신성식 수원지검장이라는 점에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