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부흥수 역을 맡은 배우 권상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내 부대는 싸우는 자와 죽은 자, 오직 둘뿐이다." 왕실의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역적 부흥수(권상우)는 신출귀몰한 무술 실력과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맹렬한 기세를 가진 자다. 그런 부흥수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더 높은 권세를 얻기 위해 인생의 승부수를 띄운 부흥수는 사라진 왕실의 보물을 찾아 나서고, 결정적 장소에서 무치(강하늘)와 해랑(한효주)이 이끄는 해적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무도 막을 수 없고, 누구도 막아선 안 되는 자신의 여정을 방해하는 이들의 등장에 부흥수의 분노는 더욱 강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해양 액션 어드벤처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을 통해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권상우는 오히려 자신의 변신을 반겼다. 그동안 주로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생활밀착형 연기로 많은 시청자와 관객에게 사랑받아 온 만큼, 이번 부흥수 역할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권상우는 배우로서 새로운 역할을 통해 자신이 얻은 것, 앞으로 자신이 지켜내야 할 것 그리고 도전해 보고 싶은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악역 부흥수, 배우 권상우의 확장성을 보여준 캐릭터
보물을 노리는 역적 부흥수는 평생을 품어 온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권상우는 그간의 유쾌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강렬한 카리스마와 남다른 포스의 캐릭터 부흥수를 맡아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권상우가 연기한 부흥수를 두고 김정훈 감독은 "여유롭고 관록 있는 새로운 유형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고자 했다. 권상우 배우의 새로운 변신이 영화의 시너지와 재미를 더하는 요소"라고 말한 바 있다. 권상우는 김 감독을 "존경하고 신뢰하는 감독"이라며 인터뷰를 이어 나갔다.
"부흥수라는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던 건 다른 캐릭터들은 다 유쾌하고 즐거운 캐릭터인데 그 안에서 혼자 심각하고, 그들을 쫓는 캐릭터라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그동안 웃음과 감동이 있는 작품을 주로 했는데 '권상우도 다른 걸 할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었죠. 이번 역할을 통해 배우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캐릭터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부흥수는 왕실의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역적으로, 더 큰 권력을 위해 보물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대립하고 또 죽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권상우는 부흥수가 강한 남성이 가진 욕심의 끝에 있는 '권력욕'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봤다. 이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대사로 "나는 탐라의 왕이 되겠다"를 꼽았다.
그는 "우리가 보는 모든 영화 속 악역이 갖고 있는 탐욕의 끝이 바로 '권력욕'이라고 생각한다. 부흥수는 전장에서도 자기 목표를 위해서라면 부하까지 희생하며 쟁취하는 아주 이기적인 역할"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아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오로지 무치와 해랑 일행을 쫓는 하이에나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권상우가 보여준 악역 캐릭터도 그렇지만, 주로 맨몸 액션으로 시청자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 검술 액션을 주로 선보였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부흥수와 대립하는 무치 역의 배우 강하늘은 권상우의 액션 연기를 보고 "고수에게 한 수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권상우는 중간에 아킬레스 파열로 보다 역동적인 액션을 펼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 깁스하고 촬영한 부분도 많아요. 제작자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어떻게 액션을 찍을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요즘은 깁스가 어느 정도 편하게 되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현장 편집본을 보니까 어색하지 않고 티 안 나게 나와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그게 아니었으면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도 커요."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부흥수 역을 맡은 배우 권상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액션'과 '연기'에 관한 배우 권상우의 철학
이처럼 '권상우'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액션'이다. '화산고' '말죽거리 잔혹사' '야수' '신의 한 수: 귀수편' '히트맨' 등의 영화에서 다양한 맨몸 액션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권상우는 액션을 "연기의 굉장히 큰 일부분이다. 현대 영화에서 액션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몸을 잘 쓰는 배우가 좋다. 모니터를 할 때도, 일상적인 대사를 하더라도 몸을 잘 쓰는 배우의 연기를 주의 깊게 본다"며 "아주 작은 몸짓도 액션이라 생각한다. 그것의 연장선이 액션 연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몸놀림이 연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같은 대사를 하더라도, 예를 들어 코미디 영화에서 같은 대사를 해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오버스럽지 않고 몸을 잘 쓰면서 연기할 것인가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권상우는 자신의 움직임이 둔해지지 않도록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언제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좋은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작품을 할 때 흥행이 될까 안 될까를 고민하지는 않고,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용감하게 잘 덤벼들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제가 연기할 수 있는 재밌는 역할이 있다면 하고 싶어요. 그래서 '해적: 도깨비 깃발'에 참여한 것도 있어요. 저도 충분히 열려 있다는 마음으로 접근했죠. 캐릭터에 대해 자신 있고, 또 다른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에요."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강대만 역으로 열연한 배우 권상우. CJ ENM 제공오랜 시간 연기를 해 오면서 이번 작품에서 첫 악역을 맡은 권상우는 아직도 하고 싶은 장르도, 하고 싶은 역할도 많다. 그는 "정말 멋진 액션 영화 한 편 더 찍어보고 싶고, 감동적이고 재밌는 코미디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이 나이에 맞는 느낌 있는 멜로 드라마도 해보고 싶다"며 "각 장르 내에서 최고봉의 영화를 찍어보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의 변신도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다. 권상우는 "사실 오래 전에 만들어놓은 영화 시나리오도 2개가 있고, 시놉시스도 개발한 게 하나 있다"며 "지금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 소재를 생각하고 만드는 걸 좋아한다. 그동안 웅크리고 소극적으로 있었는데, 이제는 더 늦어지면 안 될 거 같아서 아마 올해 준비할 거 같다. 내 마음이 표현된 작품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로서도, 제작자로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열어가고 싶은 게 권상우의 큰 꿈이다. 마지막으로 권상우는 2022년 새해를 연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요즘같이 답답한 시기에 어울리는 속 시원한 해양 액션 영화라 생각해요. 아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아요. 이와 함께 저의 캐릭터 변신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