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장수 예능프로그램 '가족오락관'을 25년간 진행한 MC 허참(본명 이상용)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몇 대 몇!" 지금도 여전히 귓가를 울리는 당찬 외침은 이제 역사의 한페이지로 남게 됐다.
당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던 KBS2 '가족오락관'을 무려 25년간 이끈 방송인 허참. 한국 방송 역사의 거목인 그가 간암으로 투병해 오던 중 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지난 1971년 동양방송(TBS) '7대 가수쇼'로 데뷔한 허참은 이후 '쇼쇼쇼' '도전 주부가요스타' '가요청백전' '올스타 청백전'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 MC로 활약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고인은 방송인으로서 엄혹한 군부독재시대를 버텨낸 산증인이기도 했다. 허참은 지난 2008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1980년대 신군부가 자행한 언론통폐합을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정들었던 일자리를 눈 앞에서 잃게 되니 마음이 슬프고 무거웠다"며 "TBC 고별방송 날 다른 가수들은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데 나는 울 수도 없었다. 고별방송 다음날 KBS에서 통합을 축하하기 위한 노래 '축하합니다'를 개사해 불러야 했기 때문에 속으로 그 노래 가사를 외우느라 정신 없었다"고 서글펐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청와대 위문공연 에피소드를 전하면서는 "노래 한 소절을 부르다가도 대통령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뜨면 그 부분에서 멈추고 대통령이 돌아오면 중단된 소절부터 노래를 불렀다"며 "지금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방송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 2009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가족오락관' 마지막회까지 MC 자리를 지켰다. 앞서 1984년 첫 회를 시작으로 1237회를 방송하기까지 25년 동안 한결같았다. '가족오락관'에서 그를 볼 수 없던 때는 1980년대 중반 교통사고로 입원한 일주일뿐이었다. 방송인으로서 고인의 단단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인 허참. 연합뉴스허참은 '가족오락관' 마지막회에서 "30대에 시작해 60대까지 왔다"며 "1984년 벚꽃이 필 때 시작해 2009년 4월 벚꽃이 필 때 새로움을 향해 가고자 한다.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는 "더 나은 모습으로, 편안 모습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아울러 '가족오락관' 26년을 외쳐 왔던 '몇 대 몇'은 오늘 여기까지다. 대단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허참은 이 마지막 인사 동안 감정이 북받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지난 시절 함께했던 MC들이 띄운 영상 편지를 보다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방송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17년 MBC '일밤-복면가왕'에서는 복면가수 '스컹크'로 출연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가면을 벗은 허참을 보고 진행자 김성주는 "허참을 보고 MC 꿈을 키웠다"며 자신의 유행어 '바로'의 원조가 '몇 대 몇'이라고 말해 존경을 표했다.
이에 허참은 "즐거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께 즐거움을 드리자는 생각으로 나왔다"며 "시청자들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에 나와 한몫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는 말로 화답해 천상 방송인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3일이며 장지는 경춘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