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29일자로 딱 100일 남았다. 수치상으로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임기 말까지 지지율 40%를 유지하며 높은 상황이지만 청와대의 분위기가 밝지는 않다. 당장 정권 연장이 위험에 처했다. 문 대통령이 공을 들여오던 코로나19 대응과 한반도 평화도 삐걱거리고 있다. 100일간 저자세로 안정을 추구할지, 끝까지 돌파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지. 문 대통령이 기로에 서 있다.
중동순방 확진으로 어수선하게 맞은 D-100, 정권연장 빨간불에 靑 불안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100일을 남긴 청와대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다. 아프라카·중동 등 3개국을 순회한 마지막 순방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순방단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자 해명에 진땀을 뺐다. 특히 신년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으로 의구심이 커졌다. 청와대는 순방단의 일부 확진과는 상관없다고 했지만, 기자회견을 취소하면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여권 지지층들 사이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로서 가장 큰 아이러니는 정권 연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이재명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합 열세인 상태로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한 채 설연휴를 맞고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은 이 후보가 요구했던 추경안을 지시하고 지방 행보를 늘리는 등 튀지 않게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해왔다. 지난해 연말 문 대통령이 단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결정도 여권에 득이 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측면 지지 속에서도 대선 승리는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도 꾸준히 40%를 기록하는 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그에 밑돌며 답보상태를 보여 정권 지지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당과 후보 측은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다가도, 정권 지지층 달래기에 나서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와 평화 모두 위기, 文대통령 끝까지 돌파 리더십 발휘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방역·의료 상황을 점검한뒤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청와대에서도 대선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관계자는 "후보가 스스로 위기를 돌파해야지, 청와대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느냐"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설 연휴 전 신년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을 두고 '여권으로 시선을 돌릴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우왕좌왕하는 당과,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청와대 사이에서 긴장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대 성과로 꼽히는 코로나19 방역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위기다.
문 대통령은 오미크론 확산을 대비해 준비를 하라고 수차례 지시를 내렸지만, 바뀐 검사 및 치료 체계로 현장에서 혼란을 겪을 조짐이 있다. 북한이 새해 들어 6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무력시위를 이어가면서 임기 말 '종전선언'을 추진해왔던 정부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으로 여러 위기 상황에 봉면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어떤 자세로 마무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여러차례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직접 등판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임기 말 권력 누수인 '레임덕'이 거의 없는 정권인 만큼 끝까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하나하나 살피며 상황을 타개했다"며 "적어도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임기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