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美빌보드 달라진 순위 집계, K팝 겨냥한 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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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음원 중복 구매 엄격 제한…"편법 요소 제한한 것"
한 주에 1인당 다운로드 4건까지 인정하던 규정 1건으로 축소
앨범과 싱글 가격 각각 3.49달러, 0.39달러 미만은 집계서 제외
"빌보드, 시대 흐름에 맞게 차트 신설하거나 규정 변화 꾸준히 해 와"
"다운로드 수치 높은 BTS 등 K팝 아티스트에 일정 부분 영향 예상"

싱글 뮤직 홈페이지 캡처싱글 뮤직 홈페이지 캡처미국 빌보드 차트가 올해부터 음원의 디지털 판매(다운로드) 중복 구매를 제한하고, 앨범과 싱글의 헐값 판매에도 제동을 건다.

빌보드는 지난해 12월 8일(현지 시간) 싱글 뮤직 홈페이지에 '2022년 빌보드 정책 업데이트&규칙 변경'을 공지했다. △한 명이 음원 다운로드한 수치를 1주 4회→1회만 인정하고 △3.49달러 미만의 앨범과 0.39달러 미만의 싱글은 판매량 집계에서 제외 △의류·액세서리 같은 굿즈(상품)와 콘서트 티켓 등이 포함된 앨범도 판매량 집계에서 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빌보드는 차트 순위를 매길 때 바탕이 되는 MRC데이터와 함께 이 같은 정책을 고안해 발표했다. 어떤 배경에서 집계 방식을 바꾸었는지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집계 방식 변화의 핵심은 '중복 구매'를 엄격하게 제한한 점이다. 수십 번 다운로드를 하더라도 한 이용자당 주 1회만 집계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높은 다운로드 구매량이 뒷받침돼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빌보드와 MRC데이터가 지난 6일(현지시간) 공개한 2021 미국 음악시장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버터'(Butter)는 연간 총 188만 9천회 다운로드돼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워커 헤이즈의 '팬시 라이크'(Fancy Like)는 49만 9천회로 약 4분의 1 정도고, 10위권 내 곡들의 다운로드 수치도 20만~40만회에 불과하다.

디지털 음원 판매량을 매기는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의 연간 톱10에는 '버터'뿐 아니라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다이너마이트'(Dynamite),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까지 방탄소년단의 노래 4곡이 포함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영어 싱글 '버터'(Butter)는 오랫동안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곡으로, 높은 다운로드 판매량이 뒷받침된 사례 중 하나다. 그해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내 스트리밍 횟수 3220만건, 다운로드 수 24만 2800건,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수 1810만명을 기록해, 6월 2일자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로 데뷔했다. 그 후 '버터'는 무려 통산 10회 정상에 올랐다.

"다운로드로만 순위 높기 어려워…1위 할 노래, 못하는 경우 없을 것"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5월 발매한 영어 싱글 '버터'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통산 10번의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박종민 기자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5월 발매한 영어 싱글 '버터'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통산 10번의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박종민 기자정민재 음악평론가는 "빌보드는 인기 곡을 차트에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계속해서 차트를 업데이트해 왔다. 동시에 차트의 공정성을 떨어뜨리거나 편법을 쓰는 요소·행위는 제한하려고 해 왔다. 다운로드 중복 집계가 안 되게 한 것도 그런 일환으로 볼 수 있다"라며 "대체로 다운로드 수치가 높다고 순위가 높은 경우는 드물기에, (이번 변화로) 1위 할 노래가 1위를 못하는 경우는 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음원) 다운로드 시장은 사라지다시피 했고, 팬들이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팬덤이 열성적으로 집단행동을 하는 문화가 아니다. 또, 실제로 필요에 의해 중복 다운로드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기존) 방식을 유지한 것인데 (이를 통해) 팬들이 차트에 진입하려고 계속 시도해 온 게 사실"이라며 "K팝 아티스트를 겨냥했다기보다는, 차트에 (인위적) 영향을 주는 것을 제한하는 방향이기에 바람직한 변화로 본다"라고 말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 역시 링톤(벨소리) 차트, 아이튠즈 차트, 소셜 차트 등 다양한 분야 차트가 생기고 사라진 사례, 유튜브 조회수를 반영하거나 스트리밍 횟수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 등을 예로 들어 "빌보드는 차트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 시대 미디어 트렌드에 따라 차트에 변화를 줘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빌보드가 집계 방식을 손대지 않다가 이번에 갑자기 바꾼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미디어 환경이 정말 빨리 바뀌기 때문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K팝 아티스트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이 가는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눈에 띄는 변화로 보이는 게 아닐까"라고 바라봤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도 빌보드가 주기적으로 규정을 바꾸고 있다는 점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빌보드에서 반드시 K팝을 의식해서 규정을 바꾼 것은 아니겠으나 K팝을 포함해 팬덤의 전략적인 다운로딩 같은 것을 경계하려고 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몇 년 전에도 K팝을 의식해서 유료 스트리밍 비율을 늘렸단 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는 투명도를 높이고 듣는 해빗(습관)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자 한 것일 테고, 결과적으로는 K팝이나 팬덤 중심의 음악들에 게이트 키핑을 가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K팝이라는) 큰 물결을 규정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K팝 가수들 목표 '빌보드 진입' 상징성…업계 "일단 지켜봐야"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이나 일부 비메인 차트에 치중해 있긴 하지만 트와이스, 세븐틴, NCT 127,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에스파, 아이브 등 수많은 K팝 가수들이 빌보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거 가수들의 목표가 '신인상'이나 '음악방송 1위'였다면 요즘은 '빌보드 차트 진입'을 말할 정도로 빌보드가 지니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따라서 '빌보드 집계 방식 변화'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K팝 가수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직 집계 방식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장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가요 관계자 A씨는 "그것(차트 개편)에 따라서 프로모션이 바뀌거나 한 건 아니라서 큰 변화는 못 느끼고 있다. (정책 변경은) 인지하고 있고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가요 관계자 B씨도 "어떤 대비를 한다기보다는 추이를 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 C씨는 "계속해서 플랫폼이 바뀌지만, 그중에서도 빌보드는 큰 상징성을 가진 차트이다 보니 (변화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 K팝 아티스트들은 K팝 아티스트만의 특수성이 있어서, (개편된 집계 방식이) 어떻게 작용할지 우리도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지표가 어떻게 나올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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