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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 고통받을 때 불교계 뭐했나"…명진승려의 일침[이슈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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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비판 영상 확산…"부처가 내 얼굴 보러 돈 내라 했더냐"
당대표까지 나서 거듭 사과에도…불교계 승려대회 강행
허정 승려도 "주위 승려들도 어불성설이라고…" 우려
조계종 "종교 편향 불교 왜곡 극에 달했다" 정부 비판

명진 승려 유튜브 영상 캡처명진 승려 유튜브 영상 캡처해인사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지적하다 '봉이 김선달' 등의 발언으로 불교계의 반발을 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끝내 사과했지만, 조계종은 지난 21일 대규모 승려대회를 강행하며 "사기꾼으로 몰았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봉은사 주지 출신으로 종단을 비판하다 승적을 박탈 당한 명진 승려가 불교계를 향해 쓴소리를 내놔 재조명되고 있다.

명진 승려는 지난 7일 본인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타인의 고통이라든가, 세상에 약자들, 힘 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받을 때 조계 종단이 전부 들고 일어난 적이 있었느냐"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해서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랬고 광주항쟁, 4.19혁명 당시에도 사회적 약자들이 권력에게서 신음할 때 불교계가 지금처럼 온 종단이 나서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정청래 의원의 최근 발언이 실수였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문화재 관람료라고 해서 절 입구에서 받는 입장료 문제는 오래 전부터 문제가 돼 있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난 1972년 5월에 보도된 동아일보 기사.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캡처지난 1972년 5월에 보도된 동아일보 기사.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캡처실제로 지난 1972년 5월 동아일보는 등산길목 곳곳에 위치한 일부 사찰들이 '관람료'를 받아 등산객들의 불만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되자 조계종 측은 이듬해 "관람료 징수는 문화재 보호법에 준한 것으로 등산객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있으면 개선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명진 승려는 "부처가 관람용이냐, 부처 모셔진 탑이 관람용이냐. 귀의처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부처를 보고 싶어도 관람료를 낼 돈이 없는 거지도, 노숙자도 (들어오겠느냐) 부처가 내 얼굴 보려면 돈 내라 이러셨던 분이냐. 너무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명진 승려는 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다 소신한 문수 승려와 조계종 승적을 반납한 수경 승려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49제 행사를 조계사에서 하기로 해놓고 그걸 못하게 막았던 게 조계종 총무원"이라며 "그래서 수경 승려가 당시 실망이 컸기 때문에 승적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며 "법 구경에도 '칭찬해도 좋아할 것 없고, 남이 훼손할 대도 괴로워할 것이 없다. 무거운 바위 같아서 칭찬이나 비난이나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것이 진정한 수행자다'라고 나와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언급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논란에 휩싸였다. 불교계가 정 의원의 자진 탈당을 촉구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연이어 사과했고 정 의원도 "참회한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와 관련 전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이었던 허정 승려는 지난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문화재 입장료 문제는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됐었는데, 국회에서 한 마디 더 했다고 그걸 완전히 죽을 잘못한 사람처럼 하면서 승려대회까지 끌고 간다고 하는 것은 이건 너무나 비상식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위 승려에 물어보니까 그 승려들도 지금은 때가 아닌데 저건 아무리 명분이 타당하더라도 저런 건 안 된다(고 했다), 어불성설"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코로나 시대에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승려대회는 원치 않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는데 종단은 이런 승려들의 마음을 읽지도 못하고 뭔가 강행하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몇몇 사람들이 선거 기간에 뭔가를 정부를 압박해보겠다든가 아니면 종교편향이란 문제를 들춰서 분노를 일으켜서 뭔가 자기들이 원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민심을 끌고 가려고 하는 이런 순수하지 못한 것들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조계종 측은 다음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대규모 승려대회를 강행하며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고 규탄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 승려는 이날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는 상황에 전국승려대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회를 열게 된 것은 그만큼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열린 승려대회에 수천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역당국은 관할 지자체가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정규 종교활동이 아닌 행사·집회인 경우에도 접종완료자로만 299명까지 허용되기 때문에 방역수칙 위반이 확인되면 지자체가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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