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에서 KT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사장(우측)과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좌측)이 'KT-신한은행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KT 제공 KT와 신한은행이 4375억 원을 투자해 서로의 지분을 취득하는 '핀테크 혈맹'을 맺었다. KT가 가진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역량과 신한은행이 가진 금융 데이터 등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양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KT는 이번 '빅딜'로 글로벌 규제에 따른 NTT도코모 지분 매각 이슈도 해결했다.
미래금융DX, 플랫폼 신사업 등 23개 공동사업 본격화
KT는 지난 17일 신한은행과 미래금융DX 사업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 메타버스, NFT, 빅데이터, 로봇 등 영역에서 미래금융DX(디지털전환), 플랫폼 신사업을 중심으로 23개 공동사업을 본격한다.
미래금융DX 분야에선 KT의 데이터분석, 자연어처리(NLP) 등 AI역량과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 기반으로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완성한다. AI뱅커가 고객을 응대하는 신한은행의 미래형 점포 '디지로그(DIGILOG)'에 KT의 AI, 로봇, 미디어월 등 혁신 솔루션을 더하는 모습이 될 전망이다.
KT와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기반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특화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도 개발한다. KT 잘나가게 플랫폼의 입지상권데이터 등과 연계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등 플랫폼 신사업을 통해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 △KT가 보유한 상권정보 등을 접목해 차별화된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공동 SI펀드(전략적 투자 펀드)를 조성해 국내외 기술력 있는 벤처에 대한 투자와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각 4375억 투자해 지분 맞교환…신한금융 KT 2대 주주로
이들은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각 4375억 원을 투자, 지분 취득에도 나선다.
KT는 먼저 신한은행이 비상장사인 점을 고려해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매입한다. 오는 26일부터 1년간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통해 지분 약 2.08%를 취득한다.신한은행은 NTT도코모가 보유했던 KT 지분 5.46% 전량을 매입했다. 신한라이프생명보험, 신한금융투자 등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신한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KT 지분은 약 5.48%에 이른다. 이로써 신한금융 측은 NTT도코모를 대체하는 KT 2대 주주가 됐다.특히 KT는 이번 지분교환으로 2대 주주였던 NTT도코모의 지분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TT도코모는 지난해 NTT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NTT는 일본 자본시장 규제 변화로 NTT도코모의 KT 보유 지분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KB증권 김준섭 애널리스트는 "NTT 도코모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장내에서 대량 매각되지 않았다는 점은 KT의 주가 하락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디지코 전환' KT- '빅테크 위협' 신한은행 맞손
1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에서 KT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사장(앞줄 우측)과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앞줄 좌측)이 'KT-신한은행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유관 임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는 모습. KT 제공양사의 협력은 미래 디지털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KT는 구현모 대표의 취임 이후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은 내수 기반인 만큼 안정적이지만 성장이 정체됐다. 새로운 먹거리를 끊임없이 발굴하는 이유다. AI, IDC(데이터센터), 클라우드, DX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구 대표는 이를 위한 방법론 중 하나로 제휴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6월 B2B 금융 시장 선도를 위해 국내 1위 엔터프라이즈 핀테크 전문기업 웹케시 그룹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초부터 아마존과 AI 음성기술 연구 및 서비스 공동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지난해 6월엔 아마존의 글로벌 음성 에이전트 프로그램인 VII에 합류했다. 글로벌데이터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을 인수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투자만 1조원이 넘는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기술력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가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신한지주는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출신인 김명희 부사장을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영입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최근 일부 금융사들은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종 업종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디지털 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미래 금융 산업 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협업에도 눈길…KT "문제 없어"
연합뉴스
한편 'KT-신한은행' 협력이 주목을 받으면서 덩달아 'KT-우리은행'의 협력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KT와 우리은행은 그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2대 주주이고, BC카드의 2대 주주는 우리카드다.
다만 KT는 신한은행과의 협업은 지난해 9월부터 논의되어 왔으며 우리은행과의 협업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신한금융그룹과 디지털 신사업 및 플랫폼 역량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이후 양사가 그룹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 금융 선도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파트너사를 확장해나가는 단계로 보면 될 것 같다"며 "우리금융지주와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계속 사업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