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병원까지 15시간 30분··이게 전남 동부권 의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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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해 의료계 반발로 정부의 의료인력 확충 추진 정책이 사실상 중단돼, 전남도의 숙원 사업인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설립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남CBS는 신년기획으로 중증환자 치료 시설이 취약한 동부권의 의료 현실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대책을 짚어 본다.

산업단지 밀집 전남 동부권··대형사고 치료 병원 없어
동부권 중증응급환자 비율 19.1% 전국서 가장 높아
인구 천명 당 의사수 1.44명 불과··최하위 수준 차지
"도민 생명권 보장할 의대 유치 기반 의료시설 시급"

▶ 글 싣는 순서
 화상병원까지 15시간 30분··이게 동부권 의료 현실
(계속)

순천대 의대유치 추진위 위촉식. 순천시 제공 순천대 의대유치 추진위 위촉식. 순천시 제공 #지난 2013년 3월 여수국가산단 대림사업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크게 다쳤다. 전신의 60%에 화상을 입은 노동자를 포함한 3명이 화상전문병원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15시간 30분. 여수 병원을 거쳐 광주, 서울 대학병원으로 가는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골든타임을 놓친 탓에 사고가 난지 8년이나 지났지만 이들은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 전남.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전남 동부권에는 이같은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대학병원이 없어 의과 대학 유치는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순천시의 용역 연구 결과, 전남 동부권은 중증응급환자 비율은 19.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응급 환자를 더 큰 병원으로 옮기는 전원율은 9.9%로 전국 평균(5.2%)에 비해 무려 두 배가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수산단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 등 난이도가 높은 응급 및 중증질환과 산업재해에 대한 의료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의 병원 전원율이 높아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산단에서는 손가락 끼임으로 인한 절단사고, 화상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들이 이같은 사고에 처했을 때도 지역에서는 치료할 수 있는 곳이 없어 광주로 서울로 병원을 찾아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전남과 경남지역 9개 지자체로 구성된 '남해안남중권 발전협의회'는 지난해 7월 전남 동부권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협의회는 건의문에서 전남 동부권의 인구가 85만 명에 달하고 국가 주요 산업시설이 밀집해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의료시설을 갖추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주민이 공평하게 의료 복지를 누리고 대규모 산업재해와 응급상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며 전남 동부권에 의대를 설립해 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최관식 민주노총 여수지부장은 "여수산단에서는 대형사고 뿐 아니라 손가락 절단, 화상과 같은 사고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 여수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무조건 광주 병원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라며 "치료하기 위해서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수를 포함한 동부권에 3차 의료기관, 특히 산재 치료가 가능한 공공의료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동부권의 열악한 의료 현실은 이 뿐만이 아니다.

동부권 인구수 85만 명 가운데 인구 1천 명당 의사수는 1.4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2.4명, 서부권 1.58명에 비해 최하위 수준인 것이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특히 전문의 부족 문제는 의료 수준으로 이어지는데 전남의 경우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수는 내과의 경우 860명으로 전국 평균 363명의 두 배를 크게 웃돈다.

전문의가 부족한 데는 전국 의과대 졸업생의 약 60~70%가 수도권으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들의 약 30%만 지방에 남고 있어 지방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고향에서 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순천대와 순천시는 의과대학이 유치되면 관련법상 대학병원을 건립하게 되고, 지역을 기반으로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해 의료진 공백도 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순천대학교 박기영 의과대학설립추진단장 "부속 병원에 있는 교수는 의료인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진료가 가능하게 되고, 또 거기서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이 전문의가 돼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며 "도민들의 생명을 보장하는 의료시설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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