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이 29일 오후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양 전 회장은 그 동안 노환에 따른 폐렴 증세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양 전 회장은 1940년대 부산에 차린 고무신 공장으로 시작해 1980년대 중반에는 재계 서열 7위의 국제그룹으로 키웠다.
당시 국제그룹은 모기업인 국제상사를 비롯해 연합철강공업,국제종합기계,국제방직,국제종합건설,국제통운,동서증권 등 2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1985년 전두환 정권 때 그룹이 해체되면서 주력 계열사였던 국제종합건설과 동서증권은 극동건설그룹에, 나머지 계열사와 서울 용산의 국제그룹 사옥은 한일그룹에 각각 넘어갔다.
1985년 2월 당시 주거래은행이었던 제일은행은 자금난에 빠진 국제그룹의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뒤 곧바로 그룹 해체 작업에 들어갔고 국제그룹은 1주일만에 공중분해됐다.
무리한 기업 확장과 과도한 단기 자금 의존, 해외 공사 부실 등 내부 문제도 있었지만 전두환 정권에 밉보여 희생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양 전 회장은 이후 정권이 바뀌자마자 정부를 상대로 국제그룹 해체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1993년 7월 29일 재판관 8인의 다수의견으로 "정부의 공권력 행사가 기업활동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양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양 전 회장은 그러나 정관계 로비자금 유포 사건 등에 휘말리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결국 그룹 재건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유족으로는 장남 양희원 ICC대표와 사위 권영수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이현엽 충남대 교수 등이 있으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영안실 20호에 차려졌다.
발인은 4월 1일 오전 9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전화 02-3010-2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