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제공군 당국은 지난 5일 북한이 발사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 발표와 달리 성능이 과장돼 있으며 국제사회가 통상적으로 정의하는 극초음속 무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7일 기자들에게 "이번 미사일 속도는 마하 6, 고도 50km 이하이며 비행거리는 북한 주장대로 700km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초도 평가하고 있다"며 "사거리와 측면기동 등 성능은 과장됐고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은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극초음속이 나오긴 하지만 '극초음속 무기'는 아니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거리 500km 이상 탄도미사일은 기본적으로 속도가 마하 5 이상은 나오게 돼 있다"며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 형태를 보면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가 아니라 기동형 전방체(MaRV)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극초음속 무기 기본개념을 알아야 한다. 극초음속(hypersonic)이란 음속(340m/s, 마하 1) 5배, 즉 마하 5 이상을 뜻한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도 상승단계 이후 표적을 향해 떨어지는 종말단계 등에서 마하 5 이상 속도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활공하며 비행궤도를 원활하게 바꿀 수는 없기에 이런 형태를 극초음속 무기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북한이 발사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 뉴스1 제공
극초음속 무기 종류 중 하나인 HGV는 탄도미사일을 1단 추진체로 하되 여기에 자체 추진력 없이 활공하는(gliding) 비행체를 실어 날려보내는 방식이다. 활공체엔 자체적으로 가속하는 엔진은 없고, 날개와 추력기(thruster, 자세 제어 등에 쓰이는 소형 로켓)를 통해 비행 경로를 바꾼다.
진짜 극초음속 무기라고 부르려면,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내며 비행거리 2/3 이상을 활공하고 그러면서도 순항미사일처럼 비행궤도를 원활히 바꿔 빠른 시간 내 원하는 표적을 원하는 비행경로로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은 여기에 미달한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은 최대속도가 마하 6을 기록하긴 했지만, 상승한 뒤 하강하는 과정에서 속도가 떨어졌다"며 "이런 것을 HGV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일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퍼싱 2 MRBM에 장착된 MaRV가 어떻게 표적을 향하는지 표현한 그래픽. 미 육군 제공그 대신 탄도미사일 정확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 수십년 전부터 MaRV라는 개념이 개발됐다. 이는 통상적인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기동형 전방체' 또는 '기동탄두 재진입체'라고 번역된다.
MaRV는 1단 추진체가 분리되고 홀로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2단 탄두에서 별도로 장착된 엔진을 통해 경로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미군은 이를 적용한 퍼싱 2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1980년대 유럽에 실전배치했다.
군 관계자는 "실제 궤적을 확인한 결과,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는 없지만 북한 주장이 완벽히 구현되지 않았다"며 '기술이 업그레이드된 일반 탄도미사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극초음속 상태에서 상하좌우 측면기동하는 기술이 이번 발사에서 실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MaRV 관련 기술은 우리나라도 현무-2C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똑같이 적용했고, 이미 실전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무 미사일은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퍼싱 2를 상당 부분 참고해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날렵한 글라이더 아닌 곧은 원뿔 형태…"활공 부적합, 오히려 화성-8형이 HGV에 가까워"
실제로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 형태를 보면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과는 또 다른, 일반적인 미사일에 가까운 곧은 원뿔 형태에 가깝다. 화성-8형은 위에서 볼 때 오히려 오징어와 좀더 비슷한 날렵한 글라이더 형태였다.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 뉴스1 제공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같은 초기속도로 활공시켰을 때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양항비(lift-to-drag ratio, 항공기나 글라이더 날개의 받음각에서 양력과 향력의 비율)를 보면 된다"며 "이번 미사일은 양항비가 낮다. 즉 활공하기에 적합한 형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극초음속 무기 선진국인 러시아 '아방가르드', 중국 DF-17 HGV는 모두 화성-8형처럼 가오리 또는 오징어에 가까운 글라이더 형태다.
다만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LRHW의 경우 C-HGB라는 이름으로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형태가 좌우대칭 원뿔형이다. 때문에 이런 형태로 극초음속 무기를 만드는 일이 원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예상된다. 물론 LRHW가 아직 실전배치되지는 않았다.
때문에 군 당국은 오히려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이 HGV에 가까운 형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화성-8형 발사 당시엔 마하 3을 기록해 극초음속 무기를 정의하는 기준에 미달하기는 했다.
"우리 미사일, 질적인 측면에서 우위…현 방어체계에서 우려할 수준 아니다"
군은 이와 함께 우리 군이 미사일 기술 면에서 우위에 서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국방부는 "미사일 능력을 비교하면 우리 군은 정밀유도 기술과 고위력 탄두 등 질적인 측면에서 우세하다"며 "현재 한미연합자산으로 탐지와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도 "마하 5~6 정도 되는 미사일에 대한 방어는 현재 우리나라가 준비하거나 운용하는 방어체계에선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답했다. MaRV는 이미 오래된 기술이고 이곳저곳에서 쓰고 있는 만큼, 우리가 갖추고 있는 탄도미사일 방어 대책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에 쏜 미사일은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1'에서 공개된 미사일로 추정되는데,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9월 28일 발사한 북한 주장 미사일(화성-8형) 대비 4개월 만에 추가적인 기술적 진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설명이 맞다고 해도 화성-8형과 같은 HGV가 지속적인 개발을 거듭해 실제 극초음속을 기록하면서 상하좌우 변칙기동을 하게 될 경우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극초음속 무기는 미국조차도 아직 실전배치하지 못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여러 차례 시험발사를 해야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어렵기에 북한이 이를 성공시키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사일 기술이 더욱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 군 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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