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QRC 100억대 범죄수익금 은닉, 이천시가 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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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수천억대 불법 다단계'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QRC뱅크 대표가 수십억원을 '기숙학원 사업'에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천시가 해당 학원 설립 과정에서 특혜를 주는 등 범죄수익 은닉에 기여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문제의 기숙학원…QRC 대표 명의로 한 차례 변경
'부동산개발업' 비등록…경기 이천시청 인허가 내줘
40억원 투자, 현재가치 120억원…범죄수익금 오히려 증식
검찰 "범죄수익금, 철저히 보전 조치할 것"

2021년 3월 19일 QRC뱅크가 토지주 3명으로부터 토지 및 신축 중인 건물, 사업권 등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 양수인으로 '(주)큐알씨뱅크' 고모 대표가 찍혀 있다. 독자 제공2021년 3월 19일 QRC뱅크가 토지주 3명으로부터 토지 및 신축 중인 건물, 사업권 등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 양수인으로 '(주)큐알씨뱅크' 고모 대표가 찍혀 있다. 독자 제공'수천억대 불법 다단계'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QRC뱅크 대표가 수십억원을 '기숙학원 사업'에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천시가 해당 학원 설립 과정에서 특혜를 주는 등 범죄수익 은닉에 기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A(44)씨, B(51)씨, C(64)씨는 기숙학원을 짓기 위해 2018년쯤 경기도 이천시의 농지 약 1400여평 구입했다. 이후 이들은 관할 지자체인 이천시청에 '교육연구시설(학원)'을 짓겠다며 인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부동산개발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였다. 현행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르면 '타인에게 공급할 목적으로 건축물의 연면적이 2천㎡ 이상의 부동산개발을 업으로 영위하려는 자'는 지자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

이때 '부동산개발업'으로 등록하려면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법인은 3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하고, 개인사업자는 6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기술인력으로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하고, 자격을 갖춘 후 부동산개발협회에서 수료증을 이수해야 하는 등 나름 까다롭다.

하지만 이들은 건축물을 완성한 뒤 타인에게 매매·임대 등 하지 않고 스스로 해당 건물에서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부동산개발업 비등록'으로 이천시청으로부터 해당 건축에 대한 인허가를 받았다.

만약 이를 어기고 건축물을 짓는 도중 또는 완성한 뒤 타인에게 매매·임대 등을 한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비등록 건축물로 인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한 경우 건축주가 파산·사망하는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에서 명의를 변경해주지 않는다.

2021년 4월 30일 양수인이 QRC뱅크에서 QRC에듀로 바뀌어 있다. 독자 제공2021년 4월 30일 양수인이 QRC뱅크에서 QRC에듀로 바뀌어 있다. 독자 제공최초 이들 3명은 '(주)다올'이라는 법인에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뒤 건축주 명의를 (주)다올로 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19일 QRC뱅크에 토지와 신축 중인 건물, 그리고 사업권까지 모두 넘기기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비등록'으로 건축 중인 상황이라 명의 변경에 있어 어려움이 발생했다. 더불어 계약서를 작성한 시점에 QRC뱅크가 '불법 금융다단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토지를 담보로 빌린 대출 인계도 어렵게 되는 등 이중고에 빠졌다.

그러자 QRC뱅크의 고모(40) 대표는 'QRC에듀'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고, 토지주 중 한 명인 A씨와 둘이 공동 대표에 오른다. 토지 및 공사 자금은 QRC뱅크가 대지만 QRC에듀 명의로 토지와 신축 중인 건물, 그리고 사업권까지 모두 양수받기로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

문제는 이때 이천시청이 (주)다올에서 QRC에듀로 건축주 변경을 승인해 줬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개발행위를 허가해줬다가 이를 뒤집은 셈이다. 결국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한 이들은 건축주 명의를 (주)다올에서 QRC에듀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이천시청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비등록이 맞다"면서도 "(주)다올이 과다한 채무 등으로 인해 사업을 끌고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다올 측에서 첨부한 서류를 바탕으로 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령상 과다한 채무로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 또는 개인이 인허가 담당하는 행정기관에 그 사유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소명하면 건축주 변경이 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근거는 담당자가 맞춰서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QRC에듀의 공동 대표 두 명 중 한 명인 A씨가 이전 건축주였던 (주)다올의 공동 대표였고, 다른 공동 대표인 고 대표 또한 QRC뱅크로 인해 수사를 받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석연치 않은 설명이다.

명의 변경을 승인해 준 사유가 '과도한 채무' 인데, 바뀐 법인의 대표가 이전 법인의 대표 중 한 사람인데다가 또 다른 대표는 범죄에 연루돼 수사를 받는 등 신용에 문제가 있었던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천시청 관계자는 "명의가 바뀌는 건축주에 대해서는 법규상 추가적으로 조사하는 등 검토할 필요가 없다"며 "당시엔 고 대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QRC뱅크로 벌어들인 범죄수익금 약 40억원이 수차례에 걸쳐 QRC에듀 등을 통해 기숙학원 사업을 위한 토지 및 공사 대금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후 고 대표는 QRC에듀 공동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불법 금융 다단계 혐의로 구속됐다.

단독 대표가 된 A씨는 건축을 계속 진행했고, 현재 해당 기숙학원은 준공 승인까지 나서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이 입점해 영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 건물과 토지의 가치는 약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3월 19일부터 5월 24일까지 5차례에 걸쳐 토지 대금 11억원이 QRC뱅크 명의로 입금됐다. 독자 제공2021년 3월 19일부터 5월 24일까지 5차례에 걸쳐 토지 대금 11억원이 QRC뱅크 명의로 입금됐다. 독자 제공최근 고 대표는 불법 다단계 피해자들과의 합의문에서 "건축주 (주)큐알씨에듀가 준공 후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면 금융기관에서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해당 건물이 QRC뱅크 소유라고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A씨는 "QRC뱅크로부터 들어오던 투자금이 중간에 끊겨 건물 완공을 위한 나머지 자금은 내가 조달했다"며 "나도 고 대표에게 속은 피해자다. 고 대표가 수사를 받고 있는지 한참 뒤에야 알았고, 해당 돈이 범죄 수익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상 QRC뱅크가 투자 계약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내가 다 가져갈 수도 있지만 피해자들이 있다고 하니 도의적인 차원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일부 환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뒤늦게나마 고 대표가 은닉한 자산을 추가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과정에서 확인되는 범죄수익에 대해서 철저히 보전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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