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아닌 격리…응급입원에 9시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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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2년. 의료대응 체계는 한계를 넘었고 의료진은 중노동을 버티지 못해 사직하고 있다. 중환자들이 병상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일은 이제 비일비재하다. 방역은 단계적 일상회복에서 거리두기 강화로 U턴했고 K방역을 자축하던 대통령은 고개를 숙였다. 의료진과 환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난 2년간 정부 방역의 성적표를 점검한다.

[K방역위기③]
재택치료 부모 "차라리 확진이 편할 듯"
응급상황 발생 시 즉시 대처 어려워
모니터링 의료인력 "환자 파악 어려워"
전문가 "재택치료 빗장 너무 일찍 열어"

▶ 글 싣는 순서
비닐 입고 간호…"같이 죽자"는 환자에 맞기도
병상 기다리며 숨져가는 환자들…"정부가 죽였다"
③재택치료가 아닌 방치?…격리하다 온가족 확진도
(끝)

연합뉴스연합뉴스서울에 거주하는 A(33)씨는 지난 6일 갑자기 갈 곳을 잃었다. 부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다. 원칙상 집에서 격리생활을 할 수 있지만 전파 위험이 두려워 A씨는 지인의 집에 당분간 얹혀 살기로 했다. '재택난민' 생활을 한 것이다. 보건소에서는 생활공간을 분리하고 화장실도 따로 쓰면 된다고 했지만 자택이 넓지 않아 현실성 없는 얘기로 들렸다. A씨는 "동거가족이 감염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게 왜 치료라고 하는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에 거주하는 B(67)씨는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재택치료를 시작했다. 고령이지만 증세가 경미해 자택에 머무는 것을 결정했다. 그러다 이틀 뒤인 4일 새벽, B씨는 심한 두통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119를 호출했다. 그러나 구급대는 코로나19 환자임을 확인한 뒤 상황실 조치가 필요하다며 바로 이송하지 않았다. 상황실과 통화가 된건 오전 8시쯤. 인근 병원에 병상이 없어 B씨는 오후 5시쯤이 돼서야 평택에 있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차라리 확진이 편해"…담당 의료인 "상태파악 사실상 어려워"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코로나19 재택치료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현재 재택치료가 치료보다는 방치에 가깝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소아를 키우는 부모의 경우, 둘 중 한명이 확진될 경우 감염을 피하기 어렵다는 호소글도 많이 게시된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아이를 케어해주기 어렵고 병상이 부족하다보니 함께 입소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6살 아이가 유치원에서 확진됐다고 소개한 한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마스크 두개를 쓰고 아이와 함께 잔다는 글을 올렸다. 아이가 엄마를 찾는 데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려고 하지 않아서다. 자신이 확진자라는 다른 한 엄마는 몸이 성치 않은 상태에서 확진된 세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쉬운 것도 아니다. 특히 수도권 같은 경우 24일 기준 입소까지 5~6일은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기준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대기하는 환자는 80명이다.

입소를 위해선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데 이 기간은 치료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입소 대기자에 대해서도 재택치료자에 준하게 관리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인력 상황으로는 쉽지 않다.

현재 의료인력들이 재택치료자들의 건강 상태를 하루에 두 차례씩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담당하는 환자가 너무 많아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재택치료 담당 간호사인 A씨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간호사회 측이 실시한 '현장 간호사 증언대회'에서 "정부에서는 그럴 듯하게 말하고 있지만 재택의료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코로나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고 병상은 없는 상황이다 보니 기본지침에는 입원요인이 있는 환자는 받지 않는 것으로 돼었었으나 현재는 그 경계가 불분명하여 제한 없이 환자를 받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지어 보다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체온과 산소포화도만 단 두 가지의 협소한 건강데이터만으로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는 고위험환자까지 관리하고 있다"며 "간호사 1명당 100명 혹은 그 이상의 환자를 관리해야하고 각 협력병원이나 보건소의 재택치료 당일 등록 수는 최대가 정해져 있지 않아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증상 환자에게는 하루에 한번 모니터링 전화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불가피하게 문자로 모니터링을 대신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한번은 환자 체온이 갑자기 오르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경우 늦게 발견돼 처방 등의 처치가 늦은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밖에 영상통화를 시행하려고 해도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있고 영상통화의 품질이 좋지 않아 대면진료보다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관할 보건소와 담당 공무원 등 인력도 과부하에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에 거주하는 28)씨는 재택치료를 받던 중 보건소로부터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격리해제서'가 문자로 잘못 전송된 것이다. 문자에는 타인의 이름부터 확진일 등 개인정보가 낱낱이 담겨 있었다.


관할 보건소에서 다른 사람의 격리해제서를 잘못 전송하기도 했다. 독자 제공관할 보건소에서 다른 사람의 격리해제서를 잘못 전송하기도 했다. 독자 제공

전문가 "재택치료 빗장 너무 일찍 열어….거주 구조 맞지 않아"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급속도로 전개하면서 재택치료를 너무 다수에게 확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병상 부족 상황 등을 고려한 정부가 입원 요인이 없는 70세 미만 등 재택치료 대상을 너무 넓게 허용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온 가족이 확진될 위험성이 커졌고 이 과정에서 중환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병상 및 구급대 인력 부족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환자가 많이 나오면 치명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재택치료 확대는 온가족이 감염될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상태가 나빠지면 이송한다고 하지만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태는 중환자 이송 말고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재택치료는 치료보다는 중환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경우 좁은 아파트에서 공용공간이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가족 간 감염이 더 활발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와 함께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동생활권을 통한 감염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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