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전두환 정권 시절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증언하다 계엄 포고령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가 4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부장판사는 21일 전두환 정권 때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 여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여사가 1980년 12월 군사 법정에서 징역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지 41년 만이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이 발생한 때는 전두환 군부가 민주항쟁 이후 전국적으로 활발히 전개되던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을 더 강하게 탄압하려던 시기"라며 "피고인이 대학생 시국 농성과 노동자 집회에 참석해 시위한 행위는 시기, 목적, 대상, 사용수단 등에 비춰볼 때 1979년 12월 12일부터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파괴 범죄에 대항해 시민이 전개한 민주화운동 및 헌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해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여사는 1980년 5월 4일 고려대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시국 성토 농성에서 학생 500여 명에게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에 대해 연설했다. 이어 같은 달 9일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노동 3권 보장', '동일방직 해고노동자 복직' 등 구호를 외친 혐의를 받았다.
계엄 당국은 해당 집회가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불법집회'란 이유로 이 여사를 체포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했다. 같은 해 12월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이 여사에게 징역 1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형 집행은 관할 사령관의 재량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재판은 검찰이 지난 4월 1980년대 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받은 민주화 운동가 5명에 대한 직권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5일 열린 결심에서 검찰은 "전두환이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뒤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라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시기와 동기 등에 비춰 헌정질서 파괴를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라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 여사의 아들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 연합뉴스이 여사의 아들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71)는 이날 뒤늦게 도착해 법정에 들어가지 못했다.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전씨는 "계엄군이 왜 어머니를 전국에 지명수배해서 감금하고 군사재판을 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이 41년 만의 재심이 1분여 만에 선고가 끝났다. 법정에 들어가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말했다.
전태일재단은 선고 뒤 성명서에서 "국가의 판결은 비록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무죄 판결은 이소선 어머니 한 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땅의 모든 전태일과 이소선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사죄하기를 사법당국에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