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다른 깊이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기 위한 마이크로 니들 개념도. 한국연구재단 제공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목표하는 깊이에 닿을 수 있는 3차원 마이크로 니들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21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임매순, 이병철 박사 연구팀(노현희, 윤영준, 박진수, 강동현 등)이 다양한 길이의 미세전극을 촘촘히 배열한 마이크로 니들을 제작할 수 있는 더 단순한 반도체 공정을 내놨다.
복잡한 굴곡이 있는 뇌, 망막 같은 3차원 조직 내 여러 층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들로부터 오는 신호를 동시에 기록하고 원하는 위치의 신경세포만 자극하기 위해서는 제각기 다른 길이의 전극들로 구성된 마이크로 니들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길이가 서로 다른 신경전극을 개별로 제작하고 조립하는 복잡하고 반복적인 방식을 거쳐야만 했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방식은 원하는 길이 배열 정보를 담은 포토마스크 디자인을 이용해 다양한 길이의 신경전극 다발을 한 번에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로 니들의 균일도와 생쥐모델 뇌조직에의 삽입력 측정 결과. 한국연구재단 제공연구진은 날카롭고 얇은 압정과 못이 벽에 더 부드럽게 잘 박히는 것과 같은 원리를 이용했다. 끝을 뾰족하게(전극 말단 단면 폭: ~145㎚) 하면서 종횡비를 높여 (25:1) 목표하는 신경 층에 정확히 위치하면서도 삽입 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 연구 대비 100배가량 작은 힘으로도 생쥐 뇌에 삽입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는 애벌레 가시 털이 생쥐 피부를 뚫는 힘과 비슷한 정도라고 연구진은 부연했다.
단위면적당 625개까지 미세전극을 아주 촘촘히 배열함으로써 신경 신호를 대량으로 읽어낼 수 있어 복잡한 신경망의 기능적 연결 관계를 밝히는 데 유용하도록 설계했다.
공정 최적화와 소자의 생체적합성, 전기적 특성 평가 등을 계획 중인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이용한 고밀도 신경신호 분석이 뇌의 효율적 동작원리 규명 등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노현희 학생연구원은 "실명한 동물 안구 내에 소자를 이식하고 망막을 전기적으로 자극해 인공 시각을 구현하는 전자약 실험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신진연구지원사업과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9일 재료과학 및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마이크로 레터즈(Nano-Micro Letter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