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원제철 한국국제물류협회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물류협회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자신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및 가짜수상 의혹 보도에 강력 반발했다가 재차 사과 의사를 밝히는 등 하루 종일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당사자의 사과 입장 표명과 별개로 캠프 측은 해당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다소 엇박자 양상을 보이면서 당분간 여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위경력 의혹'에 강력 반발하던 윤석열…반나절 만에 사과 급선회
윤 후보의 부인 김씨가 과거 허위 경력과 가짜 수상 기록을 대학에 제출했다는 의혹이 지난 14일 YTN 보도에서 제기된 후 약 30시간이 지난 15일 오후 윤 후보는 사과 의사를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쯤 기자들과 만나
"대선 후보 부인으로 과거 처신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국민 기대에 맞춰 저희가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것이 맞는 태도"라며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이고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것이 있다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사과 취지의 입장을 내기 직전에 부인 김씨의 '사과 의향' 입장 표명이 있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자신이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선후보 배우자로서 활동 시점에 대해선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허위경력 등 의혹에 대해 김씨가 먼저 '사과 의향'을 보였고, 연이어 윤 후보도 이에 동조하면서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보조를 맞춘 셈이다.
그러나 사과 입장이 나오기 불과 4시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
가까운 사람들 중에 대학 관계자가 있으면 시간 강사를 어떻게 채용하는지 한번 물어보라"며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그냥 공채가 아닌 겸임교수나 시간강사"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격앙된 톤으로 손을 흔들면서 기자들에게 "저쪽(민주당 측)에서 떠드는 얘기를 듣기만 하지 말고, 대학에 아는 분들 있으면 물어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날 자신의 허위경력 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진 직후부터 김씨는 이날 오전까진 인터뷰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윤 후보 또한 의도적인 여권의 공세에 다수 언론이 동조하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반나절도 안 돼 윤 후보의 입장이 급선회에는 부정적인 여론 확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처음부터 반박할 사안이 아니라 사과를 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었다"며 "김씨 주변 인사들과 수뇌부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서 일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은 사과했지만 선대위는 조목조목 반박…불씨 남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캠프 내부에선 윤 후보의 부인 관련 '
배우자 리스크'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돌발 사태가 번진 데 대한 전열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매번 같은 형태의 실책이 반복되고 있다"며 "민주당처럼 후보 배우자를 보좌할 담당자를 선정해 미리부터 언론 대응 등을 서로 논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실책도 실책이지만 진짜 더 큰 문제는 후보 배우자
김씨가 본인 스스로 정무적 대응 능력이 높다고 자평하는 등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와 부인 김씨 등 당사자들이 사과 입장을 보이며 일단 진화에 나섰지만
, 정작 선대위는 해당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다소 결이 다른 태도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수 응모 이력서에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근무'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등을 적었다. 그러나 당시 협회 관계자 등이 김씨의 재직 이력을 부정하는 인터뷰를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 등에도 허위 수상 경력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선대위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의 사과 직후 별도 입장문에서 "'채용비리'라는 식의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침소봉대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겸임교수는 '채용'이 아닌 '위촉' 형태이기 때문에 채용비리에 해당하지 않고,
'영락여상 미술강사'를 '영락고 미술교사'로 기재한 부분도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논란이 된 의혹들에 대해 인정을 하고 사과를 한 게 아니라,
의혹들에 대한 반박과 함께 도의적 차원에서 사과를 했다는 의미인 셈이다.
선대위 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과를 하기로 한 이상 이런 저런 조건을 달면 안된다"며
"후보가 어렵게 사과해놓고 선대위가 의혹을 반박하는 것은 엇박자"라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캠프 내부 참모들 사이에서도 사과하자는 쪽과 강행하자는 의견이 갈릴 순 있지만, 후보의 입장이 결정된 이상 일관성 있게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