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기관의 잇단 봐주기?…덴마크 기업의 수상한 전기 발전사업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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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수익은 세금으로 이뤄진다.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가 20~30년 장기계약해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을 민간영역으로 확대하면서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전국에 난립하면서 전국에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관련한 갈등 가운데 인천 앞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내·외 기업들과 지역민 간 갈등 사례를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해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편법·꼼수 판치는 인천 해상풍력사업①]
덴마크기업 오스테드코리아, 전기위원회에 발전시설 허가 신청
어민·주민들 "국내 최대 꽃게어장 없어진다" 반발
풍황계측기 설치 놓고 '오락가락'한 옹진군…특혜 의혹
인천해수청 "계측기 철거 할 수 있다→변상금냈으니 불법 해소" 말 바꿔
"인천시도 주민설명회에 동원?"…특혜 의혹에 "억울"
올해부터 해외자본의 민간 발전사업 참여 문 열려…어민들 불안 '증폭'

▶ 글 싣는 순서
①허가기관의 잇단 봐주기?…덴마크 기업의 수상한 전기 발전사업 신청
(계속)

해상풍력발전해상풍력발전
덴마크 기업인 오스테드그룹 산하 오스테드코리아 홀딩A/S(이하 오스테드코리아)가 최근 인천 앞바다에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하겠다고 허가 신청을 한 것을 놓고 담당기관들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는데도 불구하고 경쟁업체보다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다 담당기관들도 유독 해당 기업에게 느슨한 잣대를 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덴마크기업 오스테드코리아, 전기위원회에 발전시설 허가 신청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 등에 따르면 오스테드코리아는 최근 자사 지분 100%의 한국법인 '인천해상풍력 1·2호 주식회사'를 각각 설립한 뒤 전기위원회에 인천 앞바다에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업체는 8조원을 들여 인천 옹진군 덕적도 인근 서쪽 해상에 모두 총면적 275㎢, 발전량 1.6GW(기가와트, 1기가와트는 원자력 발전시설 1기가 생산하는 전기량 수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발전사업 허가 신청은 민간기업이 전기 발전사업을 하기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기 앞서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일종의 사업 자격증 신청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즉 이 허가를 받아야 발전사업 관련 시설들을 지을 수 있다.
 

어민·주민들 "국내 최대 꽃게어장 없어진다" 반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어민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덕적면·자월면 어촌계협의회 등 지역 16개 단체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 '국내 최대 꽃게어장에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서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발전단지가 조성되면 꽃게 조업 어장이 축소돼 어민뿐만 아니라 어구 공급사, 선원, 수산물 유통업자, 판매 소상인 등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천의 꽃게어장은 전국 꽃게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발전사업 예정지와 다소 떨어졌지만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섬 주민들도 반발했다. 발전사업 예정지가 해군이 관리하는 서북도서 항로 구간과 곂치기 때문이다. 이 항로는 북한의 포격도발 등 유사시 섬 주민들이 안전하게 육지로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대피항로다. 평상시에는 어선 등이 많이 다니지 않지만 군 작전과 유사시를 대비해 반드시 필요한 장소다.
 
어민들은 오스테드코리아 측이 발전사업 신청서를 제출하기까지 해당 기업이나 관할 지자체인 옹진군 등이 공청회 등 공식적인 의겸수렴도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풍황계측기 설치 놓고 '오락가락'한 옹진군…특혜 의혹


어민들은 전기위원회가 이번 오스테드코리아 측의 발전사업 신청이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당업체가 사업 신청을 하기까지 여러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관련기관과 지자체들이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면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다.
 
앞서 오스테드코리아는 발전사업 신청에 앞서 사업 타당성 등을 관측하기 위한 시설물인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면서부터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풍황계측기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하기 앞서 사업의 경제성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하는 장비다.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1년간 사업 예정지의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측정한 값을 제출해야 한다.
 
오스테드코리아는 지난해 옹진군으로 설치 허가를 받고 인천 앞바다 4곳에 계측기를 설치했지만 이 가운데 2곳은 관할 밖 해역인 EEZ(배타적경제수역)으로 확인돼 올해 5월말 허가가 취소됐다. EEZ는 우리나라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유수면'이기 때문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럴 경우 권한 밖 해상에 계측기 설치를 승인한 옹진군은 해당 계측기 설치를 허가를 취소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오스테드 측은 관할기관인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재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옹진군은 오스테드 측이 이의를 제기하자 허가 취소 대신 허가 면적을 축소했다. 이같은 행정은 매우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허가를 취소할 경우 옹진군이 잘못 승인한 계측기 2개를 해체해 원상복구하라고 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허가면적을 축소하면 애초 오스테드가 신청한 계측기 4개가 아닌 2개에 대해서만 설치 허가 신청을 받은 것으로 바뀌게 된다. 즉 원칙대로 했다면 잘못 승인한 계측기 2개는 철거대상이 되지만 신청 면적을 줄이면 해당 계측기 2개는 '미신고 시설물'로 남아 별도 조치를 할 수 있다.
 
옹진군의 이같은 행보는 잘못 허가한 계측기에 대해 허가 취소 처분을 할 경우 오스테드 측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부담이 원인 것으로 보인다. 옹진군이 계측기 허가 축소 조치를 하기 전 내부적으로 공유한 보고서를 보면 "허가관할이 아닌 공유수면에 점‧사용허가처분을 한 후 허가를 무효 또는 취소 처분 시 (피허가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 피허가자의 착오로 신청됐고 관련기관 협의 등 절차적 정당성을 적극 피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보고서에는 해당 업체가 관할구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측기 설치 허가를 신청해 발생한 사안이라고 대응하고, 원상복구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의견 검토 당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유관기관에게 떠넘기는 게 유리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올해 3월 24일에 열린 223회 옹진군의회에서도 군의원들이 해당 계측기 처리 문제에 대해 문의하자 옹진군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계측기를) 철거해야 한다"고 답변하면서도 "이전이든 아니면 다시 재협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인천 지역 어선에 부착된 해상풍력 발전단지 반대 현수막. 연합뉴스인천 지역 어선에 부착된 해상풍력 발전단지 반대 현수막. 연합뉴스

인천해수청 "계측기 철거 할 수 있다→변상금냈으니 불법 해소" 말 바꿔

 
이를 넘겨받은 인천해수청도 원상복구 명령 대신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건을 걸어 공유수면 점용 허가를 내줬고, 미신고 상태에서 계측기를 운영했기 때문에 변상금 8만원을 부과했다. 결과적으로 오스테드는 철거한 뒤 재설치해야 할 계측기 2개를 철거하지 않고 변상금 8만원만 내고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EEZ에 계측기를 설치하려면 '공유수면 점용 허가→계측기 설치 실시계획 승인→착공→준공→운영'의 단계를 거쳐야 하고, 매 단계마다 인천해수청의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오스테드코리아는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계측기를 온전한 '법적 시설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당시 최창석 인천해수청 해양수산환경과장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승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계측기 철거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오스테드코리아가 발전사업 허가 신청서를 전기위원회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계측기의 '법적 시설물' 인정 여부가 문제로 떠올랐다. 발전사업 허가 심의 과정에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경우 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전기위원회의 발전사업 심의 규칙 때문이다. 인천해수청은 아직 해당 계측기의 준공을 승인하지 않았다. 오스테드코리아가 전기위원회에 제출한 계측 자료들이 '미신고 시설물'에서 나온 정보라는 의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해수청은 입장을 바꿨다. 최창석 인천해수청 과장은 "오스테드코리아 측이 이미 변상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불법성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법적 단계인 풍황계측기 준공 승인 절차는 생략했지만 변상금은 냈으니 불법이 아니라는 논리다.
 
상급기관인 해수부도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취소해야 하는 경우 불법성이 증명돼야 하는데 관할기관의 실수로 이미 시설물이 지어진 경우를 불법이라고 정의한 규정은 없다"며 "제대로 된 신고를 하지 않은 건 맞지만 일부러 불법을 저지르려고 한 행위는 아니어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신고시설물에서 얻은 정보로 발전사업 허가 신청을 낸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오스테드코리아 측은 "풍황계측기를 배치할 수 있는 공유수면점사용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기존의 필수 절차를 따랐다"고 해명했다.
 

"인천시도 주민설명회에 동원?"…특혜 의혹 "억울"


인천시도 특혜 제공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해수청이 문제가 된 계측기의 공유수면 점·사용을 허가하면서 '주민수용성을 해결하라'고 조건을 내걸자 오스테드코리아는 인천시와 함께 해당 섬 지역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애초 취지는 인천시가 섬 주민들에게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대한 전반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연 설명회였지만 오스테드는 이 행사를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설명회인 것처럼 꾸며서 전기위원회에 제출했다.
 
오스테드의 풍황계측기 설치 허가를 위한 주민설명회에 인천시가 동원됐다는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오스테드 측이 시에는 구체적인 상황도 공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전사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오스테드가 어민과 주민들의 동의 절차를 추가적으로 밟아 수용성을 얻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전기위원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해외자본의 민간 발전사업 참여 문 열려…어민들 불안 '증폭'


오스테드코리아의 풍황계측기 설치를 둘러싼 여러 지자체와 관할기관들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자 해당 지역 어민들은 자칫 꽃게어장을 잃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심지어 현 정부의 외압설도 나온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기 발전시설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할 수 있는 '전기판매업' 허가는 해외자본의 유입을 경계했다. 전기 판매업자의 전체 지분 가운데 외국인 지분 비중이 가장 높을 경우 업종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는 올해 5월 해당규정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제외한다고 개정했다. 애초 오스테드코리아가 해상풍력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개정을 통해 발전사업을 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전기위원회 관계자는 "오스테드코리아 측이 제출한 발전사업 허가신청서는 형식적인 신청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접수한 것"이라며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해 전기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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