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연합뉴스오미클론 변이 확산과 중국 헝단그룹 디폴트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다.
현지시간으로 오는 14~15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미국 중앙은행이 막강한 전염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중국의 초대형 부동산개발회사인 헝다그룹의 디폴트 등이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여기다 곧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드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의 중앙은행이 향후 어떻게 통화 정책을 이어갈지 그 방향성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노동부가 10일(현지시간)으로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8% 급등해 지난 1982년 6월 이후 거의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31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10월 CPI 상승률(6.2%) 기록을 한달 만에 다시 갈아치운 것.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4.9%, 전월보다 0.5%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언론은 "한 세대에 한번 경험할 만한 물가 폭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코로나19 위기 탈출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처방전을 내리며 '슈퍼 비둘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조차 지난달 연임에 성공 이후부터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우려를 표시하며 '매파'로의 변신을 예고한 상태다.
그는 지난 1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그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중앙은행은 대부분의 예측가가 전망하듯 내년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파월 의장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 시장은 현재 150억 달러 수준인 테이퍼링 규모를 300억 달러로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22년 1월부터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이며, 매월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매입 축소 규모가 늘어나며 테이 퍼링 종료 시점은 내년 6월에서 3월경으로 빨라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테이퍼링이 종료된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따라오며 본격적인 긴축의 시간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데 시장에서는 FOMC가 내년에 최소 1번에서 최대 3번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동안 인내력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된다.
이미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 주요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단행할 계획인 가운데 한국 역시 이같은 기류에 발맞춰 이미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여기다 미국의 긴축시계가 더 빨라질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도 덩달아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글로벌 물가의 국내물가 영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런 요인들의 변화 여부와 그 변화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해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박종석 부총재보는 "오미크론 등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전망 하에서는 경기의 양호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 압력도 생각보다 높고, 길게 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지만 아직도 여전히 완화적이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아직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더 있다는 뜻으로 시장에서는 내년 1월 열리는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