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록관 제공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을 계기로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을 관람하러 온 50대 청각장애인이 당시 참혹했던 상황에 충격을 받고 혼절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을 되찾았으나 아찔한 순간이었다.
25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전남농아인협회 목포지회 소속 청각장애인들이 기록관을 단체관람하던 중 일행인 송 모 씨가 호흡 불안정과 저혈압으로 쓰러졌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5·18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이었다.
송 씨는 5·18 최초 사망자로 알려진 청각장애인 김경철 씨의 사연을 접하고 특히 동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당시 갓 백일이 지난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5월 18일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길에 공수부대원의 눈에 띄어 무차별 구타당했다.
항변 한마디 못 한 채 뭇매를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인 19일 숨졌다. 후두부 타박상에 의한 뇌출혈이 사인이었다고 한다.
계엄군 만행에 관해 설명 듣던 송 씨는 책임자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두환이 숨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수어 통역을 한 관계자는 전했다.
송 씨는 지병이 없고 건강한 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호흡이 불안해지며 쓰러지자 인근에서 해설을 듣고 있던 일반 관람객 남 모(36) 씨가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남 씨도 전두환 사망을 계기로 부산에서 5·18 기록관을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관 측은 이후 수어 통역사를 통해 송 씨의 건강이 회복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록관 홍인화 연구실장은 "전두환 사망으로 5·18에 대한 관심이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관람객이 증가하는 가운데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 놀랐다"며 "부산의 의로운 시민의 도움으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