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니 감독 대행과 경기에 나선 IBK기업은행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그렇게 표현하던가요. 저희가 파악하기엔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모욕은 없었는데…" 선수와 코치의 항명, 감독과 단장의 경질로 내홍을 겪고 있는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서로 간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주전 세터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현 감독대행)의 무단이탈로 촉발된 논란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이 동시에 경질되는 결과로 이어지며 여자 배구 인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하면 무단이탈했던 선수는 감독이 경질되자 복귀 의사를 전했고 함께 이탈했던 코치는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기업은행 김사니 감독대행은 23일 흥국생명과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이번 논란 후 첫 취재진 인터뷰에 나섰다. 김 감독대행은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이 끝나고 13일 훈련 때 조송화와 서 감독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조송화가 이탈했고, 이후 서 감독이 화가 많이 났다.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있는 상황에서 (서 전 감독이) 제게 '모든 것을 책임지고 나가라'는 등 모욕적인 발언과 폭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대행은 "1 대 1 상황에서 가르침을 주는 것이면 혼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선수 앞에서 '야 김사니, 너 대답 안 해?' 이러며 지칭 없이 말했다"며 "저는 그 선수들의 선배이기에 선수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결정적으로 그날 서 감독이 화를 많이 냈고 공격적으로 말한 폭언으로 사직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자신이 이탈한 이유를 설명했다.
작전을 지시하는 IBK기업은행 김사니 감독대행. 연합뉴스당시 기업은행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에 패한 뒤 인삼공사에 완패해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개막 후 7연패. 창단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선수들도 김 감독대행과 비슷한 의견이다. 김수지는 흥국생명과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날 자리는 저희가 느끼기에도 조금 많이 불편한 자리였다.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이 있었고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표승주도 "구체적인 내용은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기 어렵고 힘들었던 건 사실이고 저희 선수들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선수들에게 폭언의 수위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말했지만 선수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사무국 반응은 조금 달랐다. 사무국 관계자는 "직접 그 자리에 있진 않았지만 선수들 면담과 김 감독대행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폭언과 임에 담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김 감독대행이 (폭언과 모욕적인 말이라고) 그렇게 표현했나?"라고 되물으며 서 전 감독의 발언이 선수들이 기분이 좋았을 때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경질 이유는 폭언이 아니라 최근 팀 성적 부진이라는 것. 관계자는 "선수들과 면담에서 들어 봤을 때 생각보다 서 전 감독과 선수들의 골이 깊다. 소통의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서남원 전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서 전 감독도 김 감독대행의 발언에 반박했다. 그는 이날 언론을 통해 폭언과 모욕적인 말이라고 느낄 정도로 말한 바 없었고 김 감독대행에 나가라고 말한 사실도 없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 전 감독은 선수들과 의견 차이가 있으면 구단이 선수 편에서 헤아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선수들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과 불화를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희진은 "가족 간에도 아빠와 자식의 입장 차이가 있다. 불화라면 불화라고 할 수 있고 아니라면 넘길 수 있다. 너무 와전돼 각자 입장만 내놓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개선해야 한다. 고쳐야 한다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고 프로면 프로답게, 감독이면 감독답게 각자 자기 위치에서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분위기는 다시 감독과 선수단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되돌아갔다. 각자의 입장이 있다지만 감독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상황.
감독과 대척점에 있던 선수단이 폭언을 빌미 삼아 이 상황을 만든 것인지, 서 전 감독이 수준 미달의 폭언을 일삼았던 것인지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IBK기업은행 조송화. 한국배구연맹 제공구단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며 구단과 구두로 임의해지(옛 임의탈퇴)에 동의했던 조송화는 다시 복귀하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업은행은 조송화를 임의해지 한다고 한국배구연맹(KOVO)에 알렸지만 KOVO는 임의해지 시 서면 신청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규정 개정이 있는 것을 지적해 이를 반려했다. 조송화도 심경 변화로 서면 임의해지 신청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
기업은행 구단 관계자는 "임의해지 방침에 대한 구단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관련해서는 KOVO 규정 등을 고려해 구단에서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