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3년여에 걸쳐 법정 공방이 이어졌던 전두환 씨의 형사재판이 결국 항소심 선고를 직전에 두고 피고인의 사망으로 마무리됐다.
유가족과 5월 단체는 지지부진했던 재판 과정 속에 결국 전씨에 대해 사법 단죄를 하지 못한 채 끝이 나자 허탈해했다.
전두환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같은 달 27일 전씨를 고소했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1년 1개월 뒤인 지난 2018년 5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시작된 재판.
전씨 측은 고령과 재판 관할권을 이유로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며 재판부 이송 신청을 냈지만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이후에는 건강 문제로 불출석 하더니, 결국 1심 재판부가 신병 확보를 위한 구인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광주 법정에 출석해서는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고, 오히려 취재진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전씨는 1심 재판부로 부터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출석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골프를 치고 12·12 가담자들과 오찬 회동을 한 것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5·18 기념재단 제공결국 기소된지 2년 6개월여만인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인 헬기사격이 존재했다고 판단하고 전 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전씨 모두 항소하면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됐다.
지지부진한 재판 전개는 항소심에서도 이어졌다.
전씨가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또다시 대법원에 관할 이전 신청을 해 재판이 또 지연된 것이다.
1심에서도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며 재판부 이송 신청을 냈지만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는데, 항소심을 앞두고도 같은 상황을 되풀이했다. 세간의 비난이 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욱이 형사 사건 피고인은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하지만 전씨 측은 항소심에서는 법리상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불출석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해당 규정은 불출석한 피고인에 대한 제재 규정'이라며 불이익을 경고하자 마지못해 출석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어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내에 선고 공판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전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1심과 항소심 과정 속 모두 4번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결국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지지부진한 재판 전개 과정 속에 결국 피고인에 대한 사법 단죄도 이뤄지지 못했다.
조영대 신부는 "결국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떠나 무엇보다 허망하다"면서 "단 한마디의 사과도 반성도 없이 떠나 더욱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도 "전두환씨가 일말의 반성과 사죄도 하지 않고 사망한 것은 무책임한 모습이며 역사적으로도 오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