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부터 향후 5년간 1500억 달러의 농산물을 포함해 고품질의 제품을 수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아세안에 1천 개의 선진 및 응용 기술을 제공하고 앞으로 5년간 300여 명의 젊은 아세안 과학자들이 중국을 방문해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학기술혁신 추진 계획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3년간 15억 달러(약 1조7800억 원)의 개발 원조 계획도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기술 경쟁 가속화와 군사적 갈등 첨예화에 따라 우군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대규모 농산물 구매 계획과 기술 지원 계획 등을 밝히며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모양새다.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22일 영상으로 진행된 중국-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1500억 달러 수입, 15억 달러 개발원조, 아세안 청년 과학자 300명 중국 방문 지원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중국이 밝힌 아세안으로부터 5년간 농산물 1500억 달러 물품 구매 계획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2020년과 2021년에 구매하기로 한 2천억 달러에 약간 못 미친다.
하지만 미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력을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로 평가된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이기로 한 물품 가운데 농산물은 320억 달러 규모였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투자·무역 자유화 제고, 디지털경제·녹색경제 등에서 협력확대, 경제·무역 혁신 발전 시범단지 공동 건설, 높은 품질의 일대일건설 협력 강화 등도 제안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더더구나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로 소국을 괴롭힌다는 뉘앙스가 묻어난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환심 사기가 아세안 국가들에 온전히 영향력을 미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국가들이 중국과 빚고 있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성토하는 필리핀 시위대. 연합뉴스최근에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정부 선박이 중국 함정으로부터 물대포 세례를 받으면서 두 나라 관계가 습속이 냉각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필리핀 보급선 두 척이 중국의 동의 없이 런아이자오(세컨드 토마스 암초)에 무단 침입했다"면서 "중국 해경이 법에 따라 공무를 집행해 중국의 주권과 해상 질서를 수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은 이 지역에서 법 집행 권한이 전혀 없다"면서 "곧바로 함정을 철수시키라"고 촉구했다.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선박 물대포 사건으로 영유권 분쟁이 다시 벌어지자 미국은 동맹인 필리핀을 지지하며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공공 선박에 대한 무력 공격에 1951년의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7개국(G7)도 공교롭게 이날 아세안 국가들 끌어 안기에 나섰다.
G7 의장국을 맡은 영국 정부는 다음달 10~12일 영국 리버풀에서 G7 외교개발장관 회의를 연다고 발표하면서 지난 5월 회의 때 참석한 한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외에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회원국을 처음으로 초청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세계적으로 더 긴밀한 경제, 기술, 안보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자유, 민주주의, 기업을 발전시키고 같은 생각을 하는 국가가 유리한 위치에서 협력하도록 독려하는 세계적인 자유 네트워크가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