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 피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이한형 기자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동업자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를 재판에 넘겼다. 전담수사팀 구성 54일 만에 내놓은 중간 수사 결과다.
이로써 먼저 기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도개공) 기획본부장을 포함해 민관(民官) 핵심 사업주체들의 유착 의혹 수사는 일단락됐다. 다만 이번에도 성남시 차원의 배임 혐의나 정·관계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2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민용 전 전략사업실장 등 도개공 실무자들과 결탁해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선정·협약 등 전반에서 맞춤형 부당 특혜를 제공받았다. 그 결과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651억원 상당 배당 이익을 더 챙겼다.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는 도개공에 그만큼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확정된 배당 이익 651억원 이외에 시행 이익도 향후 배임 액수에 추가될 여지가 크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직영하는 대장동 택지 5개 블록 가운데 올해 10월까지 분양 완료된 4개의 블록에서 발생한 수익 1176억원이 도개공에 손해를 입힌 금액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 1개 블록의 분양이 마저 끝나면 화천대유가 도개공에 끼친 배임 액수는 1000억원 이상 더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이한형 기자김만배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를 제공받고 지난해 10월 그 대가로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다음 올해 1월 회삿돈을 빼돌려 5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는다. 여기에 원유철 전 국회의원 부인 등 지인을 화천대유 고문이나 직원으로 가짜 등재한 뒤 월급을 지급해 4억435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남 변호사는 자신의 대학 후배 변호사였던 정민용 전 도개공 전략사업실장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를 제공받고,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뇌물로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뇌물로 지출된 회삿돈을 정상 투자나 대여로 보이게끔 외관을 꾸민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팀은 앞서 도개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한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행위에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가 적극적으로 가담한 공범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날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도개공에서 민간 사업자들과 결탁해 대장동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정민용 변호사도 유 전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도개공에 손해를 끼친 주범으로 판단했다.
다만 수사팀은 정 회계사의 경우 "수사 초기 검찰에 자진 출석해 녹취록을 제공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점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정 회계사가 뇌물 등 부패범죄를 신고한 만큼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서 명시한 감경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정 변호사의 경우 이달초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완수사를 계속 진행중이다.
이번 기소로 대장동 개발의 민관(民官) 유착 의혹 수사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특혜 의혹과 맞물린 또다른 축인 로비 의혹은 이번에도 공소 사실에서 빠졌다. 민간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갈 수 있었던 구조에 사실상 피고인들의 정치권·법조계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짙지만 수사는 아직 답보 상태다.
남욱 변호사. 이한형 기자수사팀은 대장동 사업자 컨소시엄 구성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지목된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 지난 17일에서야 강제수사에 처음 돌입했다. 곽 전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으로 거론된 인물들은 아직 소환조사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성남시의 개입 의혹도 비슷한 상태다. 대장동 개발을 도개공에 손해를 끼치는 민관 합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 체제'의 공모가 있었는지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수사팀은 이번에도 판단을 유보했다. 성남시에서 대장동 실무를 주도했던 팀장 이상급 공무원들의 조사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수사팀은 "전직 국회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비롯해 제기된 각종 정·관계 로비 의혹을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적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