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 두번째)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토마스 조나단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일 나란히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났다. 여야의 대선 후보로서 대미 외교에 나선 것인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 후보는 이날 오소프 의원에게 "한국 입장에서 미국의 지원과 협력 때문에 전쟁에 이겨 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경제 지원 협력 덕에 오늘날 유일하게 개발도상국,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에서 경제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이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거대하고 큰 성과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을 수 있다"며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서 승인했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분단도 일본이 분할된 것이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말해 한일합병과 한국전쟁 모두 미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오소프 의원께서 이런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어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말한 것"이라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평화, 인권에 대한 상원의원의 관심과 실천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다"고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후 윤 후보도 오소프 의원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났다.
윤 후보는 과거사에 대한 별도의 언급 없이 "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이제 안보를 넘어서서 글로벌한 이슈까지 한미 간 확고한 동맹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 됐다"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미 안보 동맹이 한국의 경제성장과 번영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한 후 "미국과 전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확실한 연대에 의해서 글로벌한 이슈들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회동 후 민주당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실용외교위원장인 김한정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선대위 수석대변인인 이양수 의원이 각각 취재진에게 면담의 배경 등을 설명했는데,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날만 이례적인 일이라며 차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병민 선대위 대변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외 외빈 면담은 관례적으로 현장 브리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달을 받았다"며 향후에는 윤 후보가 직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석상이나 공식일정 행사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이 후보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자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일 관계의 개선을 '김대중-오부치 선언' 재확인에서 시작하겠다는 윤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며 공격에 나섰다.
이 후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입힌 과거를 인정하고, "통절(痛切)한 반성과 사죄"를 한 것을 전제로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자는 선언"이라며 "지금의 일본은 과거 오부치 선언이 나올 때의 일본이 아니다. 한참 우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오죽하면 일본 언론이 윤석열 후보를 두고 '(우경화된 일본을) 이웃으로 인정'했다고 반기겠느냐"며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본 관련 발언은 역사의 맥락을 이해하고 보다 신중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