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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읽기]아파트 짓자고 학생들 볼모 삼은 중흥건설…순천시 "아파트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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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전남노컷의 '판읽기'는 전남CBS 기자들의 전남동부 지역의 이슈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이슈파이팅이 강한 언론, 깊이 있는 해설과 대안을 제시하는 지역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옛 삼산중 토지 분할 방식 놓고 중흥-순천교육청 2년째 갈등
순천시에 '도로용도폐지 및 도로점용허가'요구
순천시 "해당 부지 아파트는 무리…계획서無 검토할 단계 아냐"

신대지구로 이설되고 남은 옛 삼산중학교 부지. 삼산중 홈페이지 제공 신대지구로 이설되고 남은 옛 삼산중학교 부지. 삼산중 홈페이지 제공 전라남도교육청과 중흥건설이 옛 순천 삼산중 부지 분할을 놓고 갈등을 겪어오다 순천시에 도로점용허가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동의한 협약서의 기존 토지 분할 방식으로 원만하게 협의하기 위해서는 순천시의 도로점용허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삼산중학교 이설을 위한 M0U 협약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순천시 매곡동 220번지 일대 학교용지에 140억원 공사비를 투입해 학교시설을 건축한 후 학교부지 2만453㎡를 포함한 건물을 전라남도교육청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전남교육청은 삼산중학교의 이설이 완료된 이후 매곡동 삼산중 용지를 기부받는 면적의 범위 이내로 중흥건설에 양여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본관과 체육관 건물을 포함한 거꾸로 된 ㄱ모양의 부지는 중흥 건설이 사용하고, 남은 1만3305 ㎡규모의 땅, 도로와 맞닿은 부분을 순천교육청이 소유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중흥건설이 학교 건물을 포함한 위치가 아닌 학교 정문 쪽 도로와 맞닿은 교육청 소유의 땅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삼산중 이설 협약서. 독자제공 삼산중 이설 협약서. 독자제공 중흥건설은 애초에 양여 받은 땅에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었다고 말합니다. 협약서에는 그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중흥건설은 현재 토지 분할 방식대로는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는)를 갖게 돼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해진다며 삼산중 용지 전체를 절반으로 쪼갰을 때 도로와 가까운 학교부지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토지가 이렇게 분할되면 교육청이 소유하게 될 나머지 1만3305㎡는 진입로를 확보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순천교육청도 청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협약 내용 변경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중흥건설은 뜻대로 안되자 학교가 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지난해 10개월 사용료로만 4억1000만원을 교육청에 청구하며 압박을 가했습니다.

문제는 이 학교의 토지 등기는 중흥건설의 소유로 돼 있어 학교 내 체육장 개보수나 안전시설물 설치에 교육청이 개입할 수 없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가입하는 학교안전공제회의 가입과 보상도 온전하게 처리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갈등 상태에서 양측은 절충안을 마련하는데, 기존 분할 방식대로 하되 중흥건설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당 부지에 진입로를 낼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 순천시에 도로를 원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도로용도폐지와 도로점용허가를 요청하겠다는 겁니다.

2017년 중흥-순천교육청 옛 삼산중 토지 분할안. 오른쪽 분홍색 부분이 이들이 순천시에 요구하는 도로용도폐지 및 도로점용허가 구역. 감사원 제공 2017년 중흥-순천교육청 옛 삼산중 토지 분할안. 오른쪽 분홍색 부분이 이들이 순천시에 요구하는 도로용도폐지 및 도로점용허가 구역. 감사원 제공 순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을 몇 차례 공문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순천시는 부담을 느끼는 상황. 해당 도로에 대해 점용 허가를 할 경우 통행불편 및 교통체계 혼선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순천시는 순천교육청에 "굴곡부는 도로구역의 법면(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흙을 쌓거나 깎아 내어 형성된 경사면) 부지에 해당되기 때문에 도로구역으로 토지이용이 돼야 한다"며 "해당도로가 협소해 통행불편이 예상돼 굴곡부 도로확장 및 도로관리 차원에서 용도폐지는 불가하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도로점용허가에 대해서는 "중흥건설로부터 아파트 건설과 도로점용허가 계획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로 아직 검토할 단계도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흥건설 관계자는 "양여 받은 땅에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맹지를 받을 이유는 없다"며 "교육청에서 처음부터 도로점용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협약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도로점용허가가 나지 않으면 교육청과의 기부대 양여 협약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며 "순천시에 아파트 건설 계획서 등을 공식적으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진행된 삼산중 이설 협약과 옛 부지 활용 협상. 협약서를 변경하면서 순천시에 공을 돌린 중흥건설과 순천교육청. 그리고 이들의 싸움으로 안전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삼산중 589명의 학생들. 학교를 볼모로 한 이들의 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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