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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강아지 배변 실수는 괜찮고, 아이 실수는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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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11월 11일 'Happy Birth K!' 포럼에 초대합니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미혼들이 기혼에 비해서 출산에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아이 기르는 가족을 봤을 때 행복해 보이지 못하고 힘듦만 강조돼서 그런 것 같아요."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인 건 맞지만, 출산은 개인의 선택 문제다. 미혼·비혼 청년들에게 출산율이 낮으니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권해선 안 되고, 먼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안한 방법은 환대(歡待). 아이와 부모를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젊은 세대들도 자연스럽게 환대 받는 분위기에서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지난달 14일 서울시 소공로 육아정책연구소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오는 11일 'Happy Birth K!' 포럼에서 권미경 연구위원의 강연을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포럼 바로 가기Happy Birth K!)

    - 저출생 문제, 어떻게 보시나요?
=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되는데요, 20·30대 젊은이들한테 물어보면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되묻는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출산율을 강조하게 되면 이런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여겨져요. 저출산은 사회적인 문제이고, 출산은 오롯이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럼 우리는 이걸 어떻게 바꿔야 할까를 생각해 보면 개인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녀를 포함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지원해 주고 그런 분위기로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인 자립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주택 지원도 돼야 하고, 이런 실질적인 정책의 수요자들이 '내가 출산해도 괜찮은 사회구나' 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적인 측면이라면?
= 육아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굉장히 보람 있는 일입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미혼들이 기혼에 비해서 출산에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혼들은 자녀를 기르면서 얻는 행복감이랄지 유대감이랄지 자녀와의 관계에서 얻는 것들의 만족도가 높은데, 미혼의 경우는 옆에서 아이 기르는 가족을 봤을 때 행복해 보이지 못하고 힘듦만 강조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가 육아에 좀 가치를 두고, 아이 기르는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환대해 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 기르는 일이 어렵긴 마찬가지인데 왜 요즘 들어서 이렇게 어렵다고 하느냐는 얘기들을 하시는데요. 이건 사회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경력을 쌓고 사회에서 자리매김을 해가는 시기와,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그걸 병행하기가 참으로 힘들기 때문에 점점 더 힘들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거 같아요."


    - 각종 육아 지원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출산율은 낮을까요?
 = 동일한 문항을 가지고 10년 전 엄마 아빠들과 지금 엄마 아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재밌는 부분은 아이를 기르는 일이 여성의 일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하는 일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변화했어요. 그런데 양육에 실제로 참여하는 비율은 별로 바뀌지 않았어요. 인식은 바뀌었는데 실제로 이를 수행할 제반 여건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듯해요. 우리가 직장에서도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제도들이 있지만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되려면 아직 가야 될 길이 좀 멀다고 여겨집니다. 저희가 덴마크 고용노동부에 가니까 남자가 팔을 탁 이렇게 하고 있는 그림이 나오면서 그 아래 문구가 '남자답게 떠나라, 육아휴직'이었어요. 지금 덴마크는 아버지들의 육아휴직률이 70~80%를 상회하고 있거든요. 여기까지 오는 데 100년 걸렸다는데 여전히 그 부분을 홍보하고 있는 거예요.  

-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는 문제들도 있는데요.
=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법정 제도화되고, 남성 육아휴직도 증가하는 변화들이 일어나고는 있습니다. 근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있고, 이제 중소기업이 하려고 하면 아직은 많은 노력들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저희들이 질문했을 때 제일 먼저 응답자들이 꼽은 건 제도의 의무화였어요. 선택적인 사용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준다면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이 첫 번째였고요. 두 번째로는 기업체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업주나 운영진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부에서도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실제 변화들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면 어떨까요? 
= 기업에선 육아휴직 등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기업의 규모나 유형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대체인력의 풀을 운영하는 게 쉽진 않거든요. 프랑스에선 여성이 임신을 하면 국가에서 '임신을 축하합니다. 우리 사회가 새로운 식구의 출산을 기대합니다' 하면서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고 해요. 우리도 모든 세대들이 육아에 대해 좀 관심을 갖고, 또 노키즈존이나 층간소음 같은 것은 보듬어주는, 그래서 사회 전반적으로 양육의 풍토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엄마들이랑 인터뷰할 때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요즘 백화점에 가면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장소들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아지가 배변을 했을 때 아무도 눈살 찌푸리지 않고 주인이 치우는 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더라는 거예요. 과연 우리 아이들이 실수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를 생각하면서 엄마들이 환대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런데 환대는 정성껏 맞아들여서 후히 대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더라고요.

"아이를 데리고 갔을 때 눈치를 보기보단 우리 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반겨주고 있구나, 그런 의미의 환대를 받고 싶다는 얘기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그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젊은 세대들도 환대 받는 분위기에서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권 연구위원은 오는 11일 오후 7시 CBS가 주관하는 Happy Birth K! 포럼에서 '우리 사회 육아문화를 진단한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포럼은 사전등록 없이 무료로 시청가능하며, 포럼 홈페이지네이버TV, 유튜브 '아나운서 엄마의 육아연구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

이에 앞서 오후 5시 30분에는 CBS가 주관하는 생명돌봄국민운동캠프 출범식이 열린다. 각당의 대선 주자들과 교계대표,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며, 포럼 홈페이지네이버TV, 유튜브 '노컷V'를 통해 생중계된다.


※인터뷰: 곽지연 코디네이터, 정리: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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