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함께 경선을 치른 상임고문, 공동선대위원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가 2일 공식 출범하면서 '원팀'을 이뤘다는 평가 속에 당 지도부는 중도층 확장이라는 또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경선 기간 상대 후보 캠프에 소속됐던 민주당 의원들이 선대위에 대거 참여하면서 '원팀 선대위' 외양은 갖췄지만, 이 후보가 '대장동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집토끼 단속'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대장동 늪'에 빛바랜 중도층 잡기 전략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계 의원들은 지난 1일 '소맥' 만찬회동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을 정도로, 민주당은 중도 외연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대장동 악재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게 당 안팎의 문제 의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마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지난 1일 조사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56.5%가 이 후보를 꼽았을 정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민주당 의원도
"아랫 사람의 부정부패로 대장동 의혹을 돌파하려다 보니, 이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유능함'이 빛바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캐치프레이즈를 '이재명은 합니다'로 할 정도로 당 지도부와 캠프는 이 후보의 유능함을 강조하면서 중도층 표심을 파고들려고 했지만, 이같은 전략을 마냥 고수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다만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여야 아무도 중도층을 아직 공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더더욱 지지층에 호소하는 선거 운동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상대 후보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 중도 공략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박용진·김두관 의원 등 당 지도부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대전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엄지척 포즈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망언' 등 국민의힘에서도 내부 결집용 발언이 크게 논란이 된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윤 후보가 야당 후보가 됐을 때엔 중도층 공략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친일 청산 카드 꺼내든 이재명…文과 차별화 '고전'
결선투표 파동으로 지지층을 확실하게 업고 가지 못하는 것도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일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경선 결과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컨벤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 내부적으로 불안감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본격적인 중도 외연 확장에 앞서 민주당 지지층에 적극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후보가 친일 청산을 강조하고 야당이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논의를 공론화 한 것도 일종의 '집토끼' 잡기라는 얘기다.
이 후보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를 찾아 "우리 사회에 가장 안타까운 말 중 하나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라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일본말 같은 문화적 요소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사회의 중요한 위치나 중요한 부분에서 여전히 친일 청산이 되지 못한 부분이 남은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을 예방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보수 정권과 각을 세웠던 김원웅 광복회장과의 만남 역시 강성 지지층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비쳐진다.
이 후보의 '집토끼' 잡기 전략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정권 말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과 비교해 현저하게 높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당 지지율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지면서 과거와 달리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
전통적으로 여당 후보들은 자당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정권에 대한 국민적 염증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흡수해 왔는데, 이 후보는 이같은 '선긋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원팀' 외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이날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윤창원 기자
실제로 이 후보는 선대위 출범 행사장에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나오는 등 '문심 잡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중도 확장 전략은 국민의힘 등 야당 최종 후보가 선출된 뒤 본선에 돌입하면서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