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 초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가 국가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저출생'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양당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하는 군소정당들은 직접적인 출산 지원책보다 결혼과 출산을 돕는 이른바
'살기 편한 세상' 만들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단순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지원만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보고, 일자리부터 출산, 보육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제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심상정 "성평등 돌봄 실현…여성 노동환경 개선"
노동권 신장과 성평등을 기치로 내건 정의당은 저출생 현상이 △고용 불안정 △성차별적 시각으로 인한 노동시장 내 돌봄 공백 △주택 가격 급상승으로 인한 주거 불안정 △지나친 교육 경쟁 등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그중 정의당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 것은 여성의 경력단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 11만 2천여 명 가운데 남성은 2만 7천여 명으로 24.5%에 불과했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 추세라고는 하나, 여전히 남녀 간 돌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성차별적 시각 때문에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비정규직·자영업자 등은 노동시장에서 쉽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3대 휴가로 불리는 출산·육아·돌봄 휴가의 대폭 확대를 골자로 한 '성평등 돌봄' 실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먼저 배우자의 출산 휴가를 현행 10일에서 30일로 3배 늘리고, 아빠도 3개월까지는 무조건 육아휴직을 보장함으로써 엄마에게 편중된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사업주가 가족돌봄휴직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자영업자에게 육아휴직을 지원하고 한부모에게는 돌봄휴가를 늘려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가 바라본 저출생 극복의 또 다른 축은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이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출산·양육기인 35~39세의 경우 남녀 간 고용률 격차가 31.2%p에 달했고, 비정규직 중 여성 비율 55.1%,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중 여성 비율 62% 등 여성의 노동환경이 가족친화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 후보는 이를 위해 직종분리, 고용단절, 임원비율 실태 등을 전수조사해서 차별적인 내용을 해소하고, 채용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시작점부터 불평등을 잡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보육에 대해서는 공공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늘리되, 교사의 처우를 개선해 공공보육 확대로 인한 노동환경 악화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을 50%까지 늘리기 위해 신축을 지원하고 지역별 격차 완화를 위한 예산 배분에 힘쓰는 동시에 보육교사 임금 인상과 보육환경 진단 등도 동반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출산·육아 적령기층 삶의 질 높여야"
경선 없이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추대가 유력한
안철수 당대표는 보육에 대한 지원보다는 결혼과 출산·육아 적령기층의 삶의 질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 이후 후보직을 사퇴했던 안 후보는 재보선 때 발표했던 저출산 극복 기조를 유지한 채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중 육아휴직 수당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 50%로 확대,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일자리 제공 등은 심 후보의 공약과 매우 닮아있다.
안 후보는 육아휴직 수당이 4개월 차부터 120만원 이하로 줄어드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 부담의 추가 지원을 공약했는데, 대선에서는 전 국민 지원확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력단절 여성과 청년의 경우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고용인원 할당제를 통해 돌봄을 지원하고, 아동학대 등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엄격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밖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손주 돌봄 수당'과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이다. 실제로 아이 돌봄 비중이 높은 조부모를 지원하고, 비용 부담 때문에 난임시술을 망설이는 부부에게 시술비 지원을 늘리는 것이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시대전환과 손잡은 김동연 "청년투자국가 만들 것"
다른 원내 군소정당 중 대선 후보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정당은 시대전환이다. 시대전환 대표인 조정훈 의원은
새로운물결의
대선 후보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동연 캠프는 '저출산 문제=청년의 문제'로 보고, 앞선 두 후보와 마찬가지로 '청년의 삶의 질' 개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년들이 연애를 통해 사랑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면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 정책은 청년 일자리 늘리기다.
김 후보는 부총리 시절부터 강조해 온 4차산업 중심의 신산업 육성을 통해 대규모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기존 산업계와 결을 달리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거듭해 온 아마존이나 테슬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나 유니콘 기업이 탄생·성장해야 장기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육과 관련해서는 '공동체가 책임지는 양육'을 내세워 무상보육과 무상돌봄 도입, 국공립 어린이집 대규모 확대 등의 정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타 정당들 "경제적·성별 불평등 해소해야"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은 지향점이 뚜렷한, 이른바 '원포인트' 성격이 짙은 정당이다. 때문에 대선 후보를 낼지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저출생 문제와 관련한 나름의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경제적 불안정,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등 불평등을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성별 불평등 해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기존 경제적 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기본소득 도입, 배우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돌봄에 있어서는 정부가 시행 중인 온종일돌봄체계의 대상을 전체 아동·청소년으로 확대함으로써 공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코로나19 사태와 디지털 산업화에 맞춰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된 만큼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학습자 중심의 새로운 교육체계 개발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친문(친문재인) 정당인 열린민주당은 별도의 저출생 대응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한 뿌리에 가까운 민주당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저출생' 공약 분석 기사를 순차적으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