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왼쪽부터)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윤창원 기자 초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가 국가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저출생'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이 내놓은 저출생 공약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더 이상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것. 현행 제도 개선부터 현금 수당 인상에 이르기까지 각 후보별 저출생 공약을 꼼꼼히 살펴봤다.
매월 100만원 부모급여…18세까지 아동수당 지급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든다. 그냥 드는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지난
2017년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간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기준으로
자녀 1인당 대학 졸업 때까지 들어가는 양육비가 3억 9670만 원에 달했다. 과도한 사교육 경쟁과 물가 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올해 평균 양육비는 진작에 이 액수를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유아 양육비용도 만만치 않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8년 12월 발행한 '영유아 가구의 소비실태조사 및 양육비용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 지출 총액은 311만 9천원이었다. 총 양육비용은 115만 1천원으로, 영유아 양육비용은 91만 9천원으로 조사됐다.
양육비용 증가는 우리나라의 저출생이 고착화된 이유 중 하나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심층 조사 체계 운영' 보고서를 보면 아이를 낳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로 경제적 불안정(37.4%)과 아이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25.3%)이 꼽혔다. 육아휴직 급여가 존재하긴 하지만, 3개월까지는 월 최대 150만원(통상임금의 80%), 4개월부터는 월 최대 120만원(통상임금의 50%)이 지급될 뿐이다.
이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아이가 태어나면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1년 동안 매월 10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특수고용직과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근로자들은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없는데, 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원 후보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부모들에게는 추가로 매월 최대 200만원까지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윤석열 후보는 만 0~2세 영유아를 어린이집·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양육할 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을 최대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는 2세 미만 영유아에게 15~20만원의 가정양육수당이 지급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이를 통합해 만 0~1세에게 매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이 지급된다. 윤 후보측은 기존 아동수당과 지자체별로 지급되는 수당까지 합하면
영아 1인당 월 50만원 수준의 현금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현재 만 7세 미만까지 지급되는 아동수당(내년부터는 만 8세 미만으로 지급 대상 확대)을 18세까지 확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육아휴직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월 최대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를 월 200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초등학교 영어와 수학만큼은 방과후 교실 등을 활용해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했다.
홍준표 후보는 각종 명목의 보조금, 수당 등을 모아 만 12세까지 통합 지원하고,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두 자녀 이상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들을 한 자녀부터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육아휴직 1.5년 vs 3년으로 확대
영아기는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위해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것이 좋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현행 육아휴직 제도는 한 자녀에 대해 부모 각각 1년까지만 쓸 수 있다. 또 그나마 있는 육아휴직 제도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가구 통계등록부'를 보면 2019년 기준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상용직 부모 중
육아휴직을 쓴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부모라면 애초에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결국 아이 돌봄을 위해 일을 포기하든지 외부의 도움을 받든지 선택해야 하는데, 이 역시 비용 문제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후보는 부모 합산 6년이라는 육아휴직 공약을 발표했다. 민간기업도 공무원처럼 육아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3회에 걸쳐 나눠 쓸 수 있다. 또 육아휴직 2~3년차에도 육아휴직 급여를 일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기업에게는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장려금과 대체인력지원금을 지급해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유 후보는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꼴찌이지만, 공무원이 많이 사는 세종시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며 "민간기업 노동자의 육아휴직은 1년인데 교사와 공무원의 육아휴직은 3년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을 넘기지 못했는데 세종시는 1.28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았다.
윤석열 후보도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려, 부모 합산 3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원희룡 후보는 자녀가 학교폭력이나 부적응 등 상황에 처할 경우 부모에게 돌봄휴직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족이 꼭 필요할 때 휴직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원 후보도 마찬가지로 영세 사업장에는 대체인력인건비를 지원해 육아휴직의 실효성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난임 소득기준 폐지, 난임휴가 3일→7일 확대
아이를 원하지만 쉽게 갖지 못하는 난임부부를 위한 지원 강화도 야권 주자들의 핵심 공약 사항이다. 현행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제도는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인 경우에만 가능한데,
윤석열 후보는
소득기준을 아예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난임휴가도 현행 3일에서 7일로 확대하고 유급휴가로 전환할 방침이다.
유승민 후보도 난임치료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고, 소득·횟수 등 모든 제한 사항을 폐지하겠다는 '무제한 국가난임책임제' 구상을 밝혔다. 냉동난자·정자 동결 및 보관 비용도 최대 10년까지 무상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홍준표 후보는 임신·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원 후보는 '공공형 아이돌봄 지원사업'을 도입해 국가가 돌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주거지 인근 공원 부지를 활용해 공원어린이집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후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정규교육시간을 오후 4시로 단일화하고 돌봄교실을 오후 7시 30분까지 운영해 부모들의 퇴근 시간 돌봄 공백 우려를 덜어주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주자들의 '저출생' 공약 분석 기사를 순차적으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