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근기법 적용 제외 승인, '피로도'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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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등 규정의 적용 제외 승인 여부를 판단할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습니다. 최근 재활용 쓰레기 관리 등 일반 관리업무까지 아파트 경비원이 맡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는데, 부가 업무 여부가 아닌 '피로도'를 기준으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경비원들의 장시간 노동을 줄이면서도 고용을 지킬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한형 기자이한형 기자최근 아파트 경비원이 맡을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대폭 늘어난 가운데, 이들을 근로기준법에 정한 노동시간 등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지 여부를 가늠할 정부 당국의 새로운 기준이 발표됐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5일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노동시간 등 적용제외 승인 기준을 정비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을 발령 시행하고, 이에 관한 '공동주택 경비원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판단 가이드라인'을 지방노동관서에 보낸다고 24일 밝혔다.


정부가 허락해온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감시·단속적 노동자들


아파트 경비원, 시설기사 등 감시·단속적 업무를 맡은 노동자들은 업무시간이 불규칙·불명확하고, 노동시간 중에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심신의 피로도가 비교적 낮다는 이유로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휴일·휴게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제외될 수 있다.

하지만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일하거나 일을 해도 각종 수당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가 하면, 휴게시간이 있어도 정작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이 갖춰지지 않는 등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아파트 경비원 등이 장시간 노동이나 무임금 노동을 강요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 2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고, 그 후속 조치로 구체적인 노동조건을 담은 집무규정 개정안을 만들었다.

아울러 공동주택 경비원이 경비 업무가 아닌 청소 및 시설 미화, 재활용 쓰레기 감시 및 정리 등 일부 공동주택관리 업무까지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한 '공동주택관리법령'이 지난 21일부터 개정·시행된 점을 고려해, 위에 설명한 것처럼 노동시간 등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승인할 때의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부가 관리 업무' 여부보다 '피로도'로 감단직 적용제외 승인 판가름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에 할 수 있는 업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에 할 수 있는 업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심신의 피로도가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을 적용해야 할 정도로 높은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다만 이 때 '심신의 피로도'는 감시 업무와 다른 업무를 포함한 전체 업무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감시적 업무만 맡아도 심신의 피로도가 높으면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다른 업무를 하더라도 불규칙적으로 짧은 시간만 수행한다면 노동시간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감시 업무 외 다른 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보다 '심신의 피로도가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을 적용해야 할 정도로 높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공동주택 단지마다 상황과 여건이 모두 다르므로 승인 여부는 획일적·단편적 기준이 아니라 규정, 판례, 업무여건, 고용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신 노동부는 실제 수행하고 있는 업무 전체를 기준으로 볼 때 심신의 피로도가 낮다고 보기 어려워 적용제외 승인을 받지 않고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등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을 대표적 사례를 제시됐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분리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서울 시내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분리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다른 업무를 규칙적으로 자주 수행해 그 시간이 전체 업무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다른 업무를 규칙적으로 자주 수행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시간을 수행하는 경우 △다른 업무의 수행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심신의 긴장도가 매우 높고 부상 위험이 있는 등 심신의 부담이 큰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여러 다른 업무를 수행할 경우 각각 빈도·시간은 적더라도 종합하면 전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경우 등이 승인 제외 대상으로 꼽혔다.

다만 최근 경비원의 업무범위가 늘어난만큼, 그동안 감시·단속적 노동자에 대한 적용제외 승인이 지나치게 많이 내려져 장시간 노동이 방치됐던 현실을 개선하도록 추가적인 개선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최근 3년 동안 감시·단속적 노동자에게 내려진 적용제외 승인율은 94.9%로, 매년 95% 내외에 달하고 있어 사실상 적용제외 신청만 하면 통과되다시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도 다소 모호한 '피로도'를 기준으로 적용제외 승인을 내리도록 했기 때문에 충분한 사례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단번에 적용제외 승인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만약 아파트 경비원에게 적용 제외 승인이 내려지지 않거나, 경비 업무보다 관리 업무 비중이 높아 '관리원'으로 전환될 경우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감원·해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섣불리 적용제외 승인을 제한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새로운 공동주택관리법령으로 경비원들이 맡을 업무가 합법적으로 늘어난 반면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함께 담보할 안전장치가 없다고 우려해왔다.

따라서 초단기 근로계약을 근절하고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 승계를 보장하는 등 고용 안정을 지키면서 과도한 장시간 노동을 부르는 24시간 맞교대제를 개선하는 등 노동 환경을 개선하도록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새롭게 구체화된 휴게시설 기준도 만족해야 적용제외 승인 가능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경비원이 순찰을 돌고 있다. 이한형 기자서울 시내 한 아파트 경비원이 순찰을 돌고 있다. 이한형 기자한편 노동부는 위와 같은 업무상 요건 외에도 근로기준법령 및 훈령에 따른 근로형태, 휴게시설, 근로조건 등의 승인기준을 모두 갖춰야만 적용제외 승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행정예고됐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에는 감시·단속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의 휴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휴게시설과 노동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담았다.

기존 집무규정에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를 고용할 때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할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었다. 반면 개정안에는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을 구비하고, 유해물질이나 소음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야간에 쉬어야 할 경우 등에 대비해 몸을 눕혀 쉴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침구류, 식수 등 물품을 구비하도록 했다.

아울러 감시·단속적 노동자의 휴게시간이 노동시간보다 더 짧도록 상한선을 정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 알림판 등을 이용해 휴게시간을 알리기 위한 조치를 반드시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월평균 4회 이상 휴무일도 보장해야 한다.

노동부는 개정된 훈령에 따라 휴게시설·노동조건이 지켜지도록 현장을 지도·권고하고 승인 여부를 판단하되, 기존에 승인받은 사업장도 근로감독‧신고사건 처리 등을 통해 새로 바뀐 승인기준을 갖추도록 안내‧권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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