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티빙 양지을, 이명한 대표. 티빙 제공한국 토종 OTT 티빙이 거대 글로벌 OTT들에 맞설 독자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국내 팬덤을 확장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메이저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티빙은 18일 독립법인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티빙 커넥트 2021'(TVING CONNECT 2021)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티빙 양지을·이명한 대표를 비롯해 CJ ENM 강호성 대표, 네이버 한성숙 대표, JTBC 스튜디오 정경문 대표 등과 나영석 PD, 이욱정 PD, 석종서 PD, 이준익 감독 등 4인의 크리에이터들이 참석했다.
티빙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라인(LINE) 및 복수의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OTT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2022년 일본, 대만을 시작으로 2023년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며 "주요 국가에 직접 D2C서비스를 런칭 및 운영함으로서, CJ ENM 콘텐츠를 포함한 티빙의 오리지널뿐만 아니라 현지를 공략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 역시 공격적으로 수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 ENM의 강호성 대표도 티빙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의지를 드러냈다.
강 대표는 "티빙은 CJ ENM의 디지털 시프트 혁신을 주도하며 CJ ENM 디지털 역량 강화 전략의 핵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미디어산업을 이끌며 K-콘텐츠의 세계화를 선도해 온 CJ ENM의 풍부한 크리에이티브와 자원을 빠르게 티빙으로 이관해 K콘텐츠 저력을 보여줬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이어 "티빙과 채널간의 시너지 전략을 고도화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들과 만날 것"이라며 "티빙을 채널의 미래라는 비전을 갖고 성장에 올인하여 반드시 글로벌 넘버원(No.1) K-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JTBC 스튜디오 정경문 대표는 "티빙은 국내 OTT 플랫폼 중 가장 완벽한 사업구조로 유리한 입지에 서 있다. JTBC는 앞으로 티빙이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자사 콘텐츠를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고, 글로벌 비전에도 적극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힘을 실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티빙의 제작역량과 네이버의 유통 및 마케팅 역량의 시너지는 티빙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줬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과 티빙의 협력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웹툰 웹소설 등 네이버 IP가 티빙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티빙의 성장 목표는 뚜렷하다. 오는 3년 동안 4천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800만명의 국내 유료 가입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이미 여러 지표는 청신호를 그리고 있다.
양지을 대표는 "닐슨코리아클릭 자료에 따르면 티빙은 모바일 앱의 UV(방문자수) 수치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티빙 앱(애플리케이션) 설치 증가율은 251%로 약 3.5배 늘었고, 티빙에 일 1회 이상 방문하는 비율은 99%로 지난해 대비 두 배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적 유료 가입자 수가 206%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며 "스포츠 독점 중계 등을 통해 남성 가입자는 출범 이전보다 231% 늘며 저변을 확대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유료 가입 기여 비중이 지난 1분기 대비 3분기는 155%까지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오리지널 콘텐츠 발전이 필수적이다. 이명한 대표는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를 통해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신규 가입자 절반이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을 위해 왔고, '환승연애' 같은 콘텐츠는 기대를 뛰어넘는 엄청난 기여를 했다. 잘 만든 예능은 OTT 시장에 얼마든지 기여 할 수 있더라. 그 포인트를 알았다"며 "향후 팬덤 분석을 바탕으로 기획 작업 중이다.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글로벌 전략의 얼개도 짜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티빙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25개의 오리지널과 독점 콘텐츠를 선보이며, 매월 평균 2개 이상의 신규 콘텐츠를 공개해왔다.
이명한 대표는 △ '환승연애 시즌2' 포함 5편의 프랜차이즈 IP 본격화, △ 네이버 웹툰, 웹소설 등 원천 IP를 활용한 콘텐츠 LTV밸류 확장, △ 티빙표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 색다른 팬덤을 위한 장르 다변화와 외연확대 △ 극장, TV채널 등과 상생 및 공생을 추구하는 유통 전략 다변화 △ 영화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영화적 소재, 영화급 규모의 스케일감 넘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등 오리지널 콘텐츠 미래 전략을 밝혔다.
나영석 PD. 박종민 기자이어서 공개된 4인의 크리에이터 영상에서는 나영석 PD·이욱정 PD·석종서 PD·이준익 감독이 등장해 티빙 오리지널 예능·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드라마의 대표주자로서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줬다.
'신서유기' 스핀오프 예능 '스프링 캠프'를 제작한 나영석 PD는 "'신서유기' 새 시즌이면 제일 좋겠지만 문제는 티빙이 유료 플랫폼이라 기존 콘텐츠에서 진화되고 변화된 스핀오프를 하기로 했다. 제작 제한은 없었지만 일종의 도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티빙은 K콘텐츠가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자 차별화된 요소"라며 "이제 나아갈 길은 글로벌인데 지금이 분기점이자 갈림길이라고 본다. 계기만 있다면 티빙 K콘텐츠가 세계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푸드 크로니클'로 티빙 오리지널 첫 다큐멘터리의 포문을 열 이욱정 PD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에게는 다큐멘터리가 드라마 보다 재미있다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가장 티빙스러운 다큐멘터리"라고 밝혔다.
열광적인 팬덤을 보유한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석종서 피디는 "'구미호뎐'과 같이 원작 및 웹툰 기반 IP 등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성인 애니메이션 시장을 확장하는데 티빙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첫 OTT 진출작이자 드라마에 도전하는 '욘더'의 이준익 감독은 "OTT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더 적극적으로 관객과 만나는 방식이다. 영화 같은 OTT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K콘텐츠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의 OTT플랫폼으로 K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그런 실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결국 강력한 팬덤과 프랜차이즈 IP가 티빙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거대 글로벌 OTT에 맞설 국내 OTT 통합은 전망이 어둡다.
이명한 대표는 "넷플릭스를 통해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주는 사업적 동력이 얼마나 큰지 확인했다. 킬러 콘텐츠 준비가 핵심"이라며 "한국 대중이 가장 끌릴 수 있는 팬덤을 캐치해 프랜차이즈 IP화 하는 것이 티빙만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OTT 간의 구체적 연대 계획은 없다. 티빙은 열린 제휴를 통해 사업을 키우고 싶은 희망이 있다. 영역별 협력을 가지고 갈 수 있지만 물리적 업체 통합은 전략이 달라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