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대디&맘스 패키지. 풀무원 제공 풀무원 대디&맘스 패키지. 풀무원 제공기업의 ESG가 화두가 되는 가운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족친화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족친화법은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도록 했는데요, 저출산 시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족친화기업을 소개합니다!
미성년자 자녀 가진 직원에 매달 50만원 주는 회사는 어디?
"애사심? 웃기지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될까? 얼마면 돼."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나 돈 필요해요. 돈, 정말 필요해요."
돈, 정말정말 필요합니다. 아이는 내 팔보다 작은데 아이 물건은 사도사도 끝이 없고 집은 곧 육아용품으로 가득해지죠. 맘카페에 '핫딜'이 메인 카테고리에 위치해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단 돈 100원이라도 싼 우유, 기저귀를 찾아 엄마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인터넷을 뒤집니다.
게임 회사인 펄어비스는 미성년의 자녀가 있는 임직원에게 매월 50만원의 양육지원금을 '실비'로 지원합니다. 제휴 포인트? 이런 거 아닙니다. 50만원 현금이 바로 통장에 찍히는 거죠. 아이가 둘 이면 100만원, 세 자녀면 한 달에 150만원을 받습니다.
양육비 지원 혜택은 펄어비스 직원의 15% 가량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자녀가 없는 미혼 직원은 반려 동물 보험이나 한 달에 한 번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받는다고 하네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풀무원도 출산한 직원에게 자녀의 만 24개월까지 매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합니다.
라떼는 "애낳고 바로 나왔어" 요즘은 "애 키우고 나옵니다"
저와 제 동기들이 육아휴직을 가던 때만 해도 "1년을 다 채울거냐"는 질문을 적지 않게 받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 "우리때 여기자들은 출산 휴가만 쓰고 바로 복귀했다"며 '애 낳고 다음날 밭 메러 나왔다'는 라떼 이야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왔죠. 1년 육아휴직을 쓰는 게 마치 은혜를 받는 듯한 뉘앙스였습니다.
저도 육아휴직 1년이 길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귀를 준비하려니 이제 돌이 지난 아이는 겨우 걸음마를 떼고 엄마, 까까, 빠방 등 손에 꼽을 단어만 내뱉을 줄 아는 '아가'였습니다. '이 어린 걸 떼놓고 회사를 가야하나'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2년 육아휴직은 꿈 같은 이야기였죠.
하지만, 요새 기업들 기본 육아휴직 '2년' 입니다. 본인이 원하면 1년을 연장해 최대 3년 이상의 육아휴직이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이마트는 여성 임직원의 출산·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으로 보장된 기간보다 휴가를 확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임직원들은 최장 3년 이상의 출산·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죠.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여직원의 육아휴직기간이 최대 2년입니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준비중이라는 BGF리테일의 육아휴직자 현업 복귀 비율은 90%가 넘는다고 하네요.
밤 9시까지 불 켜진 어린이집…등하원 도우미 없어도 괜찮아요
"나는 1층 엄마는 12층. 우리는 언제나 같이 있는거야."
육아휴직이 끝나면 곧바로 '보육'이라는 현실 문제와 마주하게 되죠. 집 근처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놓고 등하원 도우미 면접을 보면서 부모들은 또 다른 육아 '전쟁'을 준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과 가깝고, 늦게까지 아이를 봐 주는 직장 어린이집은 육아맘, 육아대디에게 큰 복지 혜택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웃는땅콩'.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웃는땅콩'.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직원 김모(36)씨는 도우미 없이 4년째 아이와 같이 출근해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엔씨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은 R&D센터 1층과 2층의 500평(외부 놀이터 제외)에 이르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만 1세부터 만 5세까지 최대 200명의 임직원 자녀가 생활할 수 있는 생활을 갖추고 있죠. 엔씨 정직원이자 유아교육 전공자로 구성된 약 60명의 전문교사와 간호교사,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야근이 많은 IT 특성상 밤 9시까지 아이를 돌봐줍니다.
웃는땅콩은 정부가 추진하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에서 재인증을 통해 가장 높은 등급인 A등급으로 최우수평가를 받은 곳입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는 정부가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육시설 평가인증제도로, 시설, 교육, 영양, 안전 등 다양한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제도입니다. 엔씨는 2015년 처음 평가를 받았던 당시에도 최고점인 100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웃는땅콩 커리큘럼은 사내 전담 부서에서 직접 기획,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데요, 국가에서 제공하는 기본 교육 과정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엔씨는 '웃는땅콩' 복지 혜택을 더 많은 직원들이 누릴 수 있도록 내년에 2호점을 열 계획입니다.
카카오는 국내 IT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직장 어린이집을 갖추고 있습니다. 30대가 많은 IT기업 특성상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들을 위한 맞춤 복지인 셈입니다.
제주 본사(57명)과 판교(300명) 두 어린이집에 더해 지난 2019년 3월 오픈한 분당 어린이집(272명)까지 합하면 모두 600여명의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어린이집 늘예솔. 카카오 제공 카카오 어린이집 늘예솔. 카카오 제공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어린이집 '늘예솔'은 약 1천평 규모로 '지구별어린이집'이라는 컨셉으로 디자인된 다양한 시설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자연주의를 모티브로 한 오솔길, 조약돌 시냇가, 파랑새 둥지, 나무놀이터 등을 컨셉으로 공간을 설계됐습니다. 주요 공간에는 조약돌, 물, 이끼, 수생식물 등을 형상화한 자연친화적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직접 식물을 재배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유리온실 형태의 실내 텃밭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 밖에도 난임진단서를 받은 여성 임직원에게 최대 6개월까지 휴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마트와 BGF리테일, 난임시술비용도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하는 펄어비스, 임신부에게 택시비 월 10만원을 지원하는 현대백화점 등 세심한 복지 정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분유와 우유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남양유업이 육아휴직자를 부당인사조치했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됐죠. 육아휴직 못 가게 하면 큰일난다는 요즘이지만,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우면 눈치를 주거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곳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육아휴직은 '노는 것' 혹은 '쉬는 것'이 아닙니다. '육아'라는 극렬한 노동의 현장에서 복귀한 엄마, 아빠들이 아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회사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