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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오징어게임 66개국 1위, 온 세계가 삶이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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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웃프고 끔찍한 감성 담아
코로나 등 '출구 없는' 위기감 반영돼
시스템 신뢰 무너져, 복수물도 인기
게임은 공정합니다? 공정 맞나 질문
66개국 1위, 전 세계 '각자도생' 위기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
 
'할리우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우리나라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놓고 한 평입니다. 미국 할리우드를 위협할 만큼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이게 9월 17일에 넷플릭스에 올라왔더라고요. 열흘 된 건데 세계 66개국에서 1위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 굿즈까지 잘 팔리고 있다는데요. 한마디로 전 세계가 이 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상황. 도대체 뭔지, 이유가 뭔지 예술적인 부분, 영화학적인 부분 외에 사회학적으로 진단을 해 보고 싶어서 이분 모셨습니다. 대중예술평론가 이영미 씨 어서 오세요.
 
◆ 이영미> 안녕하세요.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제공◇ 김현정> 아니, 선생님, 아직 못 보신 분들이 더 많으실 거예요. 그런데 워낙 화제가 되니까 제목하고 주제 정도는 다 아시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맛보기 화면을 준비해오셨네요.
 
◆ 이영미> 네.
 
◇ 김현정> 잠깐 볼까요?
 
-이건 게임일 뿐입니다. 게임의 규칙만 잘 지키면 약속된 상금과 함께 무사히 이곳을 나가실 수 있습니다.
 
-상금이 대충 얼마나 되나요?
 
◇ 김현정> 상금이 대충 얼마나 되나요? 456억 원. 이렇게 되는 거죠. (웃음) 그쪽에서 만든 예고편을 지금 보여드렸고요. 스포일러가 안 되는 데까지만 대충, 대충의 얘기.
 
◆ 이영미> 회당 한 50분 조금 넘어 되는 거고요. 총 9부작, 시즌 1이 9회로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완전히 막장으로 몰려서 어떻게 할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게임을 시키는데요. 원래 게임이라는 게 게임 끝나면 그냥 도로 세팅이 되는 거잖아요. 다 살아 있는 거잖아요. 그게 게임의 재미인데 이거는 이상한 게임들, 정말 말도 안 되는 어린애 게임 같은 거 있잖아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다방구, 이런 거 시켜요. 탈락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총을 쏴서 죽여요. 그런데 통과하면 정말 456억이라고 하는 어마 무시한 돈이 걸려 있는 거죠. 그런데 누가 진행하는지도 모르고 시스템 운영의 실행요원들 얼굴조차도 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 몰라요. 그냥 진행이 돼요. 물론 뒤에 가서 드라마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그 게임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상황으로 그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물론 자발적이에요. 게임에 들어가는 것은.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에요. 심지어 중간에 우리 못하겠다 하고 합의보고 나오기도 해요. 그리고 규칙은 똑같으니까 공정하다고 계속 강조돼요. 하지만 나왔던 사람들도 나와 보니까 삶은 더 지옥이에요. 다시 들어가요. 결국은 한 200명 정도가 456명 중에서 백 팔십 몇 명 정도가 나왔다가 들어가게 됩니다.
 
◇ 김현정> 제 발로 들어가는. 여기까지는 아셔도 돼요.
 
◆ 이영미> 괜찮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웃음)
 
◇ 김현정> 그 뒤는 말씀 안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어린 시절에 했던 그 전통놀이, 요즘 애들이 하는 온라인게임 말고요. 골목에서 운동장에서 하던 그 전통놀이가 이 드라마의 곳곳에 나오는데 그런데 이게 너무 잔인한 놀이로 그려지니까 웃프다고 해야 되나요, 비극적이라고 해야 되나요.
 
◆ 이영미> 정말 웃퍼요, 실제로. 우스우면서도 슬프고 끔찍하고 그렇습니다. 이 한국적인 놀이가 갖고 있는 그 독특한 한국성도 재미있는데 사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조금씩 규칙만 달라져서 전 세계 어린이들한테 다 있는 그런 게임이라고 그래요. 그리고 게임 규칙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그냥 누구나 봐도 세계 어떤 사람들이 봐도 어떻게 하는 게임인지 금방 알 수 있는 그런 정도예요. 그런데 그거를 쭈그리고 앉아서 다들 똑같은 운동복을 입고서 앉아서 그 어른들이 땀을 찔찔 흘리면서 그 달고나 뽑기를 하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거기서 잘못해서 (달고나를) 딱 부러뜨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빵. 총 쏴서 죽여요. 그러니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그 달고나를 혀로 핥으면서. 
 
◇ 김현정> 잠깐만, 그거까지 얘기하시면 안 돼요. 너무 자세히 가시면 안 될 것 같아요. 그 하나하나가 다.
 
◆ 이영미> 어쨌든 그게 굉장히 매력이에요. 그런 웃픈 상황이라고 하는 게 이 드라마의 아주 중요한 매력입니다.
 
◇ 김현정> 영화 <기생충>에서 보여줬던 슬픈데 해학적인 거, 비슷한 느낌을 줘요.
 
◆ 이영미>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 그런 거 좀 잘하는 것 같아요.
 
이베이에 올라온 달고나 만들기 세트/ 이베이 갈무리이베이에 올라온 달고나 만들기 세트/ 이베이 갈무리◇ 김현정> 그런데 도대체 이게 왜 이렇게 인기냐. 우리가 그거를 분석하고 싶은 거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66개국 1위, 이런 대기록이 왜 나오는 것인가.
 
◆ 이영미> 해외는 일단 좀 제쳐놓고 우리나라만 보자면 표절 얘기도 있고 합니다마는 사실 대중예술은 어느 정도까지는 포맷이 지속되는 게 좀 많아요. 그런데 저는 일단 어떤 한 작품이, 한 작품의 인기는 우연에 의해서 이뤄질 수도 있어요. 제가 계속 여기 나와서 늘 말씀드리듯이.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트렌드를 보면서 이게 나올 때에는 이거는 뭔가 민심의 변화가 있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큰 흐름의 변화입니까?
 
◆ 이영미> 네. 그러니까 이 민심의 변화는 사실 <오징어게임>만이 아니라 올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의 어떤 독특한 경향들이 몇 개가 있어요.
 
◇ 김현정> 예를 들면?
 
◆ 이영미> 한 두 가지를 얘기할 수 있는데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정말 몰아치고 있는 어마어마한 막장 드라마 붐. <펜트하우스>로 대표되고 있는.
 
◇ 김현정> <펜트하우스> 저는 그거를 안 봐서 잘은 모르겠어요.
 
◆ 이영미> <펜트하우스>뿐만 아니라 그게 성공하고 나니까 여러 가지 막장드라마들이 다 같이 떴거든요. 그게 다 순위권으로 올라가 있어요. 또 하나는 드라마에서 범죄수사물들이 있잖아요. 범죄자 잡고 법정으로 가고 하는 얘기들. 그 경향이 올해 조금 변화했어요. 인기 경향이.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이영미> 일단 처음부터 <펜트하우스>나 막장드라마. 막장드라마는 언제나 늘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늘 있냐 하면 별 긴장, 그러니까 별 설정 없이 그냥 쉽게 긴장감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 김현정> 자극적이죠.


◆ 이영미> 그래서 일일극이나 아침드라마 같은 데서 많이 나와요. 그런데 그 정도의 늘 있는 수준을 지나가서 갑자기 올라가는 때가 있어요. 그 갑자기 올라갔던 때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2008년 <아내의 유혹> 그 전후로 보자면 98년, 99년, 2000년 즈음에 신데렐라 스토리인데도 두 여자 주인공, 콩쥐하고 팥쥐 같은 여자 주인공들이 거의 막 죽을 듯이 개싸움 하는 얘기들이 있어요.
 
◇ 김현정> 많았어요, 콩쥐 팥쥐들이.
 
◆ 이영미> <토마토>, <이브의 모든 것> 그 <이브의 모든 것>에서 악녀 하던 배우가 바로 김소연이에요, <펜트하우스>의 악녀를 너무 잘해요.
 
◇ 김현정> 연기 잘하죠.
 
◆ 이영미> 그런데 이 두 시기를 보세요. 하나는 외환위기예요.
 
◇ 김현정> IMF네.
 
◆ 이영미> 또 하나 2008년쯤은 미국발 금융위기 시기예요. 그러니까 뭔가 경제가 바닥을 쳐서 절망스러워지거나 거기다 정치까지 정말 이거 뭐지? 이렇게 출구가 없다고 보일 때 사실 이런 막장이 떠요. 
 
◇ 김현정> 아. 그러면. 
 
◆ 이영미> 그 얘기는 올해가 작년, 올해에서 뭔가 민심이 이거 뭐지? 막장드라마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들 머릿속과 심리가 강팍해졌다는 걸 의미해요.
 
◇ 김현정> 코로나도 있으니까.
 
◆ 이영미> 그럼요. 더 심하죠.
 
◇ 김현정> 범죄 수사물도 많았는데 두드러진 건 뭐예요?
 
◆ 이영미> 특징은 사적 복수에 의존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 김현정> 예를 들면?
 
◆ 이영미> <모범택시>, <빈센조>, <악마 판사> 다 그래요. 그런데 이거는 올해의 독특함이에요. 물론 우리나라 범죄 수사물은 어느 정도까지는 개인적 트라우마나 복수심 같은 게 깔려 있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미드에서는 굉장히 쿨하게 과학적으로 수사해버리고 끝 이렇게 해버리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거기에 사람들이 거의 미친 것처럼 달려들어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되고 막 이런 것들이 끼어 있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공적 시스템을 통해서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부분이 마지막에 나오면서 해결이 되는 게 보통의 수사물들의 특성이에요. 그런데 올해는 그 정도가 아니에요. 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납치해서 죽이고 불태우고 감금하고 이게 거의 범죄 수준의 복수를 해요.
 
◇ 김현정> 그런 트렌드가 나타난 이유도.
 
◆ 이영미> 저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보여요. 공적 시스템, 뭐 경찰, 법조. 물론 그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아주 높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정말 바닥을 친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러면 내가 해야지, 이렇게 되는 거예요. 복수도.
 
◇ 김현정> 각자도생.
 
<오징어게임> 영상 갈무리-넷플릭스 제공<오징어게임> 영상 갈무리-넷플릭스 제공◆ 이영미> 물론 그거 해서 내가 죽을 수도 있어요. 죽든지 말든지 어디에 같이 죽자. 이런 식의 정말 막장까지 가는 심리가 팽배해 있는 상황, 이거는 조금 심각해요.
 
◇ 김현정> 그러면 <오징어게임>은 지금 말씀하신 두 경향이 다 섞여 있는 거예요?
 
◆ 이영미> 그렇다기보다는 저는 여기까지를 주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징어게임>을 이렇게 보면서 야, 이런 트렌드가 있는데 오징어게임까지 빅히트? 이건 더 끔찍한 거예요.
 
◇ 김현정> 또 다른 차원입니까?
 
◆ 이영미> 네. 말하자면 아주 굉장한 분노 같은 게 있는 거잖아요. 사적인 복수를 한다는 것은. 그런데 거기다가 <오징어게임> 수준의 얘기가 덧붙여진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뭐가 보이나. 삶은 지옥이에요. 삐끗하면 죽어요.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조심 가고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머리를 굴리고 합종연횡하고 난리를 치는데 계속 죽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도 없어요. 나갈 수도 없어요. 도망칠 수도 없어요. 항의도 안 먹혀요. 그 시스템을 고칠 수도 없어요. 누구한테 항의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 김현정> 그러네.
 
◆ 이영미> 그런데 그게 바깥에서는 복수, 이런 거로 터지는 드라마가 한편으로 있는가 하면 이거는 죽더라도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나마 공정한 룰, 이런 걸 막 강조를 하는데.
 
◇ 김현정> 공정, 공정합니다. 여러분의 게임은 공정합니다. 하는데.
 
◆ 이영미> 그런데 그 공정을 정말 이게 공정 맞아? 이렇게 죽는데? 이렇게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요. 저는 그 지점이 조금 뭐라 그럴까. 그걸 회의하게 만드는, 공정이라고 하는 우리 사회의 화두를 이렇게 회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 김현정> 저 지금 약간 소름이 쫙 끼쳤어요. 공정, 보면 공정해요. 진짜 공정하거든요. 게임하는데. 되게 공정하게 하거든요. 그런데 엄청 불공정한 느낌이에요.
 
◆ 이영미> 우리 사회도 그렇잖아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특히 2030들이 공정, 공정 외치잖아요. 그런데 그 공정 게임이 진짜 공정한가? <오징어게임>도 비슷한 거 아닙니까? 규칙은 공정한 것 같지만 공정하지 않잖아요.
 
◇ 김현정>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나 공정해보이지 않는 이것을 여기서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풍자적으로 그려냈다는 말씀. 그러면 우리는 그래요. 우리는 그렇고. 해외에서 열광하는 건. 한 개국이 아니라 66개국에서 열광하는 건 왜 그래요?
 
◆ 이영미> 사실 제가 이 부분은 정말 전문가가 아니어서 바깥의 이야기는 또 이 나름대로의 분석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제가 짐작하고 있는 것만 몇 가지 말씀드린다면 하나는 일단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자체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이전하고 달라요.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할 것 없이 지금 아카데미상 휘어잡고 웹툰 엄청 잘 팔리고.
 
◇ 김현정> 웹툰도 그래요? K 웹툰?
 
◆ 이영미> 웹툰은 우리나라가 굉장히 앞서 있어요. 왜냐하면 만화 그러면 일본이잖아요. 그런데 인터넷이 우리가 먼저 나왔기 때문에 웹툰 스타일의 포맷이 우리나라가 훨씬 더 앞서 있어요. 그거는 아주 일찍부터 그랬어요. 게다가 뭐 K팝은 말할 것도 없죠. 그게 사실은 인터넷, 그러니까 2000년대가 되면서 인터넷 시대로 넘어왔는데요. 그러면서 전 세계인들의 대중 문화적 감수성과 취향이 빠르게 동질화됐어요. 그리고 아시아권이 경제성장을 하면서 수용자들이 성장을 하니까 미국 같은 대중문화 선진국들이 아시아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 아시아 배우 쓰고 아시아 소재 쓰고 이렇게 됐어요. 지금 최근에 그런 경향이 계속 있잖아요. 디즈니까지도. 그런데 이런 흐름에서 보자면 한국의 대중 문화는 서구하고 아시아를 잇는 묘한 중간지점에서 양쪽을 다 먹어치울 수 있는 어떤. 
 

◇ 김현정> 잘했네, 우리가 잘했어. 또 하나는요?
 
◆ 이영미> 또 하나 둘째는요. 이런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붕괴 혹은 각자도생에 대한 이런 경험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국가가 나를 더 이상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전 세계인들이 다 공감하고 있고 한국은 그게 굉장히 극심한 나라잖아요. 그거를 싹 건드린 거죠. 그러니까 되죠.
 
◇ 김현정> 진짜 분석 잘하시네요. 이영미 선생님, 시간 조금 되시면 댓꿀쇼 한 10분만 하고 가시죠. 
 
◆ 이영미> 알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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