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탁 기자경남 김해시 한 공단 입구가 자신의 사유지라며 통행료를 받겠다고 하자 공단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거부해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법적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김해시와 경찰은 수개월째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며 소극 행정을 벌이고 있어 논란이다.
갑자기 설치된 차단기…'원래 내 땅이었다'는 A씨
김해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쯤 김해 한 공단의 사실상 유일한 입구에 차단기 구조물이 설치됐다. 70대 소유주 A씨는 그때부터 이곳은 자기 소유 땅이라며 도로사용료를 받겠다는 알림판을 붙이고 자체 징수를 시도했다. 알림판에 적힌 도로사용료는 경차는 1천 원, 승용차는 2천 원, 15톤 이상 차량이면 9천 원 등이다.
그러자 공장 20여 개가 모인 이곳 300여 명의 직원들은 출근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부터 무료로 쓰던 길인데 갑자기 돈을 내라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직원들이 설득도 해봤지만 A씨의 완강한 태도에 이같은 통행료 문제를 두고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자신의 땅(임야 920여㎡)을 사용하는 대가라며 돈을 내라지만 공단 직원들은 공익 목적의 길인 데다 10년 이상 무상으로 이용했는데 갑자기 돈을 내라는 건 상식적이지 않고 위법하다며 거부했다.
김해시 제공그럼에도 계속 통행료를 거두려고 하자 공단의 공장 대표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고 법원은 구조물을 모두 철거하라며 대표들의 가처분 신청(방해금지가처분)을 받아들였다. 창원지법 민사21부(재판장 권순건)는 지난 7월 최소한 공익 목적을 위해 통행에 방해가 되는 구조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갈등 종료되나 싶더니…
A씨는 이에 구조물을 철거해 갈등이 종료되나 싶더니 최근 바로 옆에다 또다시 구조물을 설치했다. 심지어 A씨는 김해시든 공장이든 통행료를 내기 싫다면 이곳 사유지를 사라며 수 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2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1평당 120만 원이 넘는 사유지이므로 4~5억 원에 사든지 토지사용료를 내든지 해야한다"며 "가처분 신청으로 일단 한 곳은 철거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본안 소송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해시와 경찰은 A씨가 법원에 불복하며 옆에 구조물을 재차 설치하는 꼼수를 부리는데도 사건 발생 4개월째 불법성 여부를 검토만 할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차단기 구조물을 설치했다 법원 가처분 인용 이후 철거한 흔적(빨간원)과 사유지 양측에 재차 설치한 차단기. 이형탁 기자김해시 "불법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 vs 공장 직원들 "해결책은?"
김해시는 해당 차단기 구조물 위치가 사유지인 점과 통행에 방해되지 않은 점 등 때문에 불법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해서부경찰서는 차단기를 올려놨기 때문에 도로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다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입건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두고 공장 대표와 직원들은 김해시와 경찰이 소극 행정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화물차와 트럭 등이 많이 오르고 내려 위험한 길목인데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이유 등에서다. 50대 직원 B씨는 "나는 통행료를 한 차례 요구받은 적이 있어 1시간 넘게 입구에서 기다렸다"며 "결국 돈은 내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저런 건축물이 있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공장 대표 C씨는 취재진을 만나 "수년간 도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A씨가 나타나 개인 임야라고 주장하며 도로통행료를 요구하는 건 자신의 땅값을 올리기 위한 일"이라며 "어처구니 없는 상황 속에 법원까지 가는데도 김해시와 경찰은 수개월째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 혈압이 오르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