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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드론 선제 타격후 보병이 마무리…미래 육군 직접 체험해보니[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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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드론봇 전투체계와 워리어 플랫폼 아우르는 '아미 타이거 4.0' 언론 공개
드론이 먼저 날아가 정찰·타격하면, 보병들이 장갑차 타고 들어가 마무리
보병 전투력과 생존성 위해 '워리어 플랫폼' 적용…직접 쏴보니 더 효율적
과학적 분석 위해 KCTC에서 전투실험…문제점 찾고 개선해 일선 부대 적용

K2 소총으로 적을 쏠 수 있는 드론. 정찰 드론과 함께 투입해 인명피해 없이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육군 제공K2 소총으로 적을 쏠 수 있는 드론. 정찰 드론과 함께 투입해 인명피해 없이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육군 제공
맑은 하늘에 '위잉' 하는 이상한 기계 소리가 울린다. 위를 보니 회전날개 달린 드론 여러 대가 시가지로 날아가는 소리다. 정찰 드론이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지휘소로 보내자,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이를 분석한다. 확인해 보니 북한군이다.

정찰 드론과 함께 날아간 공격 드론들이 옥상에 있는 적들에게 사격을 가한다. 자폭 공격을 하는 파란색 드론은 적이 숨어 있는 창문으로 쏙 들어가더니 '쾅' 소리가 들린다.

드론 공격 직후 시가지로 진입해 적을 공격하는 장갑차와 무인차량. 김형준 기자드론 공격 직후 시가지로 진입해 적을 공격하는 장갑차와 무인차량. 김형준 기자
그 사이 기관총을 탑재한 무인차량과 병력들을 태운 장갑차가 시가지로 들어가 적에게 총격을 가한다. 그런데 총을 쏘는 사람이 없다.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통해 장갑차 안에서 카메라로 영상을 보며 기계를 조작해 총을 쏘기 때문이다.

장갑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는 보병들.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갖췄다. 육군 제공장갑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는 보병들.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갖췄다. 육군 제공
장갑차 뒤쪽 램프가 열리고 완전 무장한 병력들이 내려 건물로 진입한다. 빠르게 보고 쏠 수 있게 도와주는 부가장비를 갖춘 총기, 방탄복과 헬멧 등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갖춘 병력들이 직접 건물 안을 확인하며 남아 있는 적들까지 소탕한다.

위 상황은 육군이 미래 전투체계인 아미 타이거(TIGER) 4.0 구성요소들을 어떻게 실전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실험하는 모습이다. 육군은 지난 16일 강원도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이러한 전투실험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드론이 먼저 보고 쏘면 보병이 마무리…피해는 ↓ 생존성과 기동력은 ↑


아미 타이거 4.0 체계를 구성하는 각종 드론과 무인차량, 장갑차 등이 늘어선 모습. 육군 제공아미 타이거 4.0 체계를 구성하는 각종 드론과 무인차량, 장갑차 등이 늘어선 모습. 육군 제공
사람이 직접 가지 않고 기계를 먼저 보내 전장 상황을 정찰하거나, 아예 무기를 탑재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드론'은 1990년대 코소보 내전에서 처음 제대로 활약했다. 미군은 이 때 투입한 RQ-1 프레데터 무인기를 개량해 미사일을 탑재한 MQ-1 프레데터, MQ-9 리퍼 등을 '테러와의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써먹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무인기 외에도 회전날개 달린 드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격도 싸지고 민간용으로도 많이 보급됐다. 각 나라 군대들은 자연히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드론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늘에 떠서 사람보다 더 멀리 보고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혹시나 적 공격에 추락하더라도 인명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새로운 드론을 띄우면 그만이다.

우리 군도 이를 전장에서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결과 '드론봇 전투단'과 함께 보병 개개인들 생존성을 강화하고 적을 빨리 보고 쏠 수 있는 '워리어 플랫폼', 차륜형 장갑차를 통해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전장을 다닐 수 있는 기동화를 주축으로 하는 '아미 타이거 4.0' 전투체계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인간 정찰대가 먼저 투입돼 적 지역을 정찰하면, 다시 지휘소에서 사람이 이를 분석하고 보병들이 걸어서 해당 지역에 투입돼 전투를 벌였다. 디지털 지도를 쓴다고 해도 상당 부분 사람이 손을 대야 하는데다 인명피해도 많이 날 수밖에 없다.

북한군 복장을 입은 가상적을 공격하는 드론. 육군 제공북한군 복장을 입은 가상적을 공격하는 드론. 육군 제공
아미 타이거 4.0 체계에서는 기계가 훨씬 더 많이 활약하게 된다. 드론이 먼저 가서 정찰한 뒤 적을 식별하고, 지휘관이 결심을 내리면 그 드론들이 공격을 가한 뒤 보병들이 진입해 적을 타격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통신체계를 통해 연결되는 네트워크화도 필수요소이자 특징이다.

실제 전투실험 결과 일반 보병대대와 달리 아미 타이거 4.0 체계를 적용한 부대는 고가치표적은 5배, 핵심표적은 3.4배 더 많이 찾아냈다. 부대 기동 속도는 사람이 걸어다닐 때와 비교하면 22배 늘었고, 평균 피해율은 74% 이상 줄었다. 적이 받은 피해는 2배 늘었다.

지하를 통해 작전지역으로 진입하는 보병들. 육군 제공지하를 통해 작전지역으로 진입하는 보병들. 육군 제공
물론 마지막에는 보병들이 피해를 감수하며 싸워야 하지만, 무인기들이 먼저 타격해 적 전투력을 꺾고 장갑차와 방탄복 등으로 보호받으면 그만큼 더 잘 생존할 수 있다. 보병들 무기인 총에도 빠르게 조준하고 쏠 수 있도록 각종 부가장비를 적용한다. 광학조준경(도트사이트)과 함께 밤에 야간투시경을 통해서도 사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이다.

취재진은 이날 사격장에서 실탄으로 워리어 플랫폼이 적용된 총기 사격을 체험해 봤다. 부가장비가 없는 총기로 5발, 광학조준경이 장착된 총기로 조준해 5발, 레이저 표적지시기만 써서 5발을 각각 쐈다.

취재진이 쏜 실제 사격 결과. 실제로는 3번 - 2번 - 1번 순서로 사격했다. 3번이 가늠자-가늠쇠, 2번이 광학조준경(도트사이트), 1번이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이용한 사격 결과다. 김형준 기자취재진이 쏜 실제 사격 결과. 실제로는 3번 - 2번 - 1번 순서로 사격했다. 3번이 가늠자-가늠쇠, 2번이 광학조준경(도트사이트), 1번이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이용한 사격 결과다. 김형준 기자
물론 부가장비 없는 사격이 기본이지만, 가늠자-가늠쇠를 맞추는 '조준선 정렬'을 얼마나 잘 했는지에 따라 탄착군이 흩어질 수 있다. 광학조준경과 레이저 표적지시기는 그럴 필요가 없이 '빨간 점'만 표적에 맞추면 되니 훨씬 사격이 빨라지고 정확도도 높다. 실제로 옆에서 사격을 도와주던 특전사 대원이 "천천히 쏘셔도 된다"고 할 정도로 빨리 쐈지만, 이쪽이 훨씬 명중률이 높았다.

'공포탄' 쏘는 점만 제외하면 실제와 같은 공방전과 전투실험


KCTC 시가지 훈련장으로 드론들이 날아가는 모습. 김형준 기자KCTC 시가지 훈련장으로 드론들이 날아가는 모습. 김형준 기자
이 모든 전투실험을 벌이고 있는 무대인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은 여단급 규모 부대가 서로 맞붙는 교전 훈련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유일 훈련장이다. 즉, 6천명이 한 훈련장에서 동시에 교전을 벌일 수 있다.

물론 실탄으로 훈련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총기와 개인전투장비 그리고 차량 등에 마일즈(MILES) 장비를 부착한다. 총포에서 공포탄을 발사하면 레이저가 나가고, 이를 수신기가 인식하면 사망, 부상, 파괴 등을 판정할 수 있다.

취재진은 이 장비를 착용한 뒤 K808 차륜형 장갑차를 타고 시가지 훈련장으로 향했다. 목표는 건물을 방어하는 다른 팀 제압과 지역 확보. 닫혀 있는 1층 문을 본 뒤 다른 기자와 '셋, 둘, 하나'를 세고 문을 열어제낀 뒤 K2C1 소총을 들고 흔한 아파트를 닮은 집 안으로 진입했다.

문 앞을 옆걸음 부채꼴로 돌며 방 안에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안에서 사람을 닮은 실루엣과 함께 총구가 보였다. 조준경에 있는 빨간 점을 맞춘 뒤 공포탄을 몇 발 쏘자 안에서 "사망, 사망" 하는 기계 목소리가 들렸다. 수신기가 총구에서 나간 레이저를 감지하고 사망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른 기자들과 1층을 장악한 뒤 2층으로 올라갔다. 닫힌 문을 빠르게 발로 걷어차며 서로가 보지 못하는 공간을 확인, 엄호하고 각 방을 확인하는데 안에 있는 또다른 사람이 보였다. 문 앞을 부채꼴로 돌며 총을 쏘는데 방 안에서도 총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아차. 기자가 입은 방탄복에서 "사망, 사망" 소리가 들린다.

KCTC에서 마일즈 장비로 훈련하는 3사단 장병들. 육군 제공KCTC에서 마일즈 장비로 훈련하는 3사단 장병들. 육군 제공
이러한 모의전투는 실탄을 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실전과 거의 같다. 결과가 KCTC 통제실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했다 치고', '파괴했다 치고' 같은 일은 없다. 다리 등을 폭파할 때도 실제와 같은 과정을 거치되 가짜 폭약을 쓰며, 통제관이 그 결과를 통제실에 전파하고 팻말을 세워 다리가 '폭파됐다'고 알린다.

군이 작전을 벌이면서 지속적으로 필요한 식량과 탄약, 연료도 실제와 똑같이 보급해야 한다. 탄을 공포탄으로 보급해야 한다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물론 수송차량에도 마일즈 장비를 적용하기 때문에 식사 추진 차량이 오다가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 병력들은 굶게 된다. 드론도 예외는 아니다. 한 전투 사례에서는 드론 격추율이 50%를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KCTC가 가진 목적은 승패를 가리는 데보다는 작전 진행 과정에서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하는 측면이 훨씬 더 크다. 때문에 IT 기술을 적용해 아군과 적 위치는 물론,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까지 실시간으로 통제실로 전송된다. 훈련이 끝나면 컴퓨터를 통해 어떤 점을 잘했고 잘못했는지 세밀한 분석도 진행한다.

그 결과 같은 유형 실수 또는 문제점이 계속 발생할 경우, 이는 각 훈련부대만이 가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육군본부와 교육사령부에 보고된다. 군 지휘부는 이를 반영해 개선 대책을 마련한다.

육군은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해 KCTC에서 2023년까지 아미 타이거 4.0 체계에 대한 전투실험을 진행, 여단급 정보·활용 기능을 통합실험하고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작전운용성능 등을 검증한다. 그 다음해부터 이를 일선 부대에 시험적용하고, 차차 보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 전투실험을 진행하는 25보병사단 예하 대대장 임창규 중령은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아미 타이거 4.0은 미래 전장을 압도할 육군의 빠르고 치명적인 전투체계"라며 "이번 전투실험을 통해 육군의 미래 전력을 검증하고 더 강한 육군을 구현하기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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