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로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이 지난해 8월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고 전 이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약 400명이 참석한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은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서 체제 전복 활동을 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을 변호하면서 그들과 동조해 체제 전복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활동인 공산주의 활동이나 공산주의 운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안검사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온 자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공정치 못한 인사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심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없고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공산주의자 발언'은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구체화된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인사불이익 발언'에 대해서는 고 전 이사장의 막연한 추측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을 지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문재인)가 부림사건 원사건의 변호인이라는 사실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으로 볼 수 없으므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사실의 적시'는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며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와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증거로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런 문제에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특히 공론장에 나선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