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가 8일 오전 대중음악 공연산업 대정부 긴급 기자회견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음공협 제공"연말 공연 저는 못 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지금 정부 운영 방침 기조 보면요. 더 이상의 희망고문에 속고 싶지 않아요. (뭐가) 된 다음에 했으면 좋겠고 구체적으로 지침을 어떻게 해라 했으면 좋겠습니다. '위드 코로나'라는 거 시행하고 2주 후에 또 바뀔 거고 안 된다고 할 거고 또 대중음악은 안될 거라고 할 게 너무 뻔하고, 지난 1년 반 동안에 계속 반복적으로 있던 일이기 때문에 믿지 않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소상공인분들도 계속 같은 말씀 하고 계시는데 정부는 실제 민간과 저희를 잠정적 범죄자로 본다는 겁니다. 아마 SNS나 이런 쪽 소상공인분들 소팅해서 본다면 백신 접종, 백신 단계 다음에 가장 많이 태핑되는 단어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단어일 거예요. 정부가 시민을, 소상공인들을, 공연업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습니다. 공연 관람하는 관람객들 역시 '저 사람들은 함성 지를 거야' '비말을 확산시킬 거야'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 자세부터가 바뀌어야 할 거 같고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플랙스앤코 신원규 대표)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가 8일 오전 '대중음악 공연산업 대정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일관성과 명확성 없이 대중음악 공연 개최를 막아왔는지, 대중음악 공연산업이 붕괴하면서 어떤 추가 피해가 벌어졌는지를 소상히 설명하면서, 실효성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중음악 공연이 문화 다중이용시설 및 타 장르 공연과 차별받지 않을 것 △향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바뀌지 않을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제정할 것 △지침에 따른 공연이 관계부처 행정명령에 의해 취소되면 피해 보상해줄 것 △최소한 '거리 두기 3단계'에서는 공연이 가능한 기준을 마련할 것 △백신 접종자의 대중음악 공연 관람을 위한 최대한 빠른 기준을 마련할 것 △무너진 대중음악 공연산업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 등 총 6가지를 요구했다.
음공협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파크 티켓 매출은 2019년 2474억 700만 원에서 2020년 389억 6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예스24의 경우 2019년 콘서트 티켓 매출은 980억 원에서 2020년 83억 원으로, 페스티벌 티켓 매출은 24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중음악 공연은 다른 장르 공연보다 더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적용받아 취소·연기·축소가 반복됐고, 실제로 줄도산과 폐업으로 이어졌다는 게 음공협의 주장이다.
매출이 90%나 떨어지는 상황에서 1년 반 여를 어떻게 버텼냐는 질문에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김형일 대표는 "비용 절감이 가장 시급했다"라며 직원 구조조정, 은행 대출 및 연장, 자산 매각 등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본부엔터테인먼트 유승호 대표 역시 직원들의 업무시간과 일자를 줄여 손해가 컸고, 그나마 소규모 온라인 쇼케이스와 팬 미팅 등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음공협 이종현 회장은 "지난 1년은 없는 매뉴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도하려고 시간 보냈던 1년이다. 다양한 공연과 페스티벌을 해 모아놓은 비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미래 기획과 계획이 다 수정되어야 하는 때였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지자체와 관계부처에 계속 어필하고 따라다녔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의 지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대중음악 공연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신원규 대표는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에서 신규 채용 지원금을 주는 것을 두고 "사실 공연업계에서는 숙련된 인원으로 성장하려면 3~5년 기간이 필요하다. 기존 스태프의 고용 유지에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본부엔터테인먼트 유승호 대표가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 음공협 제공또 '비대면 공연 지원 사업'에 관해서도 "아티스트나 기획사는 어느 정도 해갈되는 게 있었지만 공연 기획, 프로덕션 쪽은 티켓 판매할수록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저희는 파악한다"라며 그나마 문체부, 콘텐츠진흥원은 업계와 스킨십이 있지만 중소기업청, 기재부 등은 업계에 대한 실질 조사와 의견 조율이 안 된다고 짚었다.
음공협은 코로나19 이후 대중음악 공연 개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공연 주최사가 정부 규정에 맞춰 공연을 준비하다가 관계부처에 협의·논의 요청하면 관계부처는 무관심한 태도 혹은 '권한 없음'을 이유로 현 규정대로 하라는 이야기만 반복했고, 일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디어의 자극적인 기사와 일부 민원이 등장해 부담을 느낀 지자체가 예고 없이 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 규정이 한층 더 강화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업계 간 차별을 지적하고 생존권과 관련해 호소하면 그제야 규정이 완화되거나 변화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대중음악 공연'을 개최하면 안 되는 이유를 전달받았는지 묻자, 이종현 회장은 "제가 작년 봄부터 관계부처에 들어갔는데, 없었다. '민간이 알아서 하셔라' 하더라"라며 "어떤 것도 들을 수 없어서 자구책으로 만들어서 했는데 (이 내용이) 모든 관계부처에 전달되지 않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 시간, 인력을 투입해 자구책을 만들고도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도마 위에 올라 공연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라고 털어놨다.
많은 규제와 압박, 사회적 비난 여론 속에서 어렵게 공연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대중음악 공연에서는 1년 5개월 동안 단 한 건의 확진자 전파 사례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혹여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까 봐 철저히 방역했기 때문이다. 공연 개최 시 허용 가능 인원보다 늘 적은 인원만을 수용했고, 좌석 거리 두기도 상향했다.
이종현 회장은 "방역의 A부터 Z까지 보여주자 해서 5단계 방역 절차를 거쳤다"라며 지난 6월 열린 뷰티풀 민트 페스티벌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대형 실내 공간에서 4단계 방역을 거쳐야만 야외에 진입할 수 있고, 야외에서는 열화상 카메라를 두고 실내에선 관객, 아티스트, 모든 스태프가 다 진단 키트를 사용해 양성·음성을 판독할 수 있게 했으며, QR 체크와 온도 체크, 모바일 티켓 발권을 진행했다. 2시간마다 전문 방역업체가 와 화장실과 관객 이동 동선을 다 방역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는 '일상 속 코로나')를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유승호 대표는 "'위드 코로나' 희망을 주시려면 어떻게 같이 헤쳐나갈지 전문가들 얘기를 듣고 뭔가 지침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이 어려운 시기를 다 함께 이겨나갈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종현 회장은 "'위드 코로나' 이야기만 하지 구체적으로 나온 게 하나도 없어서 단어의 긴장감만 풀어주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2차 접종 완료되는 11월 초·중순 이후에는 QR 체크, 체온 체크, 백신 접종과 그에 준하는 인증이 되면 '거리 두기' 없이 공연장에 입장해야 온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뭐하러 백신을 맞았는지 원론적 의문이 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형일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대표는 "현재 공연을 진행하거나 미래지향적으로 내년, 내후년 티켓을 파는 국가들의 특징은 정부에서 발 빠르게 명확한 지침을 줬다는 것"이라며 "저희는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고 같은 장소에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범죄자들이 아니다. 안전과 질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지적인 사람들이다.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각 안 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