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중국에서는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가 꺼내든 공동부유의 깃발과 구호가 요란하게 나부끼고 있다.
관변학자와 선전매체들은 시 주석의 발언을 교시처럼 받들며 공동부유를 새로운 발견인양 치켜세우고 있고 권력 움직임에 민감한 기업들은 앞 다퉈 공동부유에 쓰라며 통큰 기부를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18조원을 내놓기로 했고,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챗을 운용하고 있는 중국 최대 기술 기업 텐센트는 9조원을 쾌척하기로 했다. 후발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도 1조 8천억 원 기부 계획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저명한 시장주의 경제학자가 공동부유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이에 따른 기업의 기부가 함께 잘사는 공동부유가 아닌 다 같이 가난한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가 최근 공익성 민간학문기구인 '경제 50인 논단(CE50)'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에 자주 의존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업가들이 부를 창출할 동기가 없다면 정부가 빈곤층에 이전해줄 돈이 없어 상류가 말라버린 강처럼 될 것"이라며 "계획경제는 빈곤층에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빈곤층이 생겼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경제가 서민들에게 빈곤의 족쇄를 벗어 던지고 부자가 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장 지향적 개혁을 앞당기는 것만이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글은 장 교수의 위챗 계정에 올라왔다가 삭제됐고 CE50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글도 내려진 상태다.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웨이자닝 전 연구원도 지난 1일 창장상학원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중국 정부의 반독점 개념은 옳지만 먼저 행정 독점과 국유 기업 독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웨이자닝은 현재와 같은 정부 개입은 중국의 국가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면서, 민영기업을 보호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할 시장친화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영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민간투자는 중국 경제의 마지막 지푸라기이기 때문에 민간부분의 공황 장애를 피하기 위해 사유 재산권에 대한 더 강력한 법적 보호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본과 인재, 혁신이 중국의 장기적 경제성장과 지속적 성공, 공동부유를 위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동부유가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계획임을 감안하면 장 교수나 웨이 전 연구원 같은 학자들의 비판이나 이견이 공동부유론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공동부유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의 한원슈의 언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공동부유론이 "빈곤층을 돕기 위해 부유층을 죽이는 게 아니다"라면서 "파이를 키워서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며, 먼저 부유해진 사람이 뒤처진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