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친의 세종시 논 구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창원 기자
부친의 땅 투기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여야가 본회의 표결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의원의 사퇴안이 의결될 경우,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명단에 함께 오른 나머지 11명에 대한 거취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희숙 사퇴안 표결, 與野 공감대…셈법은 각각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부친 부동산 의혹으로 의원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의석이 비어 있다. 윤창원 기자여야는 1일 윤 의원의 사퇴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에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이 사직안을 낸 것이므로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 상정 처리하게 돼 있는데 야당이 요구하면 받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의 도덕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철학 때문에 끝까지 사퇴하겠다고 하니 저희는 그 뜻에 따라 사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본다"고 동조했다. 현역 의원의 사퇴안 의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데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능하다.
앞서 권익위로부터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통보 받은
윤 의원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틀 후인 27일 두 번째 기자회견에선 사실상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을 인정하며 시세 차익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윤 의원의 부친은
지난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약 3300평의 논을 8억 2200만원에 사들였는데, 매수 이후 차익은 현 시세로 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지난달 25일 윤 의원의 사퇴 선언 당시만 해도 국민의힘 내부에선 사퇴를 만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부친의 농지법 위반을 사유로 의원직까지 포기하며 정권 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는 윤 의원의 선언이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부친의 투기 의혹이 드러난 가운데 윤 의원 또한 이를 시인하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TBS 의뢰, 지난달 27~28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의원의 사퇴 결정에 대해 "책임 회피성"이라는 응답이 43.8%, "
책임지는 것"이라는 응답이 41.7% 등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더 강했다.
이같은 여론을 고려해 국민의힘은
윤 의원 관련 의혹이 대선을 앞두고 자칫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적정 수준에 선긋기와 함께 여당을 향한 공세 카드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의 예상치 못한 사퇴 카드에 주춤했던 민주당도 공세로 돌아섰다.
탈당을 권유했던 자당 소속 의원들 10명도 아직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내로남불'의 역풍을 우려했지만, 윤 의원이 부친의 투기 의혹을 인정한 이상 '불명예 사퇴' 분위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 또한 의원회관 방을 정리하며 사퇴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윤 의원은 의원실 내 개인 짐을 옮겼고, 보좌진들도 짐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숙發 충격에 높아진 잣대…국민의힘 11명 의원들 '곤혹'
윤창원 기자
문제는 윤 의원을 제외한
권익위 명단에 오른 나머지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명에 대한 거취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의혹에 휩싸인 12명 의원 중 5명에 대해선 자진 탈당 요청, 1명은 제명, 윤 의원을 포함한 6명에 대해선 소명 절차가 완료됐다고 결정한 바 있다.
명단의 오른 나머지 11명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소명 절차를 통해 당 지도부가 '셀프 면죄부'를 준
윤 의원도 의원직에서 사퇴하는 마당에 탈당 요청 및 제명 결정을 받은 의원들에 대한 압박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명단에 오른 한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 의원이야 솔직히 자기 장사하고 나서 사퇴하면 그만이지만 다른 동료 의원들은 뭐가 되느냐"며 "소명 절차에 하자가 있어 증빙 서류까지 마련했지만 당을 위해서 발표하지 않고 참고 있는데 이슈를 이런 식으로 만들면 여론재판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명단에 오른 또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카드로 인해 본의 아니게 주변 의원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며 "차분하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윤 의원의 사퇴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는 했지만 실제 의결 절차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사퇴안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정기국회가 진행되는 동안 윤 의원 관련 추가 의혹이 드러나거나 부동산 관련 변수 등에 따라 여야 모두 전략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선
윤 의원을 향해 탈당 후 의혹을 해명하거나 의원직 사퇴를 주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의원은 앞서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제가 우리나라 정치에서 얼마나 특이한 인물인지 안다"며 "제 방식으로 책임지고 제 기준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당적을 유지한 채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의원은 "윤 의원이 첫 해명에서 '부친이 농사를 짓는 용도로 땅을 샀다'며 지나치게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게 실책"이라며
"탈당을 하고 동료들의 부담감을 덜어준 후 사퇴를 하는 방법도 있는데 어떤 정치적 노림수인지 몰라도 너무 하나만 고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