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회 같다" 싱거운 국민의힘 대선주자 비전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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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비전발표회를 개최했지만, 진행 방식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후보 1명당 7분씩 12명이 쉼 없이 원고를 읽어갔기 때문에 상호 간의 비전과 공약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토론이 원천 차단되며 "학예회 같다", "싱겁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또 대다수의 후보는 자신의 발표만 마치고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여 '원팀' 구호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습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는 '비전발표회'가 25일 열렸지만, 후보들 간 경쟁력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 1명당 7분씩, 참석자 12명이 쉼 없이 정견을 읽어 내리는 진행방식은 발표 내용을 따라가기에도 벅찼고, 상호 토론이나 검증은 원천 차단돼 '초등학교 학예회 같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날 비전발표회는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았다. 비록 이날 오전 윤희숙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불법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며 불참했지만, 나머지 모든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토론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이준석 당대표도 행사에 함께했다.

이 대표는 "마땅히 계셔야 하나 함께하지 못한 윤희숙 의원의 큰 결단과 당을 위한 희생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전한다"며 "후보님들이 윤희숙 후보의 몫까지 훌륭한 정견을 전달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다만, 준비된 원고를 7분 동안 읽는 발표회는 생동감이 떨어졌다. 일부 후보들은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기도 하고, 안상수 전 의원은 '문재인 정책=쓰레기'라 규정하며 준비해 온 빗자루로 스크린 속 '부동산 정책 실패', ''자영업 파탄' 등을 쓸어 담는 등 흥미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7분이라는 시간은 후보들의 비전을 모두 담기에 부족했다.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표현들이 쏟아지게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취임 100일 안에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긴급 구조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거나 "원가 주택을 통해 무주택 서민들이 싼값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정시 위주 입시 개편, 고시 부활, 한국형 FBI 설치, 한미 간 나토식 핵 공유 협정, EBS를 제외한 방송 민영화 등의 세부 공약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음날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내년 대선은 1%의 승부이며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며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발표 12개가 연달아 진행됐기 때문에 후보들이 공약과 비전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추첨으로 이뤄진 발표 순서상 11번째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 후보들이 가진 비전 중 좋은 것들은 제가 수용해서 좋은 정강정책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어떤 후보의 발표가 좋았고, 어떤 정책을 수용하고 싶었느냐' 물었는데, 최 전 원장은 "원희룡 후보"를 고르고도 구체적인 공약은 설명하지 못했다. 대신 "원희룡 후보가 말했던 내용이 감동적이었다"거나 "국민들의 고통을 절절히 표현하시는 데 감동을 받았다"고만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발표 초반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로하고, 발표 말미에 "코로나 회생을 위해 100조원 규모의 담대한 투자를 하고 혁신성장판을 키워 30년 미래 먹거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는데, 청취자 입장에서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셈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서로의 비전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았다. 홍준표 의원은 "후보들이 초등학교 학예회 발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고, 유승민 전 의원도 "원고를 읽기만 해 싱겁게 됐다 싶고, 후보등록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 대다수의 후보들이 자신의 발표만 마치고, 자리를 떴다는 점도 내홍 이후 '원팀'을 다짐했던 후보들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순서상 마지막으로 발표하게 된 유승민 전 의원은 "의리 없이 먼저 가신 분도 계시지만, 끝까지 남아주신 황교안, 박찬주, 최재형, 하태경 후보님 감사하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편, 이날 비전발표회에 참석한 모든 후보들은 국회의원뿐 아니라 대선후보들도 부동산 불법거래와 관련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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