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들. 연합뉴스"주거래은행에서 이렇게 갑자기 대출을 규제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담보든 신용이든 전부 끌어 모아서 진작 받았을 거예요. 다른 은행으로까지 대출 규제가 확산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가능한 모든 대출을 빨리 받고 싶습니다."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중단한 24일 한 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예정보다 일직 주택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집값이 오를대로 오른터라 주택을 구매한다는 생각은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근데 이번 대출 규제를 당하고 보니 '영끌'을 해서라도 주택 구매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대출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지면 '내집 마련'은 영영 물거품이 될 수도 있잖아요."
최근 대형 은행들이 속속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이사나 전세 계약 등을 앞둔 실수요자들은 피해가 우려된다.
전날 NH농협은행이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중단에 들어갔다. 우리은행도 전세대출을 다음달까지, 또 SC제일은행도 일부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다른 시중은행엔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고객 문의가 종일 이어졌다. 은행 창구에선 이번 조치로 발등이 떨어진 이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특히 세입자를 내보낼 용도의 전세금반환대출금 마련과 전세 계약 또는 새집 매수계약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아직 대출 중단 계획이 없지만 대출이 가능한 은행으로 수요가 몰릴 경우 금융당국이 권고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넘기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대출이 되는 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고, 대출이 막히기 전에 미리 받아놓으려는 '가수요'까지 더해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은행 대출도 중단되는 '대출 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선 금융당국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타 은행권으로 대출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출 규제가 확산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은 무주택 실수요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대출 규제로 중저가주택 수요자 전세입자의 대출이 어려워지면서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도 속속 축소가 되고 있다. 1억 원 이하 신용대출 한도가 기존에는 '연봉의 2배'였지만 최근에 금감원이 이것을 '연봉 이내'로 사실상 절반으로 줄이라고 시중은행에 지시하면서 마이너스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리도 조만간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 실수요자들이나 1주택자들, 그리고 이제라도 집을 사려고 대출을 알아보는 서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부 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 계약이 끝나는 고객한테 한도를 줄이고 이자를 높이겠다는 통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주거래 은행에서 돈줄이 막혔다"며 "다른 은행 대출도 중단되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와 함께 "천정부지로 뛴 집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는 것인데, 이것마저 막거나 금리를 올리면 어쩌라는 거냐"며 집값 폭등을 초래한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