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기나 해보자" 가계부채 폭증에 더 세지는 대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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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새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을 펴자 일부 시중은행이 주택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 급등과 코로나19 재확산 등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런 대출규제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NH농협은행 등 주택관련 대출 중단 초강수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연일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나서자 시중은행들도 자체 관리에 들어간 것.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각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각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총량관리에 들어갈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 7월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7.11%를 기록하며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자 주담대 전면 중단이라는 처방을 택했다.

이에따라 NH농협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 역시 주택관련 대출을 중단, 또는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과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이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대형 시중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금융회사들은 가계대출 자체 취급 목표치까지 아직 여유가 많이 남아있다"면서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농협은행·농협중앙회의 주담대 등 취급중단과 같은 조치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밝혔다.

금융위의 설명처럼 지난 7월말 기준으로 국민은행(2.58%), 신한은행(2.21%), 하나은행(4.35%), 우리은행(2.88%)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아직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까지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금융위가 당장 대출절벽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진화에 나서긴 했지만 현재 가계부채 규모 자체가 워낙 크고 증가세 또한 워낙 가파르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기조는 향후 더 강해질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위도 이날 설명자료 말미에는 "지난 1년반 동안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신용팽창이 빠르게 진행되었다"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만큼, 향후 민간신용 공급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DSR 전면 도입 앞당기고 제2금융권도 확대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지명 전부터 '매파'로 분류됐던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7일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이 시기에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특히,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DSR 규제 강화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와,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시 보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시사한 바 있다.

대출규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DSR 규제의 경우 현재는 제1금융권을 중심으로 일부 차주에게만 적용되고 있지만 전면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제2금융권에까지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현재보다 대출액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하는 소위 '영끌'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차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다 강력한 규제를 잇따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153조 5910억원) 늘어난 1764조 997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다 올해 4~7월 대출 증가액을 반영하면 가계신용은 18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지난 19일 기준 연 2.96~4.01%로 지난해 7월(1.99~3.51%)과 비교해 1% 가까이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도 같은 기간 연 2.25~3.96%에서 연 2.62~4.13%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역대 최저치인 기준금리(0.5%)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 될 경우 지금까지보다 시장금리가 보다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와 갈수록 늘어나는 이자부담, 그로인한 금융불균형 등 각종 부작용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경우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은 그대로…당국 오락가락 행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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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내놓는 각종 대출 규제가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실제로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가격 급등세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고, 자영업자 등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코로나19 사태 역시 4차 대유행으로 더 악화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대출 증가세는 자연스럽게 누그러들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불안심리를 자극해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우회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보가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5월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우대혜택 확대, 40년 초장기모기지 도입 등 오히려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서울 외곽과 수도권 등으로 영끌 매수세가 다시 재개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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