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유니버설뮤직 사무실에서 가수 유하를 만났다. 유하 공식 트위터5월쯤 곡을 만들었다. '앨범을 내서 활동해야지!'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 반응이 좋아서 선공개 싱글로 발매하게 됐다. 체리처럼 새콤달콤한 소녀의 마음을 표현한 통통 튀는 곡 '체리 온 탑'(Cherry On Top)은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대중 앞에 나타나게 됐다. 작업을 할 때 의무감에 이끌린다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곡이 나올 때까지 집중하는 편이라는 유하는, 또 다른 신곡 '아이스 티'(ICE T)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니버설뮤직 사무실에서 싱어송라이터 유하를 만났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유하는 "저는 유하라는 싱어송라이터다. 멋진 아티스트 유하다"라며 웃음 지었다. 이어 "다양한 곡을 들려드리려고 노력 중이고, 이번에 컴백하니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회사와 제가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일할 계획이니까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지난 10일 나온 '체리 온 탑' 작업 계기를 묻자, 유하는 "앨범을 내기 위해서라기보단 재미있게 곡을 작업해볼까 하는 생각이었다"라며 "노래가 너무 독특하고 흔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보사노바 식의 살랑거림이 있는? 여름 노래라고 하면 화려하고 강해야 할 것 같은데, ('체리 온 탑'은) 조금 더 귀엽고 통통 튀는 느낌이 나지 않나. 이건 하나의 습작이 되겠구나 했지만 회사에서 너무 좋게 봐주셔서 곡을 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컴백을 준비했다는 그는 어느 때보다 변동사항이 많아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유하는 "에너지도 많이 들어갔고, 회사에서 투자도 많이 해 주시고, 모두가 되게 더 열심히 힘썼던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하는 지난 10일 자작곡인 새 싱글 '체리 온 탑'을 발매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유하 앨범의 크레디트를 보면 성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데뷔 싱글 '아일랜드'(ISLAND) 때는 작사·작곡·코러스를 맡았고, 두 번째 싱글 '오늘 조금 취해서 그래'(Abittipsy)에서는 작곡진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으며, 세 번째 싱글 '품'은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도전한 곡이다. 이번 '체리 온 탑'은 작사·작곡 참여는 물론 프로듀싱과 편곡을 혼자 해냈다.
이 시기쯤에는 좋은 곡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되도록 의무감에 좌우되지 않고 작업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유하의 설명이다. 그는 "컴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작업량을 늘리긴 하지만, 작업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내가 만족하는 곡이 안 나왔을 때가 조금 더 힘들더라. 작업해 둔 곡이 사실 많지는 않다. 그래도 한두 곡이어도 '좋은 곡'이 있으면 든든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곡을 스스로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대중에게 작업물을 공개하고 사랑받는 '대중 가수'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유하는 "저만 딱 좋아서 음악 만들고 들려드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제 직업상. 많은 분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직업이니까"라면서도 "즐겁게 하면서, 좀 더 많이 도전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 볼까 하는 게 정신 사나울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되게 재밌더라"라고 답했다.
'이 정도면 그만해도 되겠다' 싶은 기준은 어떻게 잡을지 궁금했다. 그러자 유하는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에 다른 분들의 아이디어를 담아 50:50으로 가면 어느 정도 틀이 완성되는 것 같다. 아티스트적인 위치로 가려고 하다 보니 가끔은 어렵게 만들고 싶을 때도 있는데, (회사가) 쉽게 풀어낼 수 있게 도와주시는 편이다. 수정하면서 '하길 잘했다', '더 나아진다' 느낄 때도 많다. 그런 면에서 배우기도 한다. 나는 '이 곡은 정말 완성됐어' 하고 생각해도, 계속 변할 수 있으니까 그게 완성작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유하는 지난해 초 유니버설뮤직과 인연을 맺었고 그해 9월 '아일랜드'로 데뷔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좋은 결과로 가기 위한 힘을 한곳으로 모으는 거니까 오히려 감사해요. 때로는 혼자서 하고 싶기도 한데 (웃음) 신인이고 지금은 회사 얘기를 많이 듣고 더 빠르게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지금 제 욕심을 앞세워서 '나는 이런 멋진 아티스트야' 하고 저를 딱!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꿈이지만, 내 생각이 확고하고 뚜렷해지고 어느 정도 안정기를 찾을 때 그때 제가 하고 싶었던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어요."평소 너무 무겁거나 마이너한 장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유하. 본인이 보기에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아직은 어려운 장르"라서 그렇단다. 아직 어리기에 지금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조금 더 성숙한 곡을 발표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유하는 대중적인 음악을 좋아하고 한 노래에 꽂히면 그 노래만 몇천 번을 듣는다고 전했다. "질리고 질릴 때까지 듣는"단다. 음악 하는 다른 사람들이 방대한 음악을 들을 때, 자신은 음악을 너무 '적게' 듣는 게 아닌가 부담감이 든다며 "저는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지는 않다. 곡도 쓰고 작사를 하다 보니 많은 곡을 듣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노래를 들으면서 '어떻게 이런 가사가 나왔을까', '나는 어떤 부분에서 내 가사를 쓸 수 있을까' 하고 자극도 많이 받는다고.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지?' 싶은 작품이 있냐고 묻자, 그는 영화 '베티 블루 37.2'(1986)라고 답했다. 유하는 "색감 자체가 너무 좋았다. 조금 슬픈 영화다. 사랑하면 붉은색을 떠올리지만 가장 뜨거운 온도일 때 파란색이라고 한다.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표현한 영화인데,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게 슬프지만 멋지다는 걸 느끼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하 '체리 온 탑' 라이브 클립 캡처. 이어 "저는 음악에 미쳐야 하는 직업이지만, 그 영화를 보고 '사랑이든 일이든 죽기 전에 어딘가에라도 미쳐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다. 반신욕 하면서 폰으로 봤는데 너무 집중하다 보니 물이 식는 줄도 모르고 영화를 봤다. 울기도 하고. 작은 스크린으로도 (저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라며 생생한 감상을 전했다.
얼마나 감명 깊게 봤는지, 활동명을 '베티'로 할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뭔가 딱 포인트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이름을 가졌겠지만, (저는 왠지) 베티가 아닌 느낌이 들었다. 나랑 동떨어진 느낌이랄까"라고 설명했다.
'아리따울 유'(婑)에 '넓을 하'(閜)를 쓴 활동명은 본명 '임유하'에서 이름만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유하는 "확고하지 않은 색을 가진 이름이라 좋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발라드를 불러도, 좀 더 템포가 빠른 곡을 불러도 어디에서 잘 붙는 이름이라는 의미에서다.
가수라는 꿈을 처음 가진 때는 열한 살 때였다.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워낙 좋아했고, 특히 자기를 봐주는 시선을 즐겼다고 밝혔다. 유하는 "'관종'(관심종자)이라고 하죠"라며 웃었다. 너무 어린 연습생은 두지 않는다는 회사 방침을 변화시켰을 정도로, 끈질기게 오디션을 보았고 10여 년 정도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그때 경험으로 남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끈기와 인내심'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하는 지난해 9월 데뷔 싱글 '아일랜드'로 데뷔했으며, 올해 3곡의 신곡을 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유하는 "제가 (연습생) 10여 년을 했으니까 '저는 음악을 잘해요' 할 순 없다. (제가) 너무 부족하기도 하고, 잘하시는 분도 많고. 거기서 결과를 맺진 못했지만 (연습생 생활을) 해내서 이 회사에 와서 아티스트 꿈을 다시 꾸고 작곡·작사도 도전하게 됐다. 다양한 스타일도 해 보고. '사람 운명이 이렇게도 되는구나'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그때 잘 버티면서, 즐기면서 했지' 하는 생각도 든다. 남들보다는 끈기와 인내심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재 소속사인 유니버설뮤직에는 지난해 1월 오디션을 통해 들어오게 됐다. 유하는 "무조건 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편안한 분위기였다. 저를 많이 존중해 주신다. 제가 아이돌이나 그룹으로 활동했다면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저는 계속 일을 꾸준히 하고 싶으니까. 제 성격과 성향과는 훨씬 더 잘 맞는 것 같다. 다만 아이돌로 나왔으면 어땠을지 궁금하기는 하다"라고 전했다.
유하는 지난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강점을 "보컬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 같고 제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꼽은 바 있다. 여전히 그 생각에 변함없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생 시절부터 '색깔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그걸 장점으로 만들면 되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데뷔하고 나서도 '본인 색깔'에 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안다. 그조차 자신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유하는 "어떤 곡을 부르냐에 따라 목소리를 다채롭게 표현해보는 데엔 정말 자신 있다"라며 "지금까지 낸 것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고 계시지만, 앞으로 나올 것들이 더더 멋진 곡들이 많다. 저는 앞으로의 제 음색이나 스타일을 고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하는 오는 24일 더블 싱글 '스위트-티'를 발매한다. 타이틀곡은 신곡 '아이스 티'다. 유니버설뮤직 제공'코로나 시기'에 데뷔한 그는 곧 데뷔 1주년을 맞는다. 올해도 이미 절반 이상 지나간 지금,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질문하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는 "당장 너무 잘되고 싶고 슈퍼 대스타가 되고 싶지만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남들이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해주느냐 하는 문제다. 다른 분들이 해줄 수 있는 걸 가지고 제 감정이 좌지우지되고 싶진 않다. 아직은 재밌게 일하고 싶다. 그래서 조급해하고 싶지 않다"라고 부연했다.
유하는 더블 싱글 '스위트-티'(Sweet-Tea)를 오는 24일 발매한다. 새로 선보이는 '아이스 티'와 지난 10일 발매한 '체리 온 탑' 두 곡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