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김해시민체육공원에 있는 친일파 박시춘 작품 비석. 이형탁 기자경남 김해시에서 잇따라 발견된 친일파들의 작품 비석 철거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해시가 친일파 모윤숙 시인과 박시춘 작곡가의 작품비를 철거·지원하겠다고 밝힌 지 1개월이 지났지만 19일 취재진이 확인한 현장은 그대로였다.
시는 지난달 16일 관리단체인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김해시지회가 친일파 작품이 김해시민체육공원에 있다는 데 부적절한다는 의견을 수용하고 해당 비석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CBS노컷뉴스가 지난 6월 말 타매체에서 밝힌 친일파 모윤숙 시인의 시비 외에 친일파 박시춘 작곡가의 노래비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찾아 보도한 이후다.
김해시와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국가보훈처 등 관계기관은 해당 공원에 있는 친일파 작품 비석 2개에 대해 설치 18년 만에 철거하기로 협의했지만 이후 청산 작업 절차는 더디기만 하다.
사업주체인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김해시지회는 철거 계획조차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지회는 철거 사업계획서를 아직 국가보훈처 경남동부보훈지청에 전달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경남동부보훈지청은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상태다.
19일 김해시민체육공원에 있는 친일파 모윤숙 시인 작품 비석. 이형탁 기자경남동부보훈지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철거하면 대체할 작품과 철거 비용 등을 담은 김해시지회의 사업계획서가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며 "김해시지회와 계속 협의 중인데 계획서가 전달되면 검토 후 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계획서가 도착하면 경남동부보훈지청은 사업 계획 검토 후 예산을 편성하고 김해시지회에서는 철거 작업을 진행, 김해시는 행정 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들 친일파 작품 비석은 지난 2003년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김해시지회에서 김해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를 해당 공원에 건립하면서 함께 세워졌다.
경남 밀양 출신 박시춘 노래비에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작곡한 '전우야 잘 자라'가 새겨져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박시춘 작곡가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침략 전쟁을 찬양하는 군국가요를 13곡 정도 작곡한 것으로 확인된 명실상부한 친일파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 모윤석 시비에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쓴 것으로 알려진 반공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새겨져 있다. 그녀는 1940년대 일제 침략 전쟁을 찬양하는 시 '지원병에게', '어린 날개-히로오카(廣岡) 소년항공병에게' 등의 여러 작품을 써낸 친일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