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4명 학교, 야구부 만들어 살리자"…덕적도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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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 이달 중 '덕적고 야구부 창단' 심의 개최 예정
"폐교 위기 벗어나자"…야구부 창단에 똘똘 뭉친 주민들
'지역소멸 극복 위한 사례'로 평가…"학교·지역사회 살릴 수 있을까" 주목

인천 옹진군 덕적면 덕적초·중·고교 전경. 사진 덕적초·중·고 제공인천 옹진군 덕적면 덕적초·중·고교 전경. 사진 덕적초·중·고 제공
인천의 한 섬에서 학생 수가 부족해 폐교 위기에 놓인 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야구부 창단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초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어촌 마을 주민들이 이른바 '마을재생'을 위해 힘을 쏟는 것이어서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인천시교육청, 이달 중 '덕적고 야구부 창단' 심의 개최 예정


16일 인천시교육청과 옹진군 덕적면 주민 등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덕적고등학교의 야구부 창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학교체육진흥지역위원회 심의를 이달 안에 열 계획이다.
 
덕적고는 지난 6월24일 야구부 창단 운영 계획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했고 최근 부족한 부분들 보완해 추가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시교육청은 덕적고 등을 방문해 야구부 창단에 필요한 선수 모집 가능성, 훈련장과 학생 기숙사 등의 확보 여부를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시교육청은 인천지역 중‧고교 야구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덕적고 야구부 창단과 관련한 설문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학교체육진흥지역위원회는 인천시교육청의 보고서와 덕적고의 운영 계획서를 바탕으로 창단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당초 위원회는 지난달 13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연기됐다.
 

"폐교 위기 벗어나자"…야구부 창단에 똘똘 뭉친 주민들


덕적도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통합 운영한다. 지난해 4월 기준 덕적초·중·고교의 전교생은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6명, 고교생, 24명 등 58명이었다.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는 통·폐합 검토 대상이다.
 
덕적고는 올해 초 11명이 졸업했지만 신입생은 1명뿐이어서 학생 수는 14명으로 줄었다. 덕적초·중·고교는 1933년 덕적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1955년 덕적중, 1980년 덕적고가 문을 열었다. 덕적초·중·고교는 그동안 섬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며 올해까지 모두 5천93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지역 특성상 학생 수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덕적도 주민들과 학교는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섬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야구부 창단을 준비해 왔다. 주민들이 폐교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주민들이 야구부 창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덕적도 해안이 비교적 평평해 인근 고교와 대학 야구부의 동계 전지훈련장소로 종종 사용됐기 때문이다. 사계절 야구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하는 류현진 선수도 고교시절 덕적도 서포리 해안에서 동계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7월 860여명의 서명이 담긴 '폐교 위기 극복을 위한 야구부 창단 건의서'를 덕적고에 전달했다. 당시 덕적도 전체 인구(2020년 6월말 기준)는 1천353명이었다.
 
주민들은 건의서를 통해 "야구부를 창단하면 30~40여명의 학생이 이 학교로 전입돼 학생 수 확보가 가능하고 야구부원 수가 부족해 운동을 접어야 하는 학생들의 꿈도 지켜줄 수 있다"며 "야구부 학생 가족들의 식사, 숙박 등을 통해 불황이 이어지는 이 시기에 지역경제도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은 야구부 신설을 구체화하기 위해 교직원과 함께 협의체를 꾸렸고, 올해 초에는 야구부를 운영하기 위한 공간과 장비 마련에 필요한 투자비용 3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후원회도 만들었다.
 
지난 6월에는 덕적면발전위원회가 덕적고 야구부 창단시 1억원을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덕적면발전위원회는 덕적도 인근 바닷모래 채취를 통해 받는 주민복지기금을 관리·운영하는 주민기구다. 덕적면은 덕적도와 굴업도, 소야도, 문갑도, 백아도, 지도, 울도 등으로 구성됐다. 인근 섬 주민들도 덕적고 야구부 창단에 힘을 보탠 것이다. 발전위원회는 창단 이후에도 정기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학생들을 교육·훈련시킬 야구부 감독과 코치진도 이미 섭외가 대부분 이뤄졌다. 창단시 입학·전학을 약속한 학생도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야구부 창단을 위해 1년여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실제 야구부 창단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섬 지역 학교이기 때문에 선수 수급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덕적도는 인천 내에서 서해5도를 제외하면 육지에서 가장 먼 섬이다. 인천항에서 덕적도까지 이동시간도 쾌속선 기준 1시간 10분, 차도선 기준 2시간 20분 걸린다.
 
또 운동부를 창단했다가 2~3년 만에 해체한 학교 사례도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소멸 극복 위한 사례'로 평가…"학교·지역사회 살릴 수 있을까" 주목


덕적고의 사례는 청·장년 인구는 도시에 집중되면서 농·어촌은 고령화되면서 지역의 재생산 기능을 잃는 섬 지역의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닥쳤다는 것은 동시에 학부모에 해당하는 30~50대 역시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초·중·고교 통·폐합은 해당 지역의 주요 경제활동 인구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한다.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덕적면(덕적·굴업·소야·문갑·백아·지·울도)의 인구 구성을 보면 전체 인구 1천888명 가운데 만 65세 이상 노인은 787명(41.6%)로 옹진군 내 섬 가운데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다. 반면에 학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만 38~56세 인구는 395명(20.9%)에 불과하다. 덕적도 주민 입장에서는 야구부 창단을 통해서라도 학생이 늘어나면 학부모에 해당하는 청·장년 인구의 증가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덕적도처럼 섬 지역을 비롯한 어촌의 지역 소멸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2019년 9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상우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인구소멸시대, 한국 수산업·어촌의 진단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국내 전체 어촌 가운데 소멸 고위험지역은 151(31.1%)곳이지만 2045년에는 324(81.2%)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노력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박상우 부연구위원은 해경 방안으로 '(가칭)농어촌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재생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해양수산부에 전담부서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덕적고 야구부 창단 추진 사례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섬에서 스포츠를 통해 학교 폐교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종종 있었다. 경남 합천 야로고등학교가 2015년, 안동 일직중학교가 2019년 각각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야구부를 창단했다.
 
특히 2011년 야구부를 창단해 2013~2014년 전국 중학야구대회를 2연패하고 2017년 첫 프로야구 선수까지 배출한 양산 원동중학교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0년 전교생이 20명 안팎에 불과했던 원동중학교는 야구부 창단 이후 2012년 40명, 2013년 51명으로 꾸준히 늘면서 야구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이 학교 역시 지역사회가 총동원돼 야구부 창단을 추진했다. 특히 당시 지역 연고를 둔 프로야구팀이 야구장비 등을 지원하면서 빠르게 폐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덕적도 김영희 주민자치위원장 대행은 "야구부가 창단된다면 학교를 살릴뿐만 아니라 사회인 야구와도 소통해 이른바 '사회인 야구 관광지'로 거듭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며 "학교를 살리면서 지역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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