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제20대 대통령선거가 7개월 가량 앞으로 다가온 현재, 수사기관에는 대선 후보들에 대한 각종 고소·고발 건이 밀려있다. 주로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고소·고발 건들은 여야 후보들의 '대리전' 양상을 띈다.
역대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여·야 고소·고발전은 아주 작은 꼬투리 혹은 네거티브전(戰)의 일환으로 제기됐다가도 훗날 나비효과처럼 후보자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정한 법 집행을 요구받는 수사기관의 고충도 예상된다.
지지율 선두권의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경찰이 두 가지 사건을 수사 중이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는 2015년 이 지사가 성남FC 구단주(성남시장)로 있을 때 관내 기업들로부터 구단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유치한 160억여 원이 대가성 뇌물이라며 이 지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이 지사가 대면조사가 어렵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자 지난달 16일 이 지사 측에 서면 조서를 보냈다. 14일 이 지사 대선 캠프 측은 "지난달 26일 경찰의 서면조사에 응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맡은 경기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계속 조사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도 같은 고발인이 비슷한 혐의로 3건을 더 고발해 병합해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발 건은 지난 7월 17일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경기도 교통연수원 사무처장 A씨가 텔레그램 대화방 'SNS 봉사팀'을 만들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조직적으로 벌이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이 지사와 A씨, 캠프 관계자 B씨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것이다.
해당 건은 수원지방검찰청에 배당됐다가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로 타관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고발인 조사를 안 했다"며 "사건 기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상인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캠프 간 공방은 아직 상호 간 고소·고발 양상으로 비화되진 않았지만, 경선이 본격화할수록 격한 싸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 진영의 전례로 2017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간 비방전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사진취재단야권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시민단체들로부터 수십 여건을 고발당했다.
가장 최근에는 시민단체 안전사회시민연대가 지난 6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윤 전 총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4일 공개된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한 내용이 허위사실이며 그로 인해 여러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안전사회시민연대 최창우 대표는 "(고발 후) 아직 (경찰로부터) 연락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 과정에서 튀어나왔지만, 검찰 재직 당시와 관련된 고발 건은 훨씬 더 많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윤 전 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및 경찰 등에 30번 고발했다. 공수처에 접수한 16건은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 부실수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한동훈 검사 감찰 수사 방해 △'조국펀드' 및 장모 교수 일가 표적·별건수사 수사(지휘)권 및 기소권 남용 등의 의혹들이다.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와 조씨 친구 장모씨 가족을 과잉·압박수사했다는 내용으로는 개혁국민운동본부 등 13개 시민단체도 지난달 29일 공수처에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고소·고발이 진영 간 대리전 양상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중 사세행이 2월 8일 접수한 옵티머스펀드 사기 관련 의혹 사건과 3월 4일 접수한 한 전 총리 관련 의혹 사건은 공수처에 입건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2월 24일 접수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관련 의혹 사건은 대검찰청으로 이첩됐다. 나머지는 공수처가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경심 교수 사건 관련 모해위증 방조 건은 경찰에 접수돼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6월 23일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이에 윤 전 총장 대선 캠프 법률팀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건에 대해) 상황 파악만 하고 따로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며 "공수처에 입건된 2건과 나머지 수사 관련해서 캠프에서 연락받은 내용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의 옛 동업자이자 'X파일' 진원지로 불리는 정대택씨는 지난 3일 윤 전 총장과 그 가족 등이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최씨와 윤 전 총장 캠프 법률팀에서 정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데 대한 맞고소 차원이었다. 해당 건은 서울 종로경찰서에 배당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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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로부터 한동훈 검사와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 및 검찰총장 징계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14차례 고발당했다. 법세련 이종배 대표는 "3건이 각하돼 서울고검에 항고했다"며 현재 검찰에 사건들이 배당돼있다고 밝혔다.
4일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올해 사세행으로부터 직무유기·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5차례 공수처 및 검찰에 고발됐다. 그중 사세행이 6월 2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에 표적감사를 한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한 건은 대검찰청에 이첩돼 서울중앙지검에 경제범죄형사부에 배당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