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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감동없는 프롬프터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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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프롬프터(자막기) 없이는 그 어느 곳도 갈 수 없다(?)

''연설의 귀재''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리 준비된 원고를 그대로 읽는 ''프롬프터 연설''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사실 오바마가 스마트폰 블랙베리와 함께 프롬프터를 ''애용''한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담대한 희망''을 외치며 중앙 정치무대에 혜성같이 등장했을 때에도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는 프롬프터에 의존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대선 기간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유세 강행군을 펼칠 때에도 어김없이 프롬프터는 항상 오바마를 따라 다녔다.

그의 연설에 청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했지만 오바마는 그 와중에도 좌우로 고개를 돌려가며 자막기에 시선을 고정해 온 것이다.

텔레프롬프터(TelePrompter.자막기)는 스크린을 통해 원고를 보여주는 장치로 메시지를 ''실수없이''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실제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경우 취임사나 의회 연설과 같이 중요한 때에는 거의 대부분 자막기를 이용했다.

하지만 오바마처럼 일상적인 발표에서부터 ''즉흥적인'' 기자회견 오프닝 발언까지 모두 자막기에 의존하는 대통령은 드물다.

오바마는 최근 내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11살 때 국립공원에서 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말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했지만 이 또한 자막기 원고를 그대로 읽어 내려간 것이다.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는 말까지도 ''말이 아니라 원고''였던 것이다.

급기야 최근 ''보수주의 지도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공화당 성향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러시 림보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1대 1 맞짱토론을 제안하며 "참모도, 프롬프터도, 자료도 없이 토론해서 나를 이겨보라"고 오바마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또 인터넷에서는 그가 대선후보 시절 자막기가 없을 때 말을 더듬는 장면을 보여주는 ''텔레프롬프터프레지던트''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사진 기자들은 오바마의 얼굴을 촬영할 때마다 자막기를 피해야 한다며 불평을 늘어놓을 정도가 됐다.

이처럼 미국 언론들이 오바마의 ''프롬프터 연설''에 비판적 시각을 갖는 것은 사실은 오바마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의 역사를 새롭게 쓴 오바마의 ''말과 행동''을 통해 미국민들은 감동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가 내세운 ''변화와 희망''이 마치 정형화된 틀에 갇히고 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것보다는 즉흥적인 말과 솔직한 행동이 감동지수를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프롬프터를 고집하는 이유는 완벽주의자인 그가 자신의 말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서라고 오바마 측근들은 설명한다. 즉 책임있는 대통령으로서 불필요한 말실수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오바마의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프롬프터가 고장이라도 일으킨다면 오바마로서도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 빌 클린턴은 1993년 의회 연설 때 프롬프터에 엉뚱한 원고가 올라오는 바람에 7분간 즉석연설을 해야만 했고, 부시도 2002년 유엔연설 때 핵심구절이 빠져버린 자막기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려 한다면 ''읽기 연습'' 보다는 ''말하기 연습''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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