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 박종민 기자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전광훈씨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에 저항하는 행동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8일까지 4주 연속 주일 대면예배를 강행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5일 광복절 도심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하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낸다. 전씨의 막무가내 행태의 배경에 검찰이 해묵은 집시법 위반부터, 감염병 위반 등의 혐의까지 사건 처분을 미루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해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이어졌던 전씨의 광복절 집회 뿐만 아니라, 전씨가 주도한 혐의를 받는 2년 전 개천절 폭력집회까지도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특히 개천절 집회의 경우 집시법 위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지 1년 6개월이나 지났다.
이 같은 지적에 검찰은 "전씨에 대한 혐의가 추가로 생겨 처분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벌어진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이미 1심 판결까지 나온 터라 군색하게 들린다.
집회 현장을 단속해야 하는 경찰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정작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가, 불법 폭력집회로 얼룩진 혐의들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처분을 미루고 있어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불법시위 혐의' 기소의견 송치했지만…1년 6개월째 손 놓은 검찰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혁명당 관계자들이 '문재인 탄핵 815 국민대회를 위한 전국 1460개 시민단체총연합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0부(진현일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경찰로부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전씨 사건을 넘겨받았지만, 1년 6개월째인 지금까지도 기소 또는 불기소 등 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집회는 2019년 10월 3일 전씨가 총괄 대표를 맡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가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정부 및 조국 법무부 장관 규탄 집회'다. 당시 무대에 오른 연사들이 '청와대 검거', '대통령 체포' 등의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가 격화됐다.
그러자 탈북민 단체를 포함한 투쟁본부 소속 회원들이 청와대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해 40여 명이 현행범 체포됐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방패벽을 밀고 당겨 저지선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행동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씨 등 투쟁본부 운영진이 배후에서 해당 시위를 주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전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투쟁본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서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조사 등을 바탕으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전씨와 투쟁본부 관계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실질심사를 연 법원은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지난해 3월 8일 해당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벌어진 전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해선 기소를 했고,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檢 "사건 누적돼" 해명했지만…사실상 '봐주기' 효과, 불법집회 계속 강행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혁명당의 특별 기자회견에 도심 내 집회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더불어 검찰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집회에서 발생한 전씨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지만, 이 역시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전씨 등에 대해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았다.
특히 전씨는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면서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는 등 자가격리 위반 혐의도 받았다. 교회 측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비협조로 나오는 사이 사랑제일교회 발(發) 감염이 2차, 3차로 이어지면서 누적 확진자 수만 1천명대를 기록하는 등 '2차 대유행'의 시발점이 됐다.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전씨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는데, 이로인해 재수감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해당 사건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현재는 아예 풀려난 상황이다.
국민혁명당 유튜브 캡처이제 전씨는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또다시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한 달이 넘도록 연속 1천명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씨 측은 "신규 확진자 수는 검사 건수에 비례 늘어나는 것 뿐"이라며 집회 강행 의지를 내보였다.
이를 두고 검찰이 전씨를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 등에 대해선 처분하지 않고 계속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전씨가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씨는 아직까지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으로는 한 차례도 재판을 받은 적이 없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혁명당이 '서울시 전역 집회 금지 및 예배 금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강행하자 관계자가 경찰이 집회 해산을 요구, 관계자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특히 당장 광복절 집회를 대비해야 하는 경찰 입장만 난감한 상황이다. 경찰은 매번 차벽과 검문소 등으로 집회를 대비하며 막아 온 데다가,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지만 정작 처분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전씨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다른 건으로도 고소·고발이 많이 들어와 병합 처리가 되면서 따로 처분하지 않았다. 포괄적으로 살펴보면서 사건 처리가 좀 늦어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마냥 처분이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9년 개천절 폭력집회 당시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이라 감염병예방법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해당 사건이 1년 6개월 동안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씨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은 오는 15일 광복절에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경찰은 "서울 전역에서 다수 인원이 집결되는 집회는 금지 통고 중"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 시에는 집결 예상지를 차단하고 집행부 등에 엄중 사법처리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