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도중 세르비아의 보스코비치가 김연경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평소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진 김연경과 티야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가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2020 도쿄올림픽 마지막 날인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배구 한국과 세르비아의 동메달 결정전.
한국이 두 세트를 내주고 진행된 3세트 도중 네트 앞에서 김연경과 보스코비치가 마주 쳤다. 당시 스코어는 한국이 10대16으로 지고 있었다.
김연경은 네트 위로 뜬 공을 연타로 처리할 준비를 했다. 보스코비치가 블로킹을 시도하려는 동작을 하자 김연경은 공의 방향을 코트 밖으로 틀었다. 순간적으로 터치아웃을 유도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연경이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했지만 보스코비치도 만만치 않았다. 블로킹을 하려다가 김연경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갑자기 손을 아래로 뺐다. 그 결과 김연경이 때린 공은 그대로 코트 밖으로 나갔다.
두 배구 천재이자 레전드가 서로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기량을 겨룬 것이다.
김연경도 상대의 속내를 읽었는지 비록 실점을 했음에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표정에는 실점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그래도 보스코비치를 향해서는 미소를 보였다.
보스코비치도 웃었다. 더 나아가 네트 아래로 손을 내밀어 김연경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연경도 보스코비치가 내민 손을 가볍게 잡아주며 화답했다.
김연경과 보스코비치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경기는 세르비아의 승리로 끝났지만 두 선수가 펼친 선의의 경쟁은 전 세계 배구 팬들에게 진한 울림을 줬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경기 후 포웅을 나누는 두 선수의 사진을 올리며 "2명의 레전드, 도쿄올림픽에서 나온 가장 상징적인 포웅"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