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8월 초 임기 마지막 여름 휴가를 갈 예정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유행 재확산으로 휴가를 반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에도 중부지방 폭우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긴급하게 여름 휴가 일정을 취소했었고, 재작년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휴가를 미뤘다.
'여름 휴가 징크스'라고 불릴 정도로 3년 연속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한 문 대통령 앞에서는 여러 과제가 산적해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세를 진정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물 건너 간 '짧고 굵은' 방역, 취약계층 보호에 정부 역량 집중될 듯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수도권 4단계 조치에 대해 "'짧고 굵게' 끝낼 수만 있다면 일상의 복귀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방역이 2주 연장되고도 확진자 수가 감소하지 않으면서 '짧고 굵은 방역'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백신 공급과 접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들의 짜증을 유발한 '백신 예약 시스템'에 대해 문 대통령이 "IT강국에 걸맞지 않다"며 강하게 질책한 뒤로 예약 규정이 바뀌기도 했다.
또한, 방역 4단계 연장에 비례해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고통은 커지고 있어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근 '민생경제장관회의'를 처음으로 직접 주재하면서 정부 지원금의 신속한 집행을 거듭 당부했다. "방역이 어려울 수록 민생을 살펴야 한다", "지금부터는 속도다. 신속하게 지원금을 집행하라"고 장관들에게 각오를 다지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청년층이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관련해 촘촘한 지시를 내리고 있다. '희망회복 자금을 개시일에 맞춰 신속하게 집행하라', '취약계층 대출 연체에 따른 신용하락 등의 대비책을 마련하라', 등등의 지시가 그것이다.
현실 정치 거리두지만 '사면' 카드 고심은 계속…北과 유종의 미 거둘까
코로나19 격리 마친 박근혜. 황진환 기자 임기 말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권 행사 등 국민 통합을 위한 막바지 행보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현실 정치와 철저히 거리를 두면서 대권 구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사면'은 별개의 문제다.
고령의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중인 가운데 국민 통합의 측면에서 사면을 결단하라는 정치권 안팎의 요구도 있는데다, 문 대통령도 여러번 "안타깝다"고 말할 정도로 상당한 심적 부담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임기 내에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 스스로도 여전히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하노이 회담' 좌절 이후 오랜 암흑기를 거쳐 이제 막 희망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한다. 북한은 우리 측의 끈질긴 노력 끝에 최근 통신선을 전격 복원함으로써 소통 재개의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상호 신뢰 관계가 두터운 만큼, 두 사람의 마지막 퍼포먼스가 성사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 중 최대 업적으로 남을 수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 대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관계 부처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미국 측과도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 임명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정상화된 만큼 해양수산부 장관과 금융감독원장 등 미뤄왔던 주요 부처와 기관의 하반기 인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