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길(왼쪽부터),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가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올림픽 단체전 2연패를 이루며 오심의 피해를 입은 개인전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오상욱(25·성남시청),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후보 선수 김준호(27·화성시청)가 나선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눌렀다. 9라운드까지 이탈리아를 45 대 26으로 완파했다.
대표팀은 첫 주자인 맏형 김정환이 1라운드에서 루카 쿠라톨리에 5 대 4로 앞서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어 막내 오상욱이 경쾌한 스텝으로 알도 몬타노와 2라운드에서 5 대 0으로 압도, 10 대 4로 리드를 벌려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구본길도 3라운드에서 엔리코 베레의 반격에 잇따라 실점했으나 내리 5점을 따내며 전 세계 1위다운 관록을 뽐냈다. 15 대 6까지 앞선 대표팀은 4라운드 김정환이 몬타노를 여유 있게 요리하며 점수를 20 대 7까지 벌렸다. 뒤이은 구본길도 5 대 4로 앞서면서 25 대 11로 리드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8라운드에는 김정환을 대신한 김준호까지 펄펄 날며 40 대 21로 앞서 쐐기를 박았다.
2012년 런던 대회까지 올림픽 2연패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선택 종목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제외돼 열리지 않았다.
김정환, 구본길은 런던 당시 금메달 멤버다. 9년 만에 다시 단체전을 제패하며 펜싱 사상 첫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선수들이 됐다. 한국 펜싱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2연패는 남자 사브르가 최초다.
특히 김정환은 2016년 리우 대회와 이번 대회 개인전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펜싱 최초 3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기에 종목 최다 메달 기록을 4개로 늘리며 한국 펜싱 역사로 남게 됐다.
개인전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대표팀은 개인 세계 랭킹 1위 오상욱이 8강, 구본길이 32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오상욱은 8강전에서 대회 관계자의 점수판 조작 실수로 1점 손해를 보는 오심의 피해를 입었다. 맏형 김정환이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지만 내심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초의 금메달을 기대했던 대표팀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단체전에서 더 큰 성과를 냈다. 하나로 뭉친 대표팀은 8강전에서 이집트, 4강전에서 독일을 누른 데 이어 이탈리아까지 잡아내며 2017년부터 세계선수권 3연패를 이룬 세계 랭킹 1위의 위엄을 뽐냈다.